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코스피 역사상 최고치인 9천피를 보며 울고웃던 개인투자자들에게 마법의 묘약이 하나 생겼다.
우리 증시에서 올해 막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생기면서 삼성전자, 하이닉스에 2배로 투자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개미들의 간은 점점 부풀어 올랐다.
투자규모에 비해 2배, 3배, 많게는 10배, 50배까지 베팅할 수 있는 방법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한국증시에 3배 레버리지로 투자하는 ETF인 일명 'KORU'도 인기를 끌었다.
해외증시에서 서학개미들이 달러로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이 상품은 국내 지수가 약간만 하락해도 3배 이상의 배율로 하락하는 변동성을 탔다.
가상자산을 활용한 일부 사이트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10배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 사이트에 올해 1분기에만 6천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몰렸다고 한다.
100만원. 1천만원으로도 10배의 투자가 가능해지면서 투자 규모는 점점 커졌다.
이제 2~3배 레버리지는 성에 차지 않는 시장이 됐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는 'KORU'를 추종하는 선물 상품을 내놓았다.
무려 50배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해졌고, 여차하면 국내 증시 변동성의 100배 이상 풀베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반도체 호황에 어마어마한 상승 동력을 보여준 코스피를 시시각각 따라가던 시장 참가자들은 '레버리지'에 중독되기 시작했다.
특히 가상자산 시장을 만나면서 개미들의 투자 여력은 점점 세를 불렸다.
'빚투(빚내서 투자)'가 횡행하면서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의 신용공여 여력을 조였다.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지난 5월말 기준 신용융자 잔액은 38조원으로 최근 5년 평균치인 20조1천억원 대비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한 투자자들의 주식자금 빚이 이렇게 많이 쌓여있는 셈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한때 세계를 주름잡는 파생상품 시장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나라는 사실 과거에 '베팅'하면 뒤처지지 않는 파생상품의 나라였다.
한국은 지난 1996년 파생상품시장을 개설한 후 2009~2011년까지 세계 파생상품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선물과 옵션, 국채, 통화선물 등 투기성 거래가 우리 시장에서 너무나 만연했던 시절이었다.
한국거래소의 2011년 파생상품 거래량은 38억1천900만 계약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기록했다. 지금은 전세계 10위 정도 거래량을 기록하고 있다.
당시에는 개인이 적은 돈으로 주가지수 옵션 거래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2011년 국내 주가지수 옵션 거래량은 36억7천200만계약 수준으로 당시 전세계 거래량의 63%를 차지했다.
여의도에서는 누군가 옵션 거래로 대박이 났다는 찌라시도 심심찮게 나돌곤 했다.
인생은 어쩌면 한방일지도 모른다.
그 때 모두가 한 방에 성공했다면 좋았겠지만 그렇지는 못했다.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주가지수가 오르던 당시의 흐름은 최근까지 삼전닉스가 올려놓은 지수 그래프에 비하면 미미해 보인다.
2008년 892대로 떨어졌던 코스피는 2011년에 2,230대로 약 2배 이상 올랐다.
2025년 4월 2,284대에서 올해 6월 9,385대까지 약 4배 오른 장을 보면 어쩌면 이번에는 한방이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가 일기도 한다.
하지만 당장 현실을 보자. SK하이닉스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주식 투자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단 며칠 만에 수백, 수천만원의 수익을 냈다. 누군가에게는 몇 달의 월급에 해당할 만한 돈이다.
이렇게 근로소득의 가치가 점점 빛을 잃어가는 것이 당장은 크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부의 양극화가 지속될수록 점점 베팅하지 않으면 후퇴하는 것 같은 상황이 된다.
월급을 모아서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이 약해지면서 자산 규모 대비 10배, 50배 베팅을 하게 되는 셈이다.
투자와 도박의 차이는 미묘하게 한 끗 차이다.
참여자가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지, 보유와 손절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지, 무엇보다 우연한 행운에 기대지 않고 어느 정도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지 등에 따라 갈린다.
지금 우리 증시는 어느 지점에 있을까.
코스피 8천피가 무너지면서 반도체 호황이 과잉 투자에 피크아웃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시장은 수차례의 변동성 제어 장치인 매수와 매도 사이드카, 서킷브레이커를 겪었다.
그만큼 우리 증시가 취약한 변동성에 노출돼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투자자는 늘 시장의 변동성과 싸운다. 하지만 시장에 지는 날도 있다.
10배, 100배 합법적으로 베팅한다 해도 투자는 결국 투자자의 책임일 수밖에 없다.
'부동산 하지말고 주식하라'는 대통령의 말대로 시장의 자금은 어느 정도 주식시장으로 왔다.
이제 당국의 과제는 주식 투자 열풍이 과도한 베팅으로 치닫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 마련에 있다. (증권부장)
syjung@yna.co.kr
정선영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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