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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자 합의'만큼 약해진 엔화…"엔 매수 세력이 없다"

2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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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엔 170엔 위로 올라갈 수도"

(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엔화 가치가 연일 추락하며 과거 '플라자 합의' 당시 수준으로 내려왔다. 시장에서는 당국의 개입 경계도 옅어지며 달러-엔 환율이 17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1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달러-엔 환율은 이날 오전 8시5분 현재 162.59엔에 거래됐다. 달러-엔이 162엔대를 기록한 건 지난 1986년 12월 이후 약 39년 반 만의 최고 수준이다. 39년 반 전에는 전해 체결된 플라자 합의의 영향으로 엔화 강세(달러-엔 하락)가 진행 중이었다. 달러-엔 환율은 합의 전 240엔에서 1987년 말에는 120엔으로 내렸고, 엔화 가치는 2년 만에 2배가 됐다.

달러가 미국 경제 호조를 바탕으로 강세 압력을 이어가고, 일본 외환 당국의 개입 경계도 크게 옅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씨티그룹은 지난달 29일 보고서를 통해 "엔화 매수·달러 매도 포지션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씨티는 글로벌 대형 은행들이 일제히 달러-엔 상승 전망을 내놓는 상황에서도 보기 드물게 엔화 강세 기조를 유지해왔으나, 입장을 번복하게 됐다.

리소나은행의 나카자토 신스케 매니저는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로 억눌려 있던 엔화 매도·달러 매수라는 마그마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SC은행의 에자와 후쿠히로 본부장은 "달러-엔 환율 161.95엔과 162엔선 부근에 상당한 규모의 옵션 물량이 쌓여있었다"고 평가했다.

옵션은 향후 시세 변동에 대비한 상품으로, 미리 설정한 가격 수준에서 엔화나 달러 등을 사고팔 수 있는 권리를 얻는다. 설정된 수준을 넘어 엔저(달러-엔 상승)가 진행되며 손실을 감수한 엔화 매도 및 달러 매수 흐름이 가팔라졌다.

월말을 맞아 기업들의 외환 거래가 늘어나기 쉬운 시점에 환율이 크게 움직였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쓰비시 UFJ은행의합의'만큼 오카다 유스케 조사역은 "매수와 매도세가 서로 교차했지만, 수입 기업들의 달러 매수 수요가 유입되며 달러-엔 환율의 하방 지지선이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시장 내 달러 매수 압력이 상당히 견고하게 깔려있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이란 전쟁이 종료되면 달러 매수세가 후퇴되어야 하지만 시장의 시각은 다른 셈이다.

HSBC은행은 "지정학적 위기가 최악을 지나가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달러 강세의 부활로 이동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캐피털이코노믹스(CE)도 "적어도 올해 하반기에는 미국 경기 개선과 매파적 성향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달러화를 지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용과 경기 체감 지수 등 미국 경제의 견고함이 지표를 통해 확인되면서, 연준 역시 매파적 기조로 돌아섰다는 게 이들 은행의 공통된 시각이다.

일본 주식시장의 강세 압력이 엔화 매도를 부추기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외국인 투자자가 일본 주식을 매입할 때 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엔화를 미리 매도하는 헤지 거래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보유한 주식 가치가 상승하면 헤지 물량도 늘려야 한다. 최근 일본 증시의 급등세로 헤지를 위한 엔화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시장 내 외환 당국의 개입 경계도 옅어지는 분위기다.

미쓰이스미모토은행의 스즈키 히로후미 수석 전략가는 "일본 재무상이 언제든지 시장에 대응하겠다고 했으나, 지금 당장이라도 개입하겠다는 뉘앙스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며 "개입을 촉발할 계기나 심리적 레벨이 보이지 않는다"고 풀이했다.

일본계 은행의 한 딜러는 "만약 조속한 개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달러 강세를 배경으로 계속해서 엔화 약세가 진행되어 165엔선까지 달러-엔이 오를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로빈 브룩스 연구원은 자신의 X계정을 통해 "달러-엔은 170엔선 위로 올라갈 정도로 엔저가 진행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엔화 가치의 바닥이 어디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라며 "엔고를 유인할 요인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엔화는 한 걸음씩 추가적으로 하락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ywkwon@yna.co.kr

권용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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