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제자리 걸음할 때 51% 오른 '코스닥 글로벌'…추종자금은 400억뿐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한국거래소가 코스닥 시장 개설 30주년을 맞아 시장 체질 개선용 '승강형 세그먼트(승강제)' 도입을 공식화하면서, 상위 리그를 추종할 패시브 자금 유입 여부에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과거 정부와 거래소가 내놓은 코스닥 부양책이 매번 '수요 없는 공급'에 그쳤다는 점에서, 이번 개편안 역시 과거의 실패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근본적인 수급 유인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상장사를 실적과 재무 상태를 기준으로 '셀렉트', '스탠다드', '관리군' 등 3개 리그로 강제 분류하고 상시 심사로 승격과 강등을 결정하는 승강제를 추진하고 있다.
시장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배경에는 과거 유사한 취지로 출범해 고전하는 지수들의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11월 나스닥을 벤치마크해 야심 차게 출범한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가 대표적이다.
시가총액과 수익성, 지배구조를 엄격히 평가해 우량 기업 50여 개사를 선별했으나, 현재 이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KODEX 코스닥글로벌(154억 원)과 TIGER 코스닥글로벌(87억 원) 두 상품에 불과하다. 두 상품의 합산 순자산은 241억 원 수준에 그쳐 사실상 유통시장에서 거래가 끊기다시피 했다.
수익률이 낮아 외면받은 것도 아니다. 코스닥 글로벌 지수의 최근 1년 수익률은 51.96%에 달해, 같은 기간 코스닥150(30.57%)과 코스닥종합지수(1.44%)를 압도했다.
그러나 투자 자금은 여전히 6조 원대 규모의 코스닥150 ETF로만 쏠릴 뿐이다. 지수 성과가 뛰어나다고 해서 시장 자금이 자동으로 따라붙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2018년 도입된 코스피·코스닥 통합 대표지수 'KRX300'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양 시장의 우량 기업을 묶어 코스닥으로 자금 유입을 유도하려 했으나 존재감은 미미하다.
출범 초기 다수 운용사가 앞다투어 상품을 출시했으나 거래 부진으로 상당수가 상장폐지됐다. 현재 유지되는 5개 ETF의 합산 순자산은 2천47억 원에 불과해, 수십조 원 규모에 달하는 코스피200 추종 자금과 대조를 이룬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안정적인 대형주 자금은 코스피로 가고, 고위험·고수익을 노리는 개인 자금은 코스닥 개별 종목으로 갈릴 뿐"이라며 "두 시장을 어설프게 섞거나 단순히 우량 꼬리표만 붙인 지수에는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가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공급자 중심의 설계가 실패의 본질이었다는 분석이다.
인위적인 수요 유도 역시 한계에 부딪혔다. 2018년 우정사업본부가 일부 자금의 벤치마크를 코스피200에서 KRX300으로 실제 변경했으나 동참하는 연기금은 없었다.
여기에 코스닥 우량 기업의 '코스피 이전상장' 러시도 고질적인 걸림돌이다. 간판급 기업들은 연이어 코스닥을 이탈하면서 우량 지수들은 대표성을 잃고 흔들렸다. 우량 기업을 붙잡아둘 실질적인 혜택이 결여된 결과다.
벤처·스타트업 업계의 거센 반발도 정부가 풀어야 할 난제다.
벤처기업협회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등은 최근 간담회를 열고 "모험자본 유입과 기술 혁신이 핵심인 코스닥에 금융당국의 일방적인 규제 기준을 들이대면 인위적인 기업 서열화와 '낙인효과'를 초래해 벤처 생태계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며 승강제 도입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다만 이번 승강제가 과거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존재한다.
기업 신청 방식으로 운영됐던 코스닥 글로벌과 달리, 거래소가 전 상장사를 강제 분류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장기 투자를 유도할 유인과 밸류업 프로그램과의 유기적 연계가 뒷받침된다면 수급 체질을 바꿀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관 자금이 실제로 움직이려면 실익이 필수적"이라며 "국민연금의 벤치마크 변경 등 근본적인 수급 대책이 빠진 제도 개편은 또 하나의 행정적 라벨링에 그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1일 서울 여의도 콘레드 호텔에서 열린 코스닥 30주년 기념행사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 정은보 2026.7.1이사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 세리머니를 마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6.7.1 kjhpress@yna.co.kr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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