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개정안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자본시장법상 '5%룰(대량보유 보고제도)'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행 평가 역시 기존 기관이 아닌 민간 출자자나 독립 기구가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6일 논평을 내고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안을 두고 이같은 의견을 밝혔다. 포럼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반영과 협력적 관여 활동 명문화 등 이번 개정안의 전반적인 방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기관투자자 간 상호 평가 문화가 부족한 국내 환경을 고려할 때 자칫 형식적인 인증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포럼은 특히 협력적 주주활동이 명문화된 점을 환영했다. 지배주주 지분율이 30% 안팎에 달하는 국내 상장사 특성상 개별 기관투자자의 단독 견제는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여러 기관이 연대해 소수 이사나 감사를 선임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은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자본시장법상 5%룰이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지난 3월 금융위원회가 자사주 소각 요구 등을 '경영권 영향 목적'에서 제외하는 법령 해석을 내놨지만, 이사·감사 선임 연대는 여전히 경영권 영향으로 분류된다.
포럼은 "이사회 다수 교체가 아닌 소수 이사나 감사 선임을 위한 통상적 협력은 경영권 영향 목적이나 공동보유에서 배제하는 이른바 세이프 하버(면책 조항)를 법령에 명시해야 한다"며 "통상적 주주 협력을 공동행위나 경영권 추구로 보지 않는 영국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평가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정안은 발전위원회가 이행 수준을 점검하고 한국ESG기준원이 실무를 맡도록 했으나, 평가 주체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ESG 평가와 의결권 자문을 겸하는 한국ESG기준원이 이행 점검까지 맡으면 이해상충 문제가 불거질 수 있고, 순수 자문기관이 불성실 기관을 사실상 퇴출하는 권한을 쥐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금융감독원 주도 방안 역시 정부의 과도한 간섭이나 시장 규제를 의식한 형식적 평가로 전락할 부작용이 크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자가 자체적인 자율 협의기구를 두거나, 주요 연기금 등 출자자(LP)가 위탁운용사 선정 시 코드 이행 여부를 직접 평가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규제 당국과 평가 대상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별도 기구 설립도 거론된다.
포럼은 "산업은행 등이 위탁운용사 선정 심사에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을 이미 반영하고 있어 현실성이 충분하다"며 "어떤 기구가 맡든 평가의 핵심은 서류상 준수 횟수가 아니라 실질적인 이행 여부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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