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사원·엔비디아·AIDC 묶는 '원LG' 전략…현장 적용이 관건
[※ 편집자주 = 인공지능(AI) 경쟁의 무게중심이 챗봇과 초거대 모델에서 로봇, 공장, 데이터센터 등 실제 산업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주목할 기업은 LG그룹입니다. 풍부하고 다양한 제조 경험을 바탕으로 엑사원(EXAONE), 엔비디아 협력, AI 데이터센터(AIDC), 기업용 AX(AI 전환)를 묶어 AI 전략의 방향을 '피지컬 AI'로 넓히고 있습니다. 연합인포맥스는 3건의 기사를 통해 이런 LG그룹의 AI 전략과 LG AI연구원의 엑사원 개발 방향, 로봇·AIDC·AX를 통한 수익화 가능성을 짚어봅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인공지능(AI) 승부처가 가전과 서비스의 기능 고도화를 넘어 공장과 로봇, 데이터센터를 움직이는 '피지컬 AI'로 이동하고 있다.
그동안 LG의 AI 전략이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EXAONE)'과 가전·TV·통신 서비스의 AI 적용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AI가 실제 산업 현장에서 작동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AI가 제품을 추천하거나 음성 명령을 처리하는 수준을 넘어 공장을 최적화하고, 로봇을 학습시키며,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단계로 이동하는 셈이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엔비디아 협력, 단순 GPU 조달 넘어 생태계 구축
29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의 피지컬 AI 전략이 부각되기 시작한 분기점은 엔비디아와의 협력 확대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방한 기간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만나 휴머노이드 로봇과 차세대 데이터센터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황 CEO는 회동 이후 LG와 휴머노이드 로봇, 미래 데이터센터 개발을 함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GPU 공급 협력과는 성격이 다르다. AI 모델을 만들고, 가상환경에서 검증하고, 실제 로봇과 제조 현장에 배포하는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LG 입장에서는 엔비디아의 AI 인프라와 로보틱스 생태계를 활용해 피지컬 AI 구현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제조와 가전, 배터리, 통신 인프라를 보유한 LG는 피지컬 AI 확산을 위한 주요 파트너가 될 수 있다.
LG가 피지컬 AI를 전면에 내세울 수 있는 배경에는 그룹 포트폴리오가 있다. LG전자는 가전과 로봇, 전장, 냉난방공조(HVAC)를 보유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카메라와 센싱 부품,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LG유플러스는 통신망과 AI 데이터센터(AIDC), LG CNS는 클라우드와 AX(AI 전환), 스마트팩토리 구축 역량을 맡는다.
여기에 LG AI연구원의 엑사원이 그룹 AI의 두뇌 역할을 하는 구조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엑사원은 두뇌, 공장은 실험장
LG AI연구원의 역할도 기존의 모델 개발 조직을 넘어섰다.
엑사원은 챗GPT나 제미나이처럼 범용 챗봇 시장에서 정면으로 경쟁하기보다 LG가 보유한 산업 데이터를 활용해 제조, 화학, 배터리, 가전, 금융, 바이오 등 특정 영역의 문제를 푸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올해 공개된 엑사원 4.5는 텍스트와 이미지를 함께 처리하는 비전언어모델로, 산업 문서 이해와 장문 추론에 초점을 맞췄다. 산업 현장의 문서는 단순 텍스트가 아니다. 표와 차트, 그래프, 도면, 화학식 등이 함께 들어간다. LG가 엑사원을 범용 모델보다 산업형 모델에 가깝게 설계하는 이유다.
피지컬 AI의 핵심은 결국 데이터다. 로봇이 공장에서 일을 하려면 사람의 움직임과 공정 변화, 제품 위치, 불량 상황, 설비 상태를 이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실제 현장에서 쌓인 데이터와 가상환경에서 만든 학습 데이터가 모두 필요하다.
LG는 이 지점에서 제조업 기반을 강점으로 보고 있다. 가전, 배터리, 카메라 모듈,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로봇과 AI를 시험할 수 있는 현장이 많다. 이미 자동화가 끝난 공장보다 사람의 손이 많이 들어가는 공장일수록 피지컬 AI 적용 여지도 크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계열사 역할 뚜렷해지는 '원LG'
계열사별 역할도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LG전자는 피지컬 AI의 제품화와 완성 로봇, 홈 AI, 전장,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을 맡는다. 로봇을 가상환경에서 학습·검증하고 실제 제품에 적용하는 과정에서도 핵심 축이 될 수 있다.
LG CNS는 로봇과 AI를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플랫폼 역할을 맡고 있다. 로봇 학습 데이터 수집부터 검증, 현장 적용, 운영, 관제까지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제조사가 다른 여러 로봇을 하나의 체계에서 운영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LG이노텍은 로봇과 자율주행에 필요한 카메라, 센서, 통신 모듈, 기판을 담당한다. 로봇은 주변 환경을 3차원으로 인식해야 하는 만큼 광학·센싱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와 ESS를 통해 로봇과 데이터센터 양쪽에 연결된다. 로봇은 제한된 공간 안에서 높은 에너지 밀도가 필요하고, AI 데이터센터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비상전원 체계가 중요하다.
LG유플러스와 LG CNS는 AI 데이터센터와 AX 사업을 통해 인프라와 서비스 수익화를 맡는다. LG유플러스는 파주 AIDC를 중심으로 GPU 자원과 전력, 냉각, 네트워크를 통합 관리하는 AI 인프라 사업자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LG CNS는 데이터센터 설계·구축·운영과 기업용 AX를 결합해 외부 고객으로 사업을 넓히는 구조다.
결국 LG의 AI 전략은 세 갈래로 압축된다. 첫째는 엑사원을 중심으로 한 산업 특화 AI 모델이다. 둘째는 로봇과 스마트팩토리, 전장, 스마트홈으로 이어지는 피지컬 AI 적용이다. 셋째는 AI 데이터센터와 AX 사업을 통한 인프라·서비스 수익화다.
관건은 통합 실행력이다. LG는 AI 모델, 제품, 공장, 부품, 배터리, 통신망, 데이터센터를 모두 갖춘 드문 기업집단이다. 그러나 이 자산들이 계열사별로 따로 움직이면 시너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LG의 AI 승부처는 모델 자체가 아니다. 모델이 작동할 현장이다. 피지컬 AI가 LG의 다음 성장축으로 부상하는 이유다.
ysyoon@yna.co.kr
윤영숙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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