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국제결제은행(BIS)은 인공지능(AI) 시장이 붕괴할 경우 채권시장은 명백한 취약 지점이라고 경고했다.
BIS는 29일(현지시간) 연례 보고서를 통해 "하이퍼스케일러와 AI 연구소, 설계·조달·시공(EPC) 기업들은 막대한 규모의 부채를 발행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퍼스케일러와 인프라 제공업체들의 장기 부채 증가액은 총 3천537억 달러로, 지난 2024년 부채 감소세를 보이던 것에서 대대적으로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하이퍼스케일러들이 공격적인 자본 지출 속도를 늦추거나 중단할 경우, 공급망 전반에 걸쳐 많은 부채 차입자가 매출 손실을 만회하거나 부채를 상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BIS는 "일부 기업들의 크레디트 스프레드는 이러한 위험을 반영해 이미 확대되기 시작했다"라며 "이는 주식시장이 여전히 상당한 강세 여력을 반영하고 있는 상황과는 대조적"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보고서에 따르면 BBB 등급 이상 AI 기업들의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스프레드는 올해 3월 한때 20bp 가까이 늘어나는 등 올해 1분기부터 눈에 띄게 확대됐다.
자료 : BIS
AI부문의 자금 조달 불투명성은 취약성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하이퍼스케일러와 반도체 제조업체, AI 연구소는 복잡한 사적 계약망으로 연결돼 있다는 게 BIS의 판단이다. 가장 대표적인 형태는 '순환 금융'으로, 반도체 제조업체와 하이퍼스케일러는 AI연구소 지분을 인수하고, AI연구소는 다시 반도체나 컴퓨팅 파워를 수년간 구매하기로 약정한다.
보고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은 점점 더 제3자에게 아웃소싱되고 있으며, 이들은 장기 계약에 해지 조항을 포함해 시설을 하이퍼스케일러에 다시 임대한다"라며 "이런 계약 조건은 일반적으로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자산이 여러 번 담보로 제공될 위험이 있다"고 경계했다.
이런 상황에서 AI 관련 주식의 급격한 조정은 기업의 신용 위험에 대한 재평가를 촉발하고, 더욱더 광범위한 신용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BIS는 관측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광범위한 신용 스프레드 지수는 증시 수익률과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경향이 있고, 투자 등급보다 고수익(하이일드) 채권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진다.
자료 : BIS
BIS는 "투자 등급과 고수익 시장에서 동시에 대규모 조정이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2008년 금융 위기나 2020년 3월의 현금 확보 혼란 등 주목할 만한 선례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채권 금리 상승이나 AI산업의 몰락으로 인해 위험이 재평가될 경우 기업 신용 경색을 유발해 그때와 유사한 수준의 파괴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신용 여건이 악화될 경우 투명성이 낮은 사모대출 시장의 취약점이 더욱 드러날 수 있다.
사모대출은 이미 스트레스 징후가 나타나는 곳으로,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직접 대출 펀드는 환매 요청이 급증해 일부 펀드는 자산을 매각하고 원금을 반환하고 있다.
BIS는 "은행의 사모대출 펀드에 대한 불투명한 노출도가 증가하고 있고 보험사의 대차대조표를 통한 중복 연결 고리까지 고려하면, 이 여파는 비은행권을 넘어 더욱더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서 "특히, 일자리 창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이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ywkwon@yna.co.kr
권용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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