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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반도체 초호황, 부동산 발열을 잡아라

26.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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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반도체 경기로 달궈진 수도권 부동산

충청·호남권 균형발전으로 열기 식혀야

김용범 정책실장,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6.24 dwise@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반도체 엔지니어나 데이터센터 운영자의 골칫거리는 발열(發熱)이다. 전자가 회로를 지날 때 마찰열이 생기고, 초당 수십억번 켜졌다 꺼지는 스위치에서도 열이 발생한다. 칩은 뜨거워지면서 느려지고, 수명을 잃는다. SK하이닉스 같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사가 열을 빼내는 기술에 목을 매달고,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하이퍼스케일러가 차가운 바닷속에 데이터센터를 지어보는 이유다.

지나치게 뜨거운 경기는 정책당국자의 골칫거리다. 소비 증대로 생활물가가 급격하게 오르거나, 자산시장으로 흘러든 유동성으로 집값이 고공행진해서다. 중앙은행과 정부가 통화·재정정책을 통해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골디락스'를 추구하는 이유다.

한국 경제가 반도체 초호황으로 뜨겁다. 한국경제인협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2.7%로 전망했다. 한경연이 산출한 잠재성장률(2.0%)을 0.7%포인트 웃돈다. 인공지능(AI)향 반도체 수출이 경제를 달궈서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372억달러)은 월 기준 역대 최대고,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의 수출액(225억달러)도 기록적이다.

뜨거운 열기가 부동산으로 옮겨붙었다. 삼성전자 임직원이 선호하는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서 아파트값이 올해부터 현재까지 11% 넘게 올랐다. 삼성전자가 풀 대규모 성과급에 대한 기대가 집값을 밀어 올렸다. 반도체 배후 주거지를 중심으로 경기 남부만 오른 게 아니다. 서울 집값도 상승세다. 삼전닉스 랠리 속 주식·채권을 판 돈 2조4천억원(올해 1~4월)이 서울 주택을 사는 데 들어갔기 때문이다.

정부는 부동산 발열에 고민 중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얼마 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상반기 실적이 확정되고 성과급 규모가 가시화되면 사람들 마음속에 확신이 자리 잡기 시작할 것"이라며 "부동산 매수 심리도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빚을 내는 사람들이 아니라 현금을 가진 사람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나 정부의 대출 규제로도 '수도권 부동산 열병'을 잡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이다.

해법은 열기 분산이다. 반도체 엔지니어는 열을 넓은 면적으로 퍼뜨려 온도를 낮추는 '히트 스프레더' 기술을 활용한다. 정·재계도 수도권에 갇힌 반도체 초호황 열기를 충청도와 전라도로 퍼뜨리는 방법을 논의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만나 지역투자를 논했다고 전해졌는데, 지난 25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청와대에서 만났다고 한다. 29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국토 공간 대전환(지방균형국가)' 회의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구체적인 호남·충청권 투자계획이 나올 예정이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반도체 공장이 호남·충청권에 들어선다면, 구조적인 메모리 호황 속에서 부동산 수요도 남하(南下)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일각에선 집적효과가 중요한 반도체산업 특성상 경기도 남부 클러스터에 집중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2050년대에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도 전력과 용수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보고서를 국회입법조사처가 얼마 전 발표했다.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산업단지가 필요하고, 비(非)수도권 지역이 미래 반도체 산업을 위해 전력·용수와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정치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듯한 모습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국가 자본주의'가 귀환한 시대다. 글로벌 패권 경쟁 속 주요국은 직접 전략산업을 키우고 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미국이 국가 자본주의로 조용히 복귀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자유시장 정책을 버리고 개입주의적 모델을 채택 중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기업 인텔의 지분(10.0%)을 매수하기까지 했다. 경쟁국인 중국은 오래전부터 국가 자본주의 모델로 반도체 산업을 지원했고, 일본은 라피더스라는 반도체 기업을 만들었다. 정부와 기업의 소통은 장려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기업의 지역투자는 부동산 문제로 인한 인구소멸을 해결할 실마리다. 지방균형발전은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부동산 폭등→주거 불안정→저출산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기업을 전력으로 지원해 수도권 부동산 열기를 식혀야 한다. 반도체 엔지니어가 과학적 접근으로 발열을 잡는 기술을 개발하듯, 실증을 통한 정교한 지원정책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산업부 서영태 기자)

ytseo@yna.co.kr

서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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