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전력공사[015760] 경영진이 자사주 보유를 통해 책임 경영의 표준을 새로 정립하고 있다. 낡은 관행과 규정 뒤에 숨어 주주가치를 외면하는 상장 공기업 전반에 던지는 묵직한 경종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 이사회는 최근 신규 부사장 선임을 의결했다. 인사 이후 이들의 지분 보유 현황이 시장에 공개됐다. 김재군 전력계통본부장(부사장)(821주)과 백우기 기획부사장(734주), 전찬혁 해외원전사업본부장(부사장)(1천225주) 등 신임 사내 상임이사 3명이 모두 자사주를 쥐고 이사회에 입성했다.
기존 김동철 사장(400주)을 필두로 오흥복 전 부사장(2천166주), 서철수 전 부사장(494주) 등 전임 상임진이 다져놓은 지분 참여 전통이 세대교체 속에서도 온전히 유지됐다. 임원들의 자사주 보유는 직원 시절 우리사주 제도를 통해 취득한 주식을 임원 승진 이후에도 매각하지 않거나 사들인 결과다. 회사의 주가와 운명을 함께하겠다는 경영진의 의지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반대 행보를 걷는 한국가스공사[036460]의 지배구조는 민망한 수준이다. 최연혜 사장을 포함해 부사장단과 상임감사 등 의결권을 가진 가스공사 등기 사내이사 전원의 자사주 보유량은 정확히 0주다.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최고 수뇌부는 철저히 자사주를 외면했다.
왜 지분을 갖지 않냐는 연합인포맥스의 질의에 가스공사는 공직자윤리법상 3천만원 제한을 핑계로 임원들에게 매입하지 말 것을 권유한다는 해명을 내놨다. 더불어 8개 상장 공기업 중 한전을 제외하면 자사주를 쥔 사장이 없다며 낡은 관행을 정당화했다. 주식시장에서 평가받는 기업가치에 얼마나 무관심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책임경영이라는 가치를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진 않는지 의심스럽다. 최연혜 사장은 배우자·차녀 명의를 합해 9억2천747만원의 예금과 1천679만원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을 신고했다.
가스공사의 이러한 인식은 정부를 향한 자본시장의 의구심마저 키우는 실정이다. 겉으로는 정부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외치면서 뒤로는 공기업 임원들에게 자사주를 쥐지 말라고 압박하는 이중적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관행의 그늘 뒤에 숨은 복지부동과 공무원 마인드가 정부의 경제 기조를 정면으로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경영진의 낙후된 책임 의식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과도 극명히 대비된다. 가스공사는 국내 가스 도입 및 도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최대 공기업이자,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바잉 파워를 지닌 핵심 플레이어다.
하지만 큰 덩치가 무색하게 글로벌 리스크 관리 능력은 낙후돼 있다. 공급망 위기가 고조되고 에너지가 귀해진 이란 전쟁 국면에서 주가는 전혀 탄력을 받지 못했다. 카타르 불가항력 사태 등 결정적인 대외 악재 속에서도 상장사로서 마땅히 보여줬어야 할 선제적 리스크 헤징이나 자구책 마련은 전무했다.
거대한 몸집이라는 우물 안에 안주한 채 위기 대응 능력을 상실했다는 세간의 평가는 무겁다. 지난 2년간 가스공사 주가는 46% 급락했다. 일부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사석에서 "우리가 주가 뛸 일이 뭐가 있냐"는 말을 한다. 소액주주들에게도 같은 발언을 할 수 있나.
[출처: 한국가스공사]
상장 공기업은 엄연히 국민의 피 같은 자본으로 설립돼 증시에 상장된 주식회사다. 주주환원과 소수 주주 존중을 외면한 채 관행과 규정만 읊조리는 지배구조는 필요치 않다. 한전의 모범 사례처럼 재임 기간 기업을 책임지겠다는 성의의 최소 조건이 바로 자사주 보유다.
이제는 공기업 임원들의 자사주 보유를 적극 권장하는 분위기로 전환할 때다. 밸류업을 향한 정부의 진심은 거창한 구호가 아닌, 이 작은 실천에서 판가름 난다. (산업부 이재헌 차장)
jhlee2@yna.co.kr
이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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