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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이 달라졌다"…김용범이 말한 'AI 생산혁명'의 문법

26.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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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거대 자본 흐름이 결정…경상수지만으로 설명 안돼"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발표된 3대 메가프로젝트를 단순한 지역 투자 계획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거시경제 구조를 바꾸는 전환점으로 평가했다.

그는 AI를 '생산혁명'으로 규정하며 생산 확대가 유동성과 부동산, 환율, 재정 문제까지 동시에 만들어내는 새로운 경제 문법이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3일 김 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경제, 스케일이 달라졌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AI는 단순한 기술혁명이 아니라 생산혁명이며, 그 생산혁명이 대한민국의 산업구조와 거시경제의 문법을 함께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지난달 29일 발표된 3대 메가프로젝트를 그 구상이 현실로 옮겨지는 출발점으로 봤다.

그는 "그리고 6월 29일, 그 구상을 현실로 옮길 수 있는 대규모 산업·인프라 투자 구상이 발표됐다"며 "총 4,755조 원. 반도체 800조 원. AI 데이터센터 573조 원"이라고 썼다.

이어 "한국 경제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숫자들이 등장하자 '정말 가능한가', '급조된 이벤트 아니냐'는 질문이 쏟아졌다"며 "당연한 반응이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하지만 김 실장은 이번 발표를 19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정책 이후 가장 담대한 신산업정책의 출발점으로 해석했다.

그는 "이번 발표를 한국 제조업의 기틀을 다진 19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정책 이후 가장 담대한 규모와 스타일의 신산업정책으로 해석하는 분석이 잇따랐다"며 "낯설던 숫자는 점차 하나의 시대를 설명하는 언어가 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핵심은 투자 규모 자체가 아니라 그 규모가 만들어낼 거시경제적 파장에 있다는 게 김 실장의 판단이다.

그는 이를 유동성의 문제로 연결했다.

김 실장은 "거시경제는 의외로 단순하다. 비이커에 물을 계속 부으면 수위는 올라간다"며 "지금 한국 경제라는 비이커에는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운 규모의 물이 들어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기업 이익이 늘고, 투자 기대가 커지며, 국내외 자금이 시장으로 유입된다"며 "늘어난 자금은 결국 어디론가 흘러간다"고 했다.

부동산과 물가, 금리, 환율은 따로 움직이는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성공이 만들어낸 압력이라는 얘기다.

그는 "물이 많아질수록 압력도 커진다. 부동산과 물가, 금리, 환율은 모두 그 압력을 받아 움직인다"며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여러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성공이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는 과정"이라고 했다.

이는 최근 정부가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와 부동산, 지역균형발전을 하나의 정책 체계로 묶어 설명하는 배경과 맞닿아 있다.

반도체 호황으로 기업 이익과 국내 유동성이 커질수록 그 돈이 수도권 부동산으로만 흘러가는 것을 막고, 팹과 데이터센터, 전력망, 산업단지 같은 생산적 투자로 돌려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김 실장은 이를 '명절 아랫목'에 비유했다.

그는 "어릴 적 명절이면 큰 솥에 엿기름을 달이기 위해 하루 종일 불을 땠다"며 "그러면 아궁이 가까운 아랫목은 견디기 어려울 만큼 뜨거워지고, 사람들은 윗목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했다.

이어 "지금의 유동성도 그렇다"며 "아랫목은 수도권이다"라고 짚었다.

김 실장은 "열이 수도권 부동산과 투기성 자산에만 몰리면 집 전체가 따뜻해지는 것이 아니라 한쪽만 과열된다"며 "해법은 불을 끄는 것이 아니다. 군불을 다른 방으로 보내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서남권과 충청권, 영남권으로 이어지는 권역별 투자 보고회도 이 논리와 궤를 같이 한다.

지방 투자는 지방을 위한 보상이 아니라 수도권이 감당하지 못하는 생산과 유동성의 열을 나누는 거시경제 정책이라는 해석이다.

김 실장은 "비수도권에도 팹을 짓고, 데이터센터를 세우고,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일은 지방을 위한 시혜가 아니다"라며 "수도권이 전부 감당할 수 없는 열을 분산시키는 국가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방 분산은 지방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라며 "수도권을 지키기 위한 국가 전략"이라고 했다.

김 실장은 '유동성 쓰나미 시대에 지방 분산은 균형발전 이전에 수도권을 지키는 전략'이라고 규정하며 지역균형발전이 더 이상 도덕적 구호나 정치적 배려가 아니라 반도체발 유동성을 관리하기 위한 거시 안정 정책임을 강조했다.

환율에 대한 달라진 인식도 공유했다.

김 실장은 "과거에는 경상수지가 좋아지면 원화도 함께 강해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이제는 작은 경제의 문법만으로 환율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역대급 경상수지 흑자에도 원화가 기대만큼 강세를 보이지 않는 이유"로 외국인 투자자의 환헤지, 글로벌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국내 투자자의 해외투자 확대를 들었다.

그러면서 "이제 환율은 무역뿐 아니라 거대한 자본 흐름이 함께 결정하는 가격이 되었다"며 "큰 경제의 환율은 더 이상 경상수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재정도 달리 보는 인식이 필요함을 피력했다.

김 실장은 "세수는 과거처럼 완만한 추세를 따라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추세 자체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며 "중요한 것은 그렇게 늘어난 재원을 어디에 쓰느냐다"라고 했다.

이어 "장기추세를 넘어서는 재원은 단기 경기 대응보다 청년, 미래 산업, 교육, 지방 경쟁력 같은 전략적 분야에 우선 연결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김 실장이 언급한 '스케일의 변화'는 반도체 투자 규모를 나타내기 보단 생산과 유동성, 부동산과 환율, 재정과 청년정책을 한꺼번에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유동성이 커질수록 정책도 함께 달라져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특정 정책수단이 아니라 방향"이라고 했다.

이어 "생산혁명이 만들어낸 잉여가 생산적인 투자와 미래 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자본의 흐름을 관리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우위가 한국에 역사적 기회를 가져왔다는 게 김 실장이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현 주소인 셈이다.

김 실장은 "국내에 팹을 짓지 못해 해외로 보내야 하는가. 전력과 용수를 제때 확보하지 못해 증설 시기를 놓칠 것인가. 유동성을 관리하지 못해 금융 시스템의 부담을 키울 것인가. 모두 같은 질문의 다른 얼굴"이라고 했다.

이어 "발전소를 짓고, 송전망을 연결하고, 용수를 확보하고,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일은 결국 모두 합의의 문제"라며 "지금은 그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생산은 선택이 아니라 전제"라며 "작은 경제의 문법으로는 큰 경제를 다룰 수 없다. 생산혁명의 시대에는 생산의 스케일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생각하는 스케일도 함께 커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훈토론회서 모두발언하는 김용범 정책실장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6.24 dwise@yna.co.kr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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