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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표의 궁변통구] 2004년 1월의 청년구직자는 운이 좋았다

26.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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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2004년 1월의 날씨가 어떠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추웠겠지만, 빨리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여기저기를 정신없이 다녔던 기억밖에 없었다. 외환위기가 한국 경제를 덮친 이후인 1998년 하반기에 대학을 졸업한 까닭에 일자리는 역대급으로 부족했다. 취업 대신 진학을 택했지만, 다시 찾은 구직시장에서 일자리를 찾기는 어려웠다. 결혼은 했고 아이도 태어났다. 그해 1월은 하루빨리 일자리를 가진 가장이 되어야 한다는 일념에 몸부림치던 시기였다.

통계청은 당시 일자리 상황에 대해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2004년 1월 중 실업자는 85만4천명으로 전월 대비 2만9천명 증가하였으며 실업률은 3.7%로 0.1%포인트(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음. 전년 동월 대비로도 실업자가 6만6천명(8.2%) 증가, 실업률이 0.2%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음.

취업자는 2천 193만6천명으로 전월 대비 16만명(-0.7%) 감소하였으나, 전년 동월대비로는 37만4천명(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음."

지방공무원 채용 장사진

사진설명: 2004년 2월 지방공무원 채용 접수 현장 사진. [출처: 연합뉴스 자료 사진]

3%대의 실업률은 사실상 자연 실업률 수준이었음에도(물론 우리 통계당국이 발표하던 실업률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당사자가 느끼는 구직시장의 찬바람은 매서웠다. 밤늦은 시간 여의도의 환한 사무실 불빛을 보면서 '저렇게 사무실이 많은데 왜 면접 보러 오라는 곳은 없을까'하는 생각에 서럽기도 했다.

국가데이터처는 올해 5월 고용동향에서 청년층(15~29세) 취업자가 1년 전보다 25만5천명 줄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31만4천명이 줄었던 2021년 1월 이후 최대폭의 감소라고 한다. 역병이 돌지도 않았는데,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액수의 성과급을 두고 노사가 일전을 벌이는 곳도 있는데, 수십만 명의 청춘은 자신을 받아 줄 일자리를 찾지 못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문제는 나무에 새겨진 나이테처럼 청년 실업도 인생에 상흔을 남긴다는 사실이다. 지난 2019년 한국은행 김남주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청년실업의 이력현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기(20~29세)에 높은 실업률을 경험한 세대가 이후 연령대에서도 다른 세대에 비해 더 높은 실업률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말로 풀이하자면 청년기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은 평생 고용불안에 시달릴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다.

청년실업의 이력현상 분석 중 일부 발췌

[출처: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경제분석' 25권 2호(2019.6)]

보고서의 이야기는 정확했다. 2004년 1월의 청년 구직자는 나이 마흔이 넘어서야 한 직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 그동안 그는 열 번의 이직을 했고 그의 가족은 가장의 바뀐 직장을 따라 전국을 이사 다녀야 했다. 그래도 그는 운이 좋았다. 1998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구해야 했던 대부분의 청년 구직자는 50줄에 접어든 지금도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힘겨운 취업의 계단

5월 고용동향을 보며 20여년 전의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정말 운이 좋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지금도 수십만 명의 청년들이 고용의 문턱에서 힘없이 돌아서고 있다. 앞으로 1~2년 이내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다면 그는 평생 고용불안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이재명 정부에서 청년 일자리 회복 방안을 마련한다고 한다. 가용 정책수단을 총동원해서 대응하겠다는 말도 했다. 청년 고용대책이 나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에 매번 속는 듯한 생각이 들지만 이번만은 다르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정부의 예산을 아낌없이 쏟아 부어야 한다. 청년기에 쌓은 직업 경험이 곧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기도 하다. 더는 불 켜진 사무실을 바라보며 좌절감과 무력감에 괴로워하는 청년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산업부장)

spnam@yna.co.kr

남승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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