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영문 공고 없이 18일"…금융위 스튜어드십코드 개정에 ACGA '쓴소리'

26.06.29.
읽는시간 0분

ACGA, 한국 스튜어드십코드 개정안에 구체적 개선 과제 제시

일본 30일·영국은 100일 의견수렴…영문 공고 없이 '18일' 한계 지적

"재벌 계열 운용사 이해상충 공시하고, 5%룰 불확실성 해소해야"

축사하는 이억원 금융위원장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한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 공청회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2026.6.8 kjhpress@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10년 만에 추진 중인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전면 개정안을 두고, 글로벌 대형 기관투자자들을 대변하는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가 짧은 의견수렴 기간과 해외 투자자 소통 방식에 아쉬움을 표했다.

제도적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접근성 문제와 계열 운용사의 이해상충 등 실무적 한계부터 명확히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ACGA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금융위원회(금융위)와 스튜어드십코드 평의회, 한국ESG기준원(KCGS) 등에 제출했다.

ACGA는 1999년에 설립되어 40조 달러(약 5경6천조 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을 대변하는 비영리 단체다. 의견서는 아마르 길(Amar Gill) 사무총장, 헬레나 펑(Helena Fung) 리서치·애드보커시 헤드, 안유라(Yura Ahn) 한국 리서치 헤드가 작성했다.

◇"해외 투자자 의견 듣겠다"던 금융위…공청회엔 영문 공고도 없어

ACGA가 먼저 짚은 것은 촉박한 의견 수렴 과정이다.

앞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8일 공청회 축사에서 "기관투자자가 수탁자로서 책임감 있는 주주활동에 나서야 한다"며 규범 정비의 시작을 알렸다.

그러나 한국 시장의 주요 주체인 해외 투자자들의 접근은 제한적이었다는 게 ACGA의 평가다.

ACGA는 "한국스튜어드십코드센터 웹사이트에 공식 영문 공고가 없었고, 영문 자료는 별도로 요청해야만 했다"며 다수의 외국인 투자자들이 참여에 불편을 겪은 점을 지적했다.

코드 관련 공청회나 스튜어드십코드 평의회에 외국인 기관투자자가 대표로 참여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도 함께 꼽았다.

특히 6월 8일부터 26일까지 약 18일(약 2.5주)만 부여된 공청회 기간이 국제적 관행에 비추어 짧았다고 밝혔다. ACGA는 의견서 내 표를 통해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를 개정한 일본(30일)과 영국(약 14주)의 의견수렴 기간을 직접 비교 제시했다.

ACGA는 "여름 휴가 기간이 일정 단축에 영향을 미쳤음을 이해하지만, 국제적인 모범 관행은 통상적으로 의견 수렴 기간을 더 길게 잡는 것을 권장한다"고 설명하며, 향후 개정 시 정기적인 영문 공고와 최소 한 달 이상의 사전 공개 일정을 표준 관행으로 제도화해달라고 당부했다.

ACGA는 이번 공청회에 앞서 지난 9일 한국 정부의 지배구조 개혁 성과를 호평하는 이례적인 공개 감사 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

당시 이억원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뜻깊은 서한을 받게 돼 보람을 느낀다"며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를 더욱 확대하겠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해당 약속이 나온 시점에 진행 중이던 스튜어드십코드 의견 수렴 과정에서는 정작 영문 공고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였다.

[ACGA]

◇"계열 운용사 이해상충 공시하고, 5%룰 불확실성 해소해야"

ACGA는 한국 자본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한 세밀한 제도 보완도 함께 요구했다.

먼저 대기업 집단(재벌) 계열 자산운용사의 이해상충 문제가 꼽혔다.

