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부문장 "산업 데이터가 핵심"…도메인에서는 경쟁력 있어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연구원의 역할은 각 계열사들이 AI로 사업화할 수 있는 것, 제품화시킬 수 있는 것들이 무언지, 그것을 같이 연구하는 거라고 보면 됩니다. 계열사의 AI 주도 트랜스포메이션에 기술 공급자 역할 뿐만 아니라, 실제 문제를 해결해 주는 프로그램 서빙 역할도 합니다"
이화영 LG AI연구원 사업개발 부문장(상무)은 최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LG그룹 내 AI연구원의 역할을 이같이 설명했다.
LG AI연구원은 초거대 인공지능(AI) 모델 '엑사원(EXAONE)'을 개발한 조직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역할은 모델 개발에 그치지 않는다. 계열사의 AI 전환을 지원하고, AI 기반 신사업 기회를 발굴하며, 그룹 내부의 AI 활용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출처: LG AI연구원]
◇ "통제 조직 아니다"…계열사 AI 난제 먼저 푸는 조직
이 부문장은 LG AI연구원의 미션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주요 계열사의 AI 전환을 실질 성과로 연결하는 일이다. 제품 개발과 생산, 공급망관리(SCM), 공장 운영, 신소재 발굴, 신약 개발, 배터리 품질 검사 등 계열사가 안고 있는 문제를 AI로 푸는 것이 목표다.
그는 "LG전자의 공장 자동화, LG에너지솔루션의 비전 검사, 생활건강의 SCM 고도화 등 계열사별 과제를 함께 풀고 있다"며 "그룹이 가진 산업 영역이 다양한 만큼 AI가 풀어야 할 문제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둘째는 그룹 차원의 신사업 기회를 찾는 일이다. AI, 바이오, 클린테크 등 LG가 중점적으로 보는 분야에서 기술적으로 어떤 사업 기회가 있는지를 살펴보고 외부 파트너와의 협력 가능성을 검토한다. 셋째는 그룹 구성원의 AI 활용 역량을 높이는 일이다.
다만 이 부문장은 LG AI연구원을 그룹 AI 컨트롤타워로 규정하는 데는 선을 그었다. 그는 "거버닝(지배)하는 조직은 아니다"라며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방법을 먼저 시도하고, 어려운 문제를 푸는 데 도전해 그 노하우를 계열사에 전파하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산업 영역으로 들어가면 경쟁력 있다"
엑사원의 경쟁력도 범용 챗봇과는 다른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챗GPT, 클로드, 제미나이 같은 글로벌 빅테크 모델과 비교하면 일반 영역에서는 벤치마크상 뒤처지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제조, 화학, 배터리, 금융, 바이오처럼 도메인이 좁혀지면 얘기가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이 부문장은 "일반 영역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전문 산업 영역으로 들어가면 그렇지 않다"며 "타깃을 좁히고 LG의 산업 영역이나 파트너사의 영역에 들어가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핵심은 데이터다. 컴퓨팅 자원은 자본을 투입하면 확보할 수 있지만, 양질의 산업 데이터를 장기간 축적한 기업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 부사장은 "오랫동안 제조와 산업 현장을 운영해 온 LG 같은 기업에는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공개된 엑사원 4.5도 같은 방향성을 보여준다. 엑사원 4.5는 텍스트와 이미지를 함께 처리하는 비전언어모델로, 산업 문서 이해에 초점을 맞췄다. 산업 현장의 문서에는 표와 차트, 그래프, 도면, 화학식 등 다양한 정보가 섞여 있다.
이 부문장은 "엑사원 4.5는 산업 분야 문서를 이해하는 영역에서 최고 수준"이라며 "화학의 분자기호처럼 전문가들만 이해할 수 있는 기호도 데이터로 정제해 학습시킨다"고 말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금융·제약·컴플라이언스로 사업화 확장
엑사원은 그룹 내부 적용을 넘어 외부 사업화도 모색하고 있다. 이 부문장은 금융, 제약, 데이터 컴플라이언스를 대표 사례로 들었다.
금융 영역에서는 시장 데이터와 뉴스를 기반으로 종목별 전망과 설명문을 생성하는 방식이다. 대형주보다 정보가 부족한 미드캡·스몰캡 영역에서 AI가 매일 전망과 근거를 생성해 데이터로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LG AI연구원은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과 함께 올해 초부터 금융 AI에이전트인 '엑사원-BI'가 예측한 점수와 보고서를 활용한 데이터 상품을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제약 영역에서는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임상시험 대상 환자 선별을 지원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타깃 항암제 시대에는 특정 환자군을 빠르게 찾아내고, 해당 환자에게 맞는 치료제를 제시하는 과정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LG AI 연구원은 '암 에이전틱 AI'도 개발 중이다.
생성형 AI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과 상업적 이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데이터 컴플라이언스도 새 사업 영역이다. 공개 데이터 안에 섞여 있는 라이선스 문제를 AI로 점검하는 방식이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피지컬 AI는 공장부터…엔비디아와는 생태계 협력
피지컬 AI에 대해서는 공장 적용이 가정보다 먼저라고 봤다.
이 부문장은 "LG가 피지컬 AI를 잘할 수 있는 공장을 많이 가지고 있다"며 "가전, 배터리, 카메라, 디스플레이 공장은 데이터를 만들고 로봇을 적용해 사업적 효과를 볼 수 있는 테스트베드"라고 말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접근을 강조했다.
그는 "공장과 가정이 타깃이라면 꼭 걷는 것이 중요한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다리보다 바퀴로 움직이고, 손과 지능에 더 집중하는 형태가 더 현실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와의 협력도 단순 구매·판매 관계가 아니라 생태계 구축 차원으로 봤다. 그는 "우리가 이걸 공급하고 저걸 받는 관계가 아니라, 전체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논의하는 관계"라고 말했다.
엑사원의 승부처는 결국 범용 챗봇 시장이 아니다. LG가 실제 데이터를 가진 산업 현장이다.
이 부문장은 "내가 만든 엑사원이 실제 산업에서 쓰이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 단계로 왔다"고 말했다.
ysyoon@yna.co.kr
윤영숙
ysyoon@yna.co.kr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