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반도체를 산업정책을 넘어 거시경제와 부동산, 노동시장, 청년정책을 아우르는 국가 전략으로 재정의했다.
동시에 생산능력 확대와 초과 유동성의 생산적 활용, 청년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지를 앞으로 경제정책을 평가하는 핵심 기준으로 제시하며 'AI 시대 경제학'의 청사진을 내놨다.
29일 김 실장은 최근 '미래를 논한다면, 반도체부터 말해야 한다'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에서 AI 시대 국가 운영의 새로운 정책 프레임을 제시했다.
반도체를 특정 산업의 성장 전략이 아니라 생산과 자본, 노동, 지역 발전을 연결하는 경제 전반의 축으로 재해석한 것이 핵심이다.
눈에 띄는 것은 반도체를 바라보는 시각의 확장이다.
김 실장은 "반도체는 더 이상 특정 산업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경제와 안보, 교육과 청년, 수도권과 지방, 금융과 부동산까지 모두 연결하는 시대의 핵심 변수"라고 규정했다.
이어 "AI와 반도체는 오늘날 하부구조"라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도체를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김 실장이 앞서 페이스북에 올렸던 'AI 시대, 짓는 나라가 이긴다(Fab Capacity is King)' 제목의 글 과도 맞닿아 있다.
당시 글이 AI 시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을 '생산능력(Fab Capacity)'으로 규정하고, 최첨단 팹과 전력·용수·인허가 등 생산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산업정책의 방향을 제시했다면, 이번 글은 그 범위를 거시경제 전반으로 확장한 것으로 해석된다.
'짓는 나라가 이긴다'가 왜 더 많은 팹을 지어야 하는지를 설명했다면, '미래를 논한다면, 반도체부터 말해야 한다'는 반도체 호황으로 만들어지는 부를 어떻게 관리하고 누구에게 기회를 돌려줄 것인지까지 국가 전략의 범위를 넓힌 셈이다.
김 실장이 제시한 경제정책의 핵심 과제는 세 가지다. 생산능력과 초과 유동성, 청년 문제 해결이다.
그는 "AI 시대의 승부는 결국 얼마나 많은 최첨단 반도체를 얼마나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생산능력은 곧 국가 경쟁력"이라고 밝혔다.
이어 "더 많은 팹을, 더 빨리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특별호황으로 막대한 부가 창출되더라도 그 자금이 수도권 부동산으로 집중될 경우 "산업에서는 승리했지만 사회에서는 실패하는 역설"이 나타날 수 있다고도 진단했다.
이어 "정책은 돈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돈이 어디로 흐를지를 설계하는 일"이라며 초과 유동성을 해외 투자와 미래 대응기금, 새로운 산업과 도시 조성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실장은 AI가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산업과 직무 간 격차를 확대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호황의 시대에 청년이 절망한다면 그것은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국가의 실패"라고 했다.
이를 위해 뉴딜에 버금가는 교육과 재교육, 산업 전환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김 실장은 수도권 밖 대규모 반도체 팹 클러스터를 단순한 지역 개발 정책이 아니라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국가 전략으로 해석했다.
그는 "이것은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아니다"라며 "AI 시대의 생산능력을 키우는 산업정책"이라고 여러번 강조했다.
동시에 "반도체 호황으로 생긴 초과 유동성을 부동산이 아니라 공장과 전력망, 용수 인프라, 연구시설, 장비산업, 새로운 도시로 흘려보내는 거시경제 정책"이라며 여기에 "수십만 개의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청년들에게 새로운 산업으로 올라설 사다리를 놓는 사회정책"이라는 의미도 부여했다.
산업정책과 거시경제, 노동시장, 청년정책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통합한 셈이다.
글 말미에는 향후 경제정책을 평가할 새로운 기준도 제시했다.
김 실장은 ▲생산능력을 키우는가 ▲초과 유동성을 생산적인 곳으로 흐르게 하는가 ▲청년에게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가 등 세 가지 질문에 모두 "예"라고 답할 수 있어야 좋은 정책이라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반도체 정책을 넘어 앞으로 이재명 정부 경제정책 전반을 관통하는 판단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경제계에서는 이번 글을 통해 김 실장이 AI 시대 국가 경쟁력을 '생산능력'에만 머물지 않고 자본의 흐름과 청년 일자리, 지역 성장까지 연결하는 새로운 정책 프레임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반도체를 중심으로 산업정책과 거시경제정책, 사회정책을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묶어낸 것이 이번 글의 가장 큰 특징이라는 분석이다.
더불어 이날 청와대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앞두고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국가전략의 철학을 설명하기 위한 메시지라는 해석도 있다.
이날 국민보고회에서는 삼성전자와 SK그룹이 향후 10년간 1천조원 규모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공개하고, 정부는 전력과 용수, 산업부지, 인허가 등 기업 투자를 뒷받침할 국가 차원의 지원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 정부 인사는 "이날 발표되는 메가프로젝트는 반도체 투자를 늘리는 산업정책인 동시에, 수도권 부동산으로의 자금 쏠림을 막고 지역 성장거점을 육성하며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거시경제·사회정책까지 아우르는 프로젝트임을 보여주는 것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6.24 dwise@yna.co.kr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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