ACGA는 "한국 시장에서는 자산운용사가 대기업 집단과 연계되어 있어, 모기업이나 비즈니스 관계가 있는 회사들의 결의안에 투표할 때 중대한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계열사 그룹 안건에 대해 독립적으로 투표하는지 여부를 공시하고,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를 밝히도록 요구해야 한다"며 일본의 2020년 코드 개정이나 영국·유럽연합(EU) 사례처럼 투명성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자본시장 일각에서도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대기업 및 대형 금융그룹 계열 운용사들의 주주제안 동의율이 독립계 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온 만큼, 이번 의견서가 국내 논의에도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에 새로 담긴 '협력적 주주 참여(공동 관여)' 원칙에 대해서도 실효성 확보를 촉구했다.

ACGA는 "투자자들이 합법적으로 연대하더라도 대량보유(5%) 보고 제도나 '공동보유자'로 분류될 수 있다는 법적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며, 이 같은 규정이 자본시장법 소관이라 코드 자체로는 해결할 수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당국 차원의 법적 명확성 확보를 촉구했다. ACGA는 올해 3월 발간한 '아시아의 스튜어드십' 보고서에서도 세이프 하버(면책 조항) 마련을 권고한 바 있다.

일본 금융청(FSA)이 금융상품거래법 개정 등을 통해 공동 관여 시 투자자를 실질적 공동보유자로 간주하지 않도록 예외를 둔 점, 영국에서도 테이크오버 패널과 금융행위감독청(FCA)이 정당한 거버넌스 우려를 위한 연대활동이 그 자체로 '일괄행동(Acting in concert)'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한 점을 구체적 참고 사례로 들었다.

◇이행점검 실효성·KCGS 이해상충·해외 투자자 중복보고 문제도 제기

ACGA의 의견서에는 이 밖에도 한국 스튜어드십 생태계의 내실을 다지기 위한 과제가 폭넓게 담겼다.

우선 이행점검 체계와 관련해 저조한 공시나 이행 실적이 참여 자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단순한 준수 여부 확인에 그치지 않고 영국 재무보고위원회(FRC)처럼 우수 사례를 공유하며 보고 품질을 끌어올리는 방식을 제안했다.

한국ESG기준원(KCGS)의 이해상충 문제도 짚었다. KCGS가 코드 관리와 이행점검 실무를 맡으면서 동시에 의결권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을 언급하며, 정보 및 인력 차단벽(information and personnel barriers)을 유지·공개해야 시장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5%룰 개정과 평가 주체 독립성 문제를 함께 지적한 바 있어, ACGA의 권고가 국내 논의와 궤를 같이하는 양상이다.

해외 가입자의 보고 부담 완화도 요청했다. 영국·일본 스튜어드십코드나 유엔(UN) 책임투자원칙(PRI) 등 국제적으로 동등한 체계 아래 이미 보고하는 해외 투자자에게 별도의 연간 보고 의무를 부과하면 중복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ACGA는 동등 보고를 인정해주는 방식이 국제 투자자의 참여 문턱을 낮추고, 코드의 시장 기반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의견서에는 상법상 이사 충실의무의 실무 가이드라인 마련, 의결권 자문 의존도 공시 유지, 채권·부동산·비상장 등 자산군별 스튜어드십 가이드 개발, 자산소유자(연기금 등)의 위탁운용사 감독 책임 구체화, 밸류업 프로그램과의 연계 등 총 12개 세부 권고가 포함됐다.

◇개정 방향엔 지지…"코드 권위 강화가 자생적 스튜어드십 문화의 길"

다만 ACGA는 이번 개정안의 전반적인 방향성에 대해서는 지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가 반영된 점, ESG 요소가 스튜어드십의 정의와 수행에 통합된 점, 적용 자산군이 채권·인프라·부동산·비상장주식·해외자산으로 확대된 점, 협력적 관여 활동이 명문화된 점, 증권 대차 시 의결권 회수 조항이 강화된 점 등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ACGA는 "코드의 권위와 명확성을 강화하고 감독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자생적이고 시장이 주도하는 스튜어드십 문화를 만드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며 투명한 공시와 실효성 있는 이행 점검을 거듭 강조했다.

kslee2@yna.co.kr

이규선

이규선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