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부동산 9천억 '물타기'…글로벌 금리 상승 불안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국민연금이 상각 위기에 빠진 해외 부동산 자산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투자 결정을 두고 우려의 시선이 나온다.
단기적인 자산가치 회복에는 성공했지만, 현재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당시 의사결정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해 홍콩 오피스 '타워 535'(Tower 535) 투자 건에 추가로 9천억 원을 투입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5년 타워 535에 약 2천500억 원 지분 투자에 나섰다. 이후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업황 악화로 자산 매각이 무산되고 핵심 임차인까지 이탈하며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직면하자 추가 자금 투자에 나선 것이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자산이 과도하게 할인됐다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손실 방어를 위해 나선 결정으로 보인다.
연금은 당시 대체투자위원회를 열고 기존 담보대출을 상환하고 공동 투자자의 잔여 지분까지 매입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이로써 약 9천억 원을 추가로 투입해 총투자 규모는 1조2천646억 원으로 늘어났다.
실제로 투자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신규 임차인을 확보하고 공실률을 최소화해 지난해 말 기준 현지 감정평가액은 매입원가를 웃돈 것으로 전해졌다. 연금의 전체 투자 금액을 합친 1조2천억 원 이상으로 자산의 가치가 회복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당시 투자 판단을 두고 적절했는지 논란은 있다.
연금이 기존 투자액의 4배 넘는 추가 자금을 투입한 판단은 과도한 위험에 노출되는 무리한 의사결정이었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감평액이 실제 가격보다 낮다고 판단해 차라리 대출을 갚고 자산을 보유한 후에 매도하자는 판단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며 "이 정도 규모로 추가 자금을 투입해 만기를 연장한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촬영 윤고은]
최근 시장 금리가 올랐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당시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이란 전쟁 발발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통화정책 기조는 금리 인하에서 인상 기조로 돌아선 상태다.
금리 상승은 부동산의 할인율을 높여 자산 가치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현재 홍콩 국채 금리는 3년물 기준 지난해 말(2.34%)보다 55bp 넘게 뛴 2.89% 수준이다. 1년물 역시 2.80%로 전년 말(2.22%) 대비 58bp 높아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작년 말과 달리 지금은 글로벌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이라며 "우량한 자산은 결국 자산 가치를 회복하지만, 국내 기관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건은 위험에 계속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실 투자 과정에서 의아한 부분이 있다고는 해도, 부동산 투자가 결과적으로 회생하면 판단하기 애매하다"고 말했다.
또한 연금이 자산 가치를 공정가치평가로 측정해 시장 가치 하락을 과소 반영할 위험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감사원은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KIC) 등 5개 기관이 투자한 최근 3년간 해외부동산 프로젝트 펀드 감정평가액과 시장가치를 비교한 결과 총 517건 중 62%인 321건이 시장가치보다 높게 산정돼 가치가 과대평가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ybnoh@yna.co.kr
노요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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