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인식의 전환'이라는 말이 있다.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태도를 완전히 새롭게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실패를 이미 끝난 결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축적한 데이터로 인식하는 경우다. 인식의 전환 뒤에는 다시 실행하겠다는 의지가 내포됐다고 본다. 인식의 전환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새로운 방법을 제공하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부동산 안정을 위한 해법으로 '닥치고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등의 수요 억제에 집중하던 정부의 태도가 바뀌었다는 신호다.
정부의 부동산시장에 대한 인식의 전환 결과물은 실행이어야 한다. 김 실장은 태릉CC 개발과 그린벨트 해제, 공공부지 활용 등을 거론하면서 "아니 닥치고 지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영등포와 구로 등 노후 공업지역 활용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해관계가 복잡한 지역에 대해서 설득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점도 중요하다. 시작을 가로막는 행정·정치적 걸림돌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돼서다. 청와대가 부동산 대책의 최우선 과제로 '공급'을 둔 것은 시장 심리에 잔잔한 물결 효과를 낼 것이다. 청와대는 부동산에 대한 국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국민 대토론회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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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라는 점은 잘 살펴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발 성과급이 곧 현실화할 예정인 데다 인공지능(AI) 붐에 따른 국내외 증시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상당한 자본 평가이익을 얻은 개인들도 많아졌다.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한국은행은 최근 발간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오름세가 지속되고 레버리지 자산 투자도 늘어나는 등 가계부채 증가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용범 실장도 올해 실질성장률은 3%, 명목성장률은 10%대가 전망되고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도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언급했다.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데 이를 헤지하지 않는다면 기존에 가진 자산은 녹는다. 이는 투기가 아니라 방어다.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은 '좋은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고 말했다. 인식의 전환 후에 필요한 것은 빠른 실행이다. 하지만 정책의 수립과 실행을 담당할 국토교통부와 산하 공기업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자리가 8개월째 공석이다. 대통령의 부동산 안정화 의지를 뒷받침할 정책과 실행 계획을 내놓을 사람과 조직이 안 보이는데 시장이 어떻게 신뢰하겠는가. 조속히 당·정·청이 한 몸으로 나서서 이를 집행할 조직을 정상화하는 것이 '인식의 전환'을 '정책의 성과'로 바꾸는 길이다. 다음 달 말쯤에 부동산 종합 대책이 나온다고 한다. 청년들이 이번 청와대의 인식 전환을 제대로 체감할 수 있는 내용을 기대해본다. (선임 기자)
liberte@yna.co.kr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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