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선임기자 = 중앙은행이 시장 기대치를 넘어서는 금리 결정에 나설 경우 단기금리는 시장 예상을 밑돈 경우보다 10배 더 강하게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9일 유럽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에 따르면 마이클 에르만 독일 프랑크푸르트 금융경영대학원 중앙은행학 교수와 폴 허버트 프랑스 중앙은행 연구원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전하면서, "금융시장은 통화정책의 예상치 못한 변동 규모뿐 아니라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정책 시행 또는 미달 여부에 주목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1997년부터 2023년까지 정책금리에 대한 시장의 설문조사 자료와 14개 선진국의 통화정책 결정을 바탕으로 분석을 진행했는데, 약 18%는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고, 20%는 미달했으며 나머지는 모두 기대에 부합했다.
연구진은 여기서 더 나아가 시장이 25bp의 금리 인상을 예상했으나 중앙은행이 50bp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경우와, 시장이 50bp 금리 인하를 예상했지만 중앙은행이 25bp만 금리를 인하한 경우 등 2가지 시나리오를 통해 시장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했다.
2가지 시나리오 모두 통화정책이 시장 예상보다 더 긴축적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결과는 달랐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중앙은행이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었고, 두 번째 시나리오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경우다.
예상치를 상회하는 통화정책 결정이 나왔을 경우 단기금리는 예상치를 하회하는 금리 변동보다 최대 10배 더 큰 반응을 보였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정책금리가 예상치보다 100bp 상회할 경우 1개월 만기의 금리는 약 100bp 변동했지만 100bp 하회하는 경우에는 1개월짜리 금리 변동이 10bp 미만에 그쳤다.
연구진은 중앙은행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강력한 조처를 하기 위해서는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하거나 인플레이션에 민감하게 대응하고자 할 경우와 더불어 점진주의 대응을 선호하는 기존 경향성을 극복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는 시장에 비교적 쉬우면서도 강력하고 명확한 신호로 읽힌다고 했다.
다만, 중앙은행의 결정이 시장 예상에 미흡할 경우는 약한 대응에 만족하거나 점진적인 접근 방식을 선호하는 것을 반영한 것으로, 투자자들의 심리 변화 폭을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결과가 통화 긴축 또는 완화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긴축이든 완화든 예상치 못한 상황 모두에서 동일한 패턴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투자자들이 결과가 기대치를 초과할 때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때보다 더 강하게 반응할 수 있는데, 이는 '준거 의존적 선호'에 따른 것이란 해석을 내놨다.
아울러 시장이 중앙은행의 대응 기능에 대한 믿음을 수정하는 경우에 해당하거나, 경제 상황에 대한 정보를 통화정책을 통해 드러낸 경우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러한 가설을 검증한 결과, 통화정책이 기대치를 상회하는 긴축이었을 경우 시장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상향 조정하고 실업률 기대치를 하향 조정했다.
통화정책 결정자들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한 인플레이션 압력과 더 견고한 경제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고 추론한 데 따른 것이다.
반면 중앙은행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긴축에 나섰을 경우에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소통과 기대 관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시장이 다양한 종류의 예상치 못한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대해 중앙은행이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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