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순발행 15.8조→1.6조 쪼그라들어…2·4월엔 순상환 기록
CP·전단채 발행 1천272조원 기록…증권사가 절반 넘게 찍어
[촬영 안 철 수] 2025.10
(서울=연합인포맥스) 전병훈 기자 = 올해 상반기 기업들의 회사채 순발행액이 1조6천245억원으로 1년 전(15조7천994억원)의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발행액 자체 규모도 11% 줄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로 거시경제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금리까지 가파르게 오르면서, 기업들이 회사채 대신 은행 대출로 발길을 돌린 영향이다. 반면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에 자금 조달이 급해진 증권사들의 단기채 발행은 같은 기간 세 배로 불어났다.
1일 연합인포맥스 발행만기통계(화면번호 4236)에 따르면 상반기 회사채(공모·사모 합산) 발행액은 80조4천3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90조2천871억원)보다 10.9% 줄어든 규모다.
발행액에서 만기 상환액을 뺀 순발행액은 1조6천245억원에 그쳐, 지난해 상반기(15조7천994억원)의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상반기 전체로는 순상환(발행액보다 만기 상환액이 많은 상태)을 면했지만, 2월(3조5천69억원)과 4월(3조1천220억원)엔 상환액이 발행액을 웃도는 순상환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순상환은 5월(1조7천400억원) 한 차례뿐이었다.
◇ AAA만 늘었다…AA+급 회사채 발행액은 41% 급감
발행 감소는 'AAA'를 뺀 거의 전 등급에서 나타났다. 일반 회사채 발행액은 46조4천132억원으로 1년 새 17.5% 줄었다. 등급별로 보면 AAA는 10조5천900억원으로 오히려 4.6% 늘었고, 우량채 경계선으로 꼽히는 'AA-'도 9조4천350억원으로 7.0% 감소에 그쳐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반면 우량채 'AA+'는 4조6천800억원으로 41.1%(3조2천700억원) 급감해 우량채 중 낙폭이 가장 컸고, 'AA'는 10조7천950억원으로 21.5% 줄었다. 투자적격등급인 'BBB'는 1조80억원으로 62.3% 줄었다.
이러한 전반적인 발행 위축은 금리 급등과 제이알글로벌리츠·JTBC의 회생 절차로 투심이 얼어붙은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기업들은 금리 향방을 고려해 회사채 발행 시점을 정하는데, 전쟁발 대외 불확실성에 금리 널뛰기까지 겹치면서 회사채 발행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다.
회사채 발행 목적을 봐도 대부분 기존 빚을 갚기 위한 차환이었다. 데이터센터(DC) 구축 자금을 조달한 SK브로드밴드 정도를 빼면, 신규 시설 투자를 위해 채권을 찍은 사례는 손에 꼽았다.
연초만 해도 회사채 발행의 기준이 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3%, 회사채 AA-(무보증 3년) 금리는 연 3.5%를 밑돌았다. 하지만 이날 각각 연 3.703%, 4.375%까지 치솟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조달 비용 부담을 보여주는 크레디트 스프레드 역시 연중 최대치로 벌어졌다. 6월 말 기준 회사채 AA-(무보증 3년) 크레디트 스프레드는 68.3bp를 기록했다. 연초 50bp를 밑돌던 수준과 비교하면 크게 오른 셈이다.
크레디트 스프레드가 벌어졌다는 것은 안전자산인 국고채와 비교해 회사채가 상대적으로 약세라는 뜻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돈을 빌리는 비용(조달 금리)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의미다.
◇ 회사채는 줄었지만, 단기채 시장은 커졌다…주역은 증권사
장기 조달 창구인 회사채가 위축되는 동안 단기금융시장은 오히려 몸집을 불렸다. 상반기 CP·전자단기사채(전단채) 전체 발행액(차환 포함)은 1천272조원가량으로 전년(757조7천465억원)보다 68% 늘었다.
시장을 키운 건 증권사였다. 증권사의 상반기 CP·전단채 발행은 663조9천624억원으로 1년 새 세 배로 불며 전체 발행의 52%를 차지했다. 1년 전 29%이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전체 발행 증가분(약 515조원)의 86%가 증권사에서 나왔다. 반면 증권사를 뺀 나머지 발행사의 발행은 1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권사의 단기 사채 발행 급증은 국내 증권사들이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 등에 따라 자금 조달 수요가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bhjeon@yna.co.kr
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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