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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천지개벽 '원전 뷰'

26.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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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의 SMR 유치 희망 현수막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부산 기장에 가보셨나요? SNS '핫 플레이스'로 꼽히는 대형 카페부터 잘 나가는 고급 호텔까지 북적이는데, 관광객들이 '원전 뷰'를 보며 커피를 마시고 산책하곤 합니다."

한 원자력 업계 관계자의 이 말은 원전에 대한 '천지개벽' 수준의 인식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과거 가능한 한 멀리하고 싶던 기피 시설이었지만, 이제는 원전이 보이는 해안가도 여행지의 일부로 소비되는 풍경이 낯설지 않게 된 셈이다.

지난 2011년 이웃 나라에서 벌어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국내에서 원전에 대한 여론은 급격히 악화했다. 경북 영덕, 강원 삼척 등 원전 건설이 거론된 곳들의 주민 여론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과반을 훌쩍 넘는 일이 잦았다.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는 이런 인식을 가속하는 듯했다. 같은 정당의 현 정부가 출범할 때만 해도 탈원전이 재부상할 것으로 예측하는 목소리가 컸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에너지를 떼어내 환경부를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바꾸고, 그 수장에 탈원전 성향으로 분류돼 온 김성환 장관이 임명되면서 이런 관측은 더 힘을 받았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현시점에선 원전에 대한 대국민 인식이 이전보다 상당히 개선됐고, 정부의 태도 역시 바뀌었다. 인공지능(AI) 붐 등으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에너지 정책의 무게중심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기후부가 올 초 발표한 신규 원전 계획 관련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38%가 원전을 향후 확대가 필요한 발전원으로 꼽았다. '원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89.5%에 달했고, '안전하다'는 쪽도 60.1%나 나타났다.

원전에 대한 우려가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다. 같은 조사에서 원전이 '위험하다'는 응답도 30%대로 적지 않았다. 다만 원전을 무조건 막아야 할 기피 시설로만 보던 시선이, 이제는 어떤 조건에선 받아들일 수 있음을 전제하고 이를 따져보는 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지난해 김성환 장관의 기조 변화도 이런 분위기를 보여줬다. 김 장관은 지난해 10월 "탈원전주의자가 아니라 탈탄소주의자"라고 선을 그었다. 이런 인식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긴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정부가 유지하는 흐름으로도 이어졌다.

이번 신규 부지 선정 과정에서 경쟁적인 '원전 유치전'이 펼쳐진 것은 달라진 원전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17일 대형 원전 2기 부지로 경북 영덕군을, 국내 첫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 부지로 부산 기장군을 각각 선정했다.

영덕의 변화는 극적이다. 2012년 천지원전 예정 구역으로 지정됐다가 2017년 사업이 백지화된 곳이 다시 열정적인 원전 유치에 나섰다. 영덕군은 군민 86%의 찬성 여론조사 결과와 군의회 만장일치 동의를 바탕으로 한수원에 유치 신청서를 냈다.

국내 첫 SMR 부지로 낙점된 기장도 마찬가지다. 기장군은 전체 191개 마을 이장 전원이 참여한 'i-SMR 기장군 자율유치 추진위원회'를 꾸렸고, 기장군의회도 유치 동의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한 바 있다.

이들이 이렇게 적극 유치에 나서는 것은 지역 소멸과 경제 침체라는 현실 때문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직면한 지역 입장에서 원전은 위험시설이기 이전에 산업과 재정의 기반이 된다.

안전성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원전이 보인다는 사실만으로 불안해하던 단계에서, 실제 방사선량과 관리 체계를 따져보는 쪽으로 논의가 옮겨갔다. 원전 주변 방사선량 공개와 주민 피폭선량 관리 자료가 축적되면서 막연한 공포가 일부 걷힌 영향도 있다.

동시에 재생에너지를 늘리려면 변동성을 보완할 안정적 무탄소 전력원이 필요하다는 현실도 원전의 위상을 바꿔놨다.

부산 기장군 고리 원전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 결과 '원전 뷰'를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달라졌다. 한때는 꺼림칙한 풍경이던 원전이 이제는 지역 소멸의 돌파구로, 폭발하는 전력 수요를 떠받칠 근간으로, 또는 에너지 전환의 한 축으로 다시 불리게 된 것이다. 자연스레 대중의 거부감도 줄어드는 흐름이다.

한편 김성환 장관은 이달 초 간담회에서 향후 에너지 정책 방향에 대해 신규 원전, SMR, 재생에너지 등을 모두 언급하며 "이념적이지 않고 실용적으로 국민들과 협의하고 최종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부 윤은별 기자)

eb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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