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장원 선임기자 = 케빈 워시 신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인공지능(AI) 혁명이 공급을 확대하고 인플레이션을 낮춰 궁극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이끌 것이라는 낙관론을 펼치고 있으나 이는 과거의 역사를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선택적으로 수용한 통화 정책적 오판일 수 있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2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AI가 유발하는 전례 없는 자본 수요 폭발과 미래 소득 기대감은 오히려 실질 중립 금리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려 고금리 장기화를 고착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AI는 금리를 낮출 것인가' 제하의 기사에서 "워시 의장이 1990년대 미국 경제의 장기 호황을 이끈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의 계승자를 자처하고 있지만 그는 마에스트로(그린스펀)의 악보 중 자신이 듣고 싶은 전반부만 듣고 금리 인상과 닷컴 버블 붕괴로 이어진 후반부는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현재 워시 의장은 AI 기술이 기업의 단위 원가를 절감하고 경제의 잠재 성장률을 높여 인플레이션 압력을 제어하는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는 공식 생산성 통계가 뒤늦게 반영될 것이라며 대기업 CEO들의 낙관적인 현장 일화를 바탕으로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비둘기파적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나 AI가 금리를 하방이 아닌 상방으로 밀어 올릴 요인이 훨씬 더 우세하다고 분석했다.
단기적 관점에서는 이미 AI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 센터와 AI 반도체, 전력망 건설을 위해 부채에 의존한 천문학적인 지출을 쏟아붓고 있으며 증시 호황에 따른 자산 효과가 소비를 자극해 경제를 과열시키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선 AI로 인해 미래의 경제 성장률과 소득 전망이 치솟으면 가계와 기업은 미래의 풍요를 담보로 현재 지출과 투자를 늘리게 된다.
이는 자본에 대한 수요를 폭발시켜 경제가 과열되거나 냉각되지 않는 이론적 실질 금리 수준인 '중립 금리(r*·r-star)' 자체를 끌어올린다.
런던대학교(UCL)의 루카시 라헬 교수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AI 혁명은 글로벌 중립 금리를 약 1%포인트가량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추정됐다.
물론 AI로 인한 금리 하락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초인공지능이 지식 노동을 상품화하고 경쟁을 심화시킨다면 기업의 이윤과 예상 수익률이 줄어 투자 수요가 약화될 수 있다. 노동 시장의 격변에 직면한 가계는 더 밝은 미래를 담보로 대출을 받기보다는 예비적 저축을 늘릴 수 있다. 일자리의 광범위한 대체는 중립 금리를 훨씬 더 낮출 수 있다. 소득이 노동자보다 자본가에게 더 많이 흘러간다면, 부자들은 추가로 얻는 돈 중 더 많은 금액을 저축하기 때문에 총지출이 약화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처럼 AI가 미칠 파급 경로가 극단적으로 엇갈릴 수 있는 만큼 워시 의장은 겸손함을 가지고 정책접근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코노미스트는 1990년대 그린스펀의 역사적 결말을 상기시켰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1996~1997년 IT(정보기술) 생산성 향상을 간파해 금리를 동결했으나 이후 기술 혁명이 촉발한 자산 거품과 '수요의 폭주'에 경악했다.
결국 그린스펀의 연준은 1999년 6월부터 2000년 5월까지 금리를 6차례나 급격히 인상하며 뒤늦게 진화에 나섰으나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했고 직후 닷컴버블 붕괴라는 참혹한 결말을 맞이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강조했다.
jang73@yna.co.kr
이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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