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코스닥 시장에 기술력과 성장성을 담보로 입성한 특례상장기업들이 본업을 제치고 가상자산 투자 등 엉뚱한 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우회 경로가 차단된다.
앞으로 이들 기업이 상장폐지 유예 혜택을 유지하려면 '밸류업 공시'를 의무화해야 하며, 상장 후 5년 이내에 주된 사업 목적을 임의로 변경할 경우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한국거래소는 2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상장규정 및 시행세칙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코스닥 신뢰·혁신 제고방안'과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의 후속 조치다.
◇'실적 미달' 상폐 유예받으려면…'밸류업 공시'해야
이번 개정안은 기술특례 및 이익미실현특례 상장기업에 적용되던 매출액 미달(30억 원 미만) 및 대규모 손실에 따른 상장폐지 요건 유예 제도를 '기업가치 제고계획(밸류업 계획) 공시' 이행을 전제로 한 조건부 유예로 변경했다.
현행 제도상 특례상장기업은 미래 성장성을 인정받아 상장 후 일정 기간 상장폐지 기준 적용을 면제받는다. 기술특례상장 시 매출액 요건은 5년간 미적용되며, 대규모 손실 요건은 3년간 미적용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유예기간에 반드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해 미래 성장성을 투자자들과 투명하게 소통해야만 혜택을 이어갈 수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전체 밸류업 공시 389건 중 특례상장기업의 공시는 단 10건인 3.2%에 불과해 가치 제고 노력이 미흡한 실정이다. 일반 기업의 밸류업 공시 참여율이 26.4%에 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밸류업 계획을 공시하지 않으면 조건부 유예 혜택이 사라져, 매출액 미달·대규모 손실 요건이 그대로 적용된다. 매출액 미달 기준은 오는 2027년 1월부터 기존 3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상향 조정될 예정이며, 대규모 손실 기준은 자기자본 50% 이상의 법인세차감전손실이 3년 내 2회 발생하는 경우다.
◇"바이오 기업이 가상자산 투자?"…5년 내 사업목적 변경 시 실질심사
상장 이후 정관 변경을 통해 주된 사업 목적을 무관한 분야로 바꾸는 꼼수 행위도 원천 차단된다. 기술특례상장기업이 상장 후 5년 이내에 주된 사업 목적을 추가하거나 변경하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심사 당시 인정받은 핵심 기술과 성장성이 무색하게 전혀 다른 가상자산 업종 등으로 사업을 전환할 경우, 상장 심사 전제 자체가 무너진 것으로 보고 적격성 여부를 원점에서 다시 판단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특례상장에 대한 매출액 상장폐지 요건 유예적용 기간이 5년인 점을 감안한 조치다.
거래소는 예시를 통해 바이오 기술특례상장기업이 가상자산 관련 해외기업에 경영권을 이전하고 가상자산 투자전문 기업으로 사업을 변경하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실질심사 필요성을 명확히 했다.
실제로 코스닥 시장에서는 본업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일부 기술특례 상장사들이 전환사채(CB)를 대규모로 발행해 비트코인을 매집하는 등 이른바 '한국판 마이크로스트래티지(MSTR)'를 표방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확장현실(XR) 업체나 바이오 신약 개발사 등이 주된 사업과 무관하게 사명을 바꾸고 가상자산 트레저리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본업인 기술 개발 대신 '코인 빚투'에 매몰돼 주가 변동성을 키우고 주주 가치를 희석한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다만 기존 주된 사업과 유사한 범주이거나 부수
적인 사업으로 변경하는 경우에는 시행세칙에 따라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저PBR 기업 '태그' 달아 공개…복수의결권 상장 기준 등 제도 정비
이번 개정안에는 자본시장 전반의 체질 개선을 위한 '저PBR 기업 리스트 공표' 제도도 포함됐다. 낮은 PBR에도 불구하고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지 않고 주가를 방치하는 기업들을 KRX 밸류업 홈페이지에 상시 공표하고, 종목명에 '저PBR' 태그를 노출하는 일종의 '네이밍 앤 셰이밍(Naming & Shaming)' 제도다.
동일 업종 내에서 2반기 연속 PBR이 하위 20%인 기업 등이 대상이 될 예시안이 검토 중이며, 매반기 선정이 이뤄진다. 다만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는 경우에는 일정 기간 표출이 면제되어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세부 기준은 이달 중 별도 지침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또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에 맞춰 비상장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 주식 상장 제도도 정비됐다. 실제 상장되는 주식은 양도 시 보통주로 전환되는 법적 성격 등을 고려해 보통주로 한정되며, 의결권 수 기준의 '최다의결권자' 개념을 신설해 최대주주와 동일한 의무보유 규정인 6개월을 적용하기로 했다.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할 때 경영안정성 심사를 면제받는 기준 지분율 역시 최다의결권자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이외에도 혁신기업의 상장 지원을 위해 기존 바이오, 인공지능, 우주, 에너지 분야에 더해 첨단로봇, K-콘텐츠, 사이버보안 분야에 대한 맞춤형 질적심사기준이 추가로 신설됐다.
한편, 지난 5월 개정된 '상장폐지 개혁방안' 관련 규정도 이달부터 본격 시행됐다. 이에 따라 상장폐지 기준이 되는 시가총액 요건이 코스피는 기존 5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코스닥은 40억 원에서 200억 원으로 각각 상향 조정되어 부실기업의 퇴출 속도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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