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과 핵심인력 민간行
처우 개선 매력에 잇단 이직…당국은 후속 입법 앞두고 '고민'
[사진: 연합인포맥스]
(서울=연합인포맥스) 신민경 기자 = "가상자산 업무를 해봤다는 게 큰 경쟁력이에요. 정책을 만들고 감독해본 사람이 많지 않으니까 곳곳에서 찾는 거죠."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 진입을 본격화하면서 관련 경험을 갖춘 금융당국 인력들이 민간으로 흩어지고 있다.
바늘구멍보다 좁다는 취업 관문을 통과했던 당국 직원들이 하나둘 공직을 떠나자 내부 동요가 커지고 있다.
2일 금융당국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변호사 자격을 보유한 A 금융위 사무관은 다음 달 중 국내 대형 법무법인으로 출근한다.
A 사무관은 금융위에서 가상자산 법제화를 가장 오랜 시간 담당한 실무진이다. 2023년 하반기부터 3년간 관련 업무를 맡았다. 이 업계 제도화를 위한 1단계 법안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하위규정을 만들었다. 2024년 가상자산과가 신설된 이후로는 2단계 입법(디지털자산기본법)에 대한 규정화 업무 전반을 담당했다.
한때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던 금융당국 직원들의 가상자산 업계 이직이 최근 들어선 흔한 일이 됐다. 가상자산 분야 법률 자문을 맡는 법무법인이나 가상자산 거래소로 옮겨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가상자산 업종으로 재취업한 4급 이상 금감원 퇴직자는 지난해 한 해에만 8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2025년 최근 5년 사이 총 16명이 가상자산거래소 두나무와 빗썸으로 재취업했다.
올해 들어서도 핵심인력의 이탈은 '진행형'이다. 최근 금감원을 퇴사한 B 전 팀장은 지난달 말 인사혁신처 산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취업 심사를 통과해 법무법인 광장으로 적을 옮긴다. B 전 팀장은 직전까지 은행검사1국 소속이었으나, 2022년부터 올해 초까지 약 4년간 가상자산 감독 실무를 책임진 업계 베테랑으로 알려져 있다.
C 변호사 역시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과 가상자산감독국 등에서 5년여를 지내다 올해 2월부터 법무법인 김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금융위와 금감원 현직 직원 중에는 이미 민간행(行)을 확정하고 합류 시기를 준비 중인 직원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 인력이 드문 만큼 업계와 법조계는 일정이 늦어지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영입을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분위기다.
업계에선 가상자산 산업이 커지고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관련 인력들의 몸값도 함께 뛰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최근 금융회사들의 잇따른 지분 인수로 '금가분리'(금융과 가상자산 분리) 규제 빗장이 사실상 풀린 점도 배경이다. 가상자산 사업이 금융권 전반의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금융위 한 직원은 "가상자산 정책 입안과 감독 업무를 경험한 인력이 많지 않아 귀하기 때문에, 실무진이 민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것 같다"며 "결국 처우 차이가 가장 큰 이유다. 그간 쌓은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시장에서 충분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면 (나라도) 당연히 고민해 볼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금감원의 한 직원은 "업력이 짧다 보니 당국에도 인력 풀(Pool)이 작다. 가상자산 업무를 했다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 된 것 같다"며 "선배들이 이직하는 경로를 보면서 '이런 선택지도 있구나' 관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으로서는 부담이 적지 않다. 가상자산 2단계 입법 등 굵직한 업계 과제가 남아 있는 가운데 핵심 인력이 이탈했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그간의 정책 사정을 잘 이해하고 있는 중심축은 필요하다"며 "2단계 입법 추진에 언제 속도가 붙을지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금융위로서도 향후 인사 단행 시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과 규제를 잘 숙지한 전문가가 민간으로 가면 건강한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공직과 민간 간 이동을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mkshin@yna.co.kr
신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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