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채권시장만 알고 있는 39조 달러(약 6경 원) 규모 국가 부채의 진실이 있다고 월가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26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매파적 신호를 보내자 미국 국채 금리는 장기물보다 단기물 위주로 올랐다.
미국 2년물 금리는 지난 16일 4.05%에서 FOMC 이후 지난 22일 4.24%까지 상승했다. 반대로 미국 10년물 금리는 같은 기간 4.44%에서 4.51% 오르는 데 그쳤다. 10년물 금리는 간밤 4.40%까지 재차 하락했다.
국가 부채 우려가 커지는 데도 미국 10년물 금리가 오히려 하락하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미국 정부는 이미 군사비나 보건 의료비, 기타 예산 등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항목들보다 더 많은 액수인 연간 1조 달러 이상을 오직 '국채 이자 비용'으로만 지출하고 있다. 연준이 매파적인 태도를 취한다고 해서 이런 이자 청구서가 곧바로 타격을 입는 것은 아니다.
국가부채는 하나의 고정금리로 빌린 대출이 아니다. 정부가 기존 대출을 갚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자금을 조달하고, 당일 시장이 책정한 금리를 지급하는 복잡한 구조다. 따라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릴 때 직격탄을 맞는 것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단기 대출'이다.
얼라이언번스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직원인 에릭 위노그라드는 "연준이 금리를 인상해 1년짜리 단기 금리가 소폭 오르는 것은 부채 전체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국가부채에서 더욱더 중요한 것은 정부가 10년 또는 30년 만기로 묶어두는 장기금리다. 이 금리는 현재 유가 하락과 인플레이션 둔화 속에 하락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장기금리의 '평온함' 속에서도 두 가지 경고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하나는 기간 프리미엄으로, 맥쿼리의 경제 리서치 헤드인 데이비드 도일은 투자자들이 정부에 장기로 돈을 빌려줄 때 요구하는 기간 프리미엄이 점차 높아져 최근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고 진단했다.
다음으로는 재정 적자 문제다. 실업률이 낮고 경제가 건강한 상태임에도 미국 정부는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약 6%에 달하는 돈을 빚내서 쓰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는 매우 기이한 조합으로, 보통은 경기 침체기에나 이런 규모의 부채를 조달한다.
도일 헤드는 "미국 정부가 지급하는 평균 국채 금리는 약 3.35%인데, 만약 이 금리가 5%나 6%까지 치솟는다면 이자 비용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재정 적자는 GDP의 10%를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미국의 장기 금리 안정세가 일정 부분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일 수 있다는 지적도 채권시장 내부에서 제기된다.
미국 정부가 장기 국채 발행을 줄이고 단기물 위주로 자금을 조달하는 동시에 연준은 보유 중인 채권의 매각(양적 긴축) 속도를 늦추며 장기 금리를 인위적으로 누르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완충 장치가 없는 경우 유사한 재정 문제로 일본, 영국, 프랑스 등의 장기 금리는 이미 급격하게 치솟은 바 있다.
위노그라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국가 부채가 갑자기 감당 불가능해지는 '마법의 숫자'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부채는 이를 뒷받침할 의향이 있는 대출 기관들이 존재하는 한 계속해서 유지될 것이고, 지금까지 그래왔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이런 기류가 바뀐다면 그것은 경제적 문제라기보다는 아시아 중앙은행들을 중심으로 한 거대 외국인 채권자들의 정치적 결정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ywkwon@yna.co.kr
권용욱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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