AI'환각' 잡고 '윤리헌법' 제정에 필요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장원 선임기자 = 실리콘밸리의 거대 인공지능(AI) 랩들이 철학자들을 모셔가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25일 보도했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미국 대학 졸업생 취업 통계(2024년 기준) 조사 결과, 컴퓨터공학 전공자의 실업률은 7%에 달한 반면 철학 전공자의 실업률은 5.1%에 머물며 더 높은 취업률을 기록했다.
루치아노 플로리디 예일대학교 철학과 교수는 "학부생들은 졸업장을 받기도 전에 테크 기업들로부터 입사 제안을 받고 있으며 대학 철학과 교수와 연구원들이 실리콘밸리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AI 업계가 철학 전공자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AI가 직면한 가장 까다로운 난제들을 해결할 열쇠가 철학에 있기 때문이다.
구글(NAS:GOOGL) 딥마인드의 수석 철학자인 이아손 가브리엘은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인지하는 '소크라테스적 무지'를 모델에 학습시킴으로써 업계 전반의 고질병이었던 AI '환각(Hallucination·거짓 답변)' 현상을 크게 줄였다"며 "AI의 장기 추론 능력인 '생각의 사슬'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상대방에게 질문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던져서 스스로 모순을 깨닫게 하는 방식을 AI 학습 데이터에 기계적으로 이식해 AI의 거짓말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AI 헌법 제정에도 철학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실리콘밸리 AI 기업들은 철학 체계를 기반으로 AI의 행동 규범을 통제하는 'AI 헌법주의'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오픈AI의 대항마인 앤트로픽은 올해 1월 21일 자사 AI 모델 '클로드'를 통제할 78페이지 분량의 새로운 AI 헌법을 발표했다.
이 헌법에는 임마누엘 칸트의 도덕 철학과 유엔 세계인권선언문 등이 뼈대로 녹아들어 가 있다.
월가의 테크 전문가들은 실리콘밸리가 AI의 윤리관을 두고 크게 두 가지 철학적 학파로 갈라져 경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앤트로픽의 클로드와 인플렉션 AI의 챗봇 '파이(Pi)'는 어떤 상황에서도 거짓말이나 기만을 금지하는 칸트식 '의무론(Deontology)'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클로드는 챗봇 중 가장 높은 정직성을 확보했으며 파이는 자해 위험이 있는 사용자를 정확히 감지해 내는 성과를 궜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오픈AI의 챗GPT와 구글의 제미나이는 비용 대비 전체적인 편익을 저울질하는 '결과론(Consequentialism·공리주의)'적 윤리 프레임을 기반으로 설계됐다.
구글의 AI 모델들은 "예상되는 위험보다 전반적인 이익이 실질적으로 더 클 때만 행동한다"는 결과론적 목표를 추구한다.
이 같은 결과론적 알고리즘은 자율주행차나 국방 첨단 무기 시스템의 핵심 두뇌로 활용된다.
구글 자율주행 사업부인 웨이모의 크리스 거데스 수석인공지능 엔지니어는 자율주행차가 불가피한 사고 직전에 '가장 비극이 적은 충돌 방식'을 선택하도록 드라이빙 소프트웨어를 철저히 결과론적으로 설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군 합동인공지능센터(JAIC)의 잭 샤나한 전 센터장 역시 "AI 무기 시스템이 작전을 수행할 때 군사적 목표의 가치와 민간인 예상 피해 규모를 저울질하는 것은 전형적인 결과론적 계산"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기계의 도덕적 결정'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루이빌 대학교의 AI 이론가인 로만 얌폴스키는 "인간의 도덕성은 역사적으로 불안정하고 문화적으로 변하며 전략적으로 조작되기 쉽다"며 AI가 윤리적 판단을 대행할 때 인간이 스스로 판단할 능력을 잃어버리는 '도덕적 무력화(Moral deskilling)' 현상을 경고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실직을 걱정하는 코더(Coder)들과 달리, 실리콘밸리에서 철학자들의 일거리는 당분간 마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jang73@yna.co.kr
이장원
jang7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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