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중동 사태와 기준금리 인상 경계감 등이 맞물리면서 2026년 상반기 서울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고조된 가운데 이를 활용한 기업들의 조달 움직임도 한껏 움츠러들었다.
투자심리 위축으로 여전채와 회사채 발행량이 전반적으로 감소한 가운데 공사채와 특은채 등 공적채권의 성장세는 지속돼 눈길을 끈다.
위축된 국내 시장과 달리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의 활황은 계속됐다.
중동 사태 등 매크로 이벤트의 부상으로 한동안 조달 길이 닫히기도 했으나 시장이 회복된 틈을 타 기업들의 외화채 조달이 이어졌다.
원화 민평금리 상승으로 국내 조달 여건이 악화하면서 외화채 발행의 금리 경쟁력이 드러나기도 했다.
◇투심 위축에도 공적채권 조달은 확대
1일 연합인포맥스 '발행만기통계'(화면번호 4236)에 따르면 올 상반기 공사공단채 발행량은 53조8천299억원으로 전년 동기(46조5천241억원) 대비 17.85% 늘었다.
상반기 기준 공사채 발행량이 50조원을 돌파한 건 지난 2023년(53조3천959억원) 이후 처음으로, 지난 10년 내 최대 물량이다.
순발행 규모는 11조9천129억원이었다.
지난해 상반기는 순상환 기조였지만 2020년부터 2024년까진 상반기 순발행 규모가 상당했다는 점에서 차환 물량 증가 등이 전반적인 발행세를 뒷받침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정책 사업 강화로 인한 공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더해지면서 공사채 발행량이 더욱 늘었다.
출처 : 연합인포맥스 '발행만기통계'(화면번호 4236) 데이터 가공
은행채 발행량 역시 지난해 상반기 89조4천640억원에서 올 상반기 132조원으로 47.54% 늘었다.
발행 물량을 끌어올린 건 특은채다.
올 상반기 IBK기업은행은 전년 동기 대비 134% 늘어난 47조5천900억원, 한국산업은행은 27% 늘어난 29조7천800억원, 한국수출입은행은 22% 늘어난 15조6천400억원의 채권을 찍었다.
일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발행량이 지난해 상반기 대비 늘어나긴 했지만 절대 규모 자체에서 특은채 성장세와는 차이를 보였다.
순발행 기준으로는 IBK기업은행 13조400억원, 수출입은행 2조7천100억원 수준이었다. 산업은행은 1조3천억원 순상환했다.
이는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 위축으로 발행량이 급감한 여전채, 회사채 등과 차이를 보인다.
여전채는 지난해 상반기 48조3천억원에서 올 상반기 42조9천억원으로 11.18% 감소했다.
같은 기간 회사채 역시 90조2천억원에서 80조3천억원으로 12.27% 줄었다.
여전채와 회사채 모두 순발행 기조는 이어갔으나 조달량은 전보다 대폭 줄어든 것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시장금리 변동성으로 기관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여전사와 일반기업들의 발행 또한 주춤해졌다"며 "여전사는 신디 론이나 외화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으로, 일반기업은 기업어음(CP)·전단채나 은행 대출 등으로 조달을 선회하는 양상이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역대 최저 스플' 활황 지속된 한국물…공적채권 뒷받침
반면 국내 시장과 달리 한국물 시장에서는 활황이 지속됐다.
중동 사태 등으로 한때 글로벌 채권시장 전반의 발행세가 멈추기도 했으나 이후 빠르게 회복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외화 조달 또한 탄력을 받았다.
이에 공/사모 한국물 발행량은 올 상반기 연합인포맥스 리그테이블 집계를 시작한 2016년 이래 처음으로 500억달러를 돌파한 531억4천110만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물은 글로벌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과 아시아에서의 안전자산 입지 등에 힘입어 최근까지도 역대 최저 가산금리(스프레드) 기록을 경신해왔다.
과거 공기업과 시중은행 위주로 발행이 이어져 왔던 것과 달리 수년에 걸쳐 여전사와 민간기업 등이 조달에 합류하면서 발행사가 한층 확대된 점도 이를 뒷받침했다.
증권사들의 조달도 더해지면서 올 상반기에만 미래에셋증권과 하나증권, NH투자증권 등이 달러채 발행을 위한 북빌딩(수요예측)을 마치기도 했다.
공적채권은 한국물 시장에서도 올 상반기 발행량 증가를 뒷받침했다.
한국물 맏형으로 꼽히는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이 달러화를 비롯해 유로화, 호주달러 등 다양한 통화시장에서 공모 발행을 이어갔다.
공기업들의 조달세도 두드러졌다.
연합인포맥스 'KP물 주관순위'(화면번호 4431)에 따르면 공사/공단의 공모 한국물 발행량은 지난해 상반기 51억9천520만달러에서 올 상반기 70억6천690만달러로 36% 늘었다.
공기업의 경우 한국석유공사 등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외화 조달 물량을 원화로 바꿔 사용한다.
국내 채권시장 위축으로 원화 민평금리가 상승하면서 한국물 발행의 금리 경쟁력이 부각되자 해외 시장에서의 조달에 더욱 속도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phl@yna.co.kr
피혜림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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