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남산업 뿌리 둔 글로벌 OSAT…AI 패키징 수요 급증에 K4 증설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앰코는 그걸 알고 미리 30년 전에 와 있었던 것 같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를 두고 한 말이다.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가 전력과 용수, 부지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광주·전남이 대안 입지로 부상하자, 30년 전 광주에 먼저 터를 잡은 앰코의 선택을 평가한 것이다.
앰코도 이날 30년 전 선택을 다시 꺼냈다.
이진안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대표이사는 투자 계획 발표에서 "30년 전 광주 사업장을 설립할 당시 내부적으로 반대가 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의 광주행은 이제 다른 의미를 갖게 됐다. 이 대표는 "그럼에도 현재 광주에서 수출 1위 기업이 됐고, AI가 요구하는 첨단 패키징 기술의 원조가 됐다"고 말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앰코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전공정 기업은 아니다. 전공정을 거친 반도체를 받아 칩을 자르고 기판과 연결하며, 여러 칩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은 뒤 성능을 검사하는 후공정 전문기업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OSAT, 즉 외주 반도체 패키징·테스트 기업이라고 부른다.
앰코의 출발점은 한국 반도체 산업과 맞닿아 있다. 앰코테크놀로지는 1968년 한국에서 첫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아남산업을 뿌리로 두고 있다. 아남산업은 국내 첫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기업으로 평가된다. 이후 미국에서 영업과 마케팅 기능을 맡은 앰코 일렉트로닉스가 성장했고, 1998년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현재의 앰코테크놀로지로 자리 잡았다.
회사명도 '아메리카'와 '코리아'를 합친 이름이다. 미국 애리조나주 템피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한국 제조 기반을 바탕으로 성장한 글로벌 후공정 기업인 셈이다. 국내에는 인천 부평, 인천 송도, 광주 등 세 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송도 K5 사업장은 첨단 패키징과 테스트 턴키 서비스, 글로벌 연구개발센터 기능을 맡고 있고, 광주 K4 사업장은 생산의 한 축을 담당한다.
광주 사업장은 1996년 광주 첨단산업단지에 설립됐다. K4 반도체 패키징 공장은 1997년 4월 완공됐다. 설립 당시만 해도 수도권이 아닌 광주에 대규모 생산거점을 두는 데 대한 내부 반대가 컸지만, 광주사업장은 이후 앰코코리아의 핵심 제조기지로 성장했다.
[출처: 방송 화면 캡처]
과거 후공정은 전공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았다. 그러나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이 커지면서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미세공정만으로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커졌고, 고대역폭메모리(HBM),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앙처리장치(CPU), 각종 AI 가속기 등 서로 다른 칩을 어떻게 묶고 연결하느냐가 시스템 성능을 좌우하는 단계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OSAT는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5% 정도로 작지만 꼭 필요한 분야"라며 앰코가 이 시장에서 약 15%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첨단 패키징이 부각되는 배경에 대해서는 "트랜지스터 스케일링이 물리적 한계에 직면하면서 패키징 단계에서 칩렛과 이종집적 기술을 활용해 고성능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투자는 광주 K4 사업장을 다시 키우는 프로젝트다. 앰코는 1단계로 약 5천억원을 투입해 올해 10월 팹1을 착공하고, 내년 12월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2단계 팹2에도 5천억원 이상을 추가 투자한다. 전체 투자 규모는 1조원을 웃돌고, 신규 고용은 1천명 이상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삼성과 하이닉스가 먼 미래를 그리고 있다면 앰코는 현재의 그림을 실행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서남권 반도체 생산거점을 구상하는 단계라면, 앰코는 이미 광주에서 30년 이상 생산과 인력 운영 경험을 쌓아온 기업이라는 점을 부각한 발언이다.
[출처: 방송 화면 캡처]
광주 입장에서도 앰코의 투자는 상징성이 크다.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가 전력과 용수, 인력, 부지 문제에 직면한 가운데 서남권은 재생에너지와 부지 여력,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정책 명분을 함께 갖고 있다. 여기에 국내 기업을 전신으로 둔 글로벌 후공정 기업이 추가 증설에 나서면서 광주가 실제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관건은 생태계 확장이다. 첨단 패키징은 공장 하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패키징 장비, 기판, 소재, 테스트, 설계 지원 기업이 함께 붙어야 클러스터의 밀도가 높아진다. 앰코의 1조원 투자는 30년 전 광주행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광주가 AI 반도체 후공정 거점으로 올라설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ysyoon@yna.co.kr
윤영숙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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