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올해 들어 은행채 순상환 기조를 이어오던 5대 은행이 지난달 대규모 순발행으로 돌아섰다. 2분기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지면서 자금 조달 수요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은행권의 수신 기반이 확대되고 있는 데다 금융당국의 고강도 가계대출 관리도 이어지고 있어, 하반기 조달 수요 확대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일 연합인포맥스 발행만기통계(화면번호 4236)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은행채는 5조5천400억원 순발행됐다.
5대 은행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은행채를 총 6조800억원 순상환했다. 신규 발행보다 만기 상환 규모가 컸던 것으로, 사실상 은행채를 통한 시장성 조달을 줄여온 셈이다.
은행채 조달은 통상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늘어나는 '상저하고' 흐름을 보인다. 지난해에도 가계대출 관리가 강화되면서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보수적으로 운영했고, 5대 은행은 당시 6조4천800억원 규모의 은행채를 순상환했다.
올해도 비슷한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이어졌지만, 은행권은 지난달에만 5조5천억원의 은행채를 순발행하면서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누적된 순상환액의 90% 이상을 한 달 만에 되돌렸다. 지난해와 비슷하게 대출을 조이는 상황에서도 상반기 말 은행채 조달 수요가 빠르게 살아났다는 점이 눈에 띈다.
채권시장에서는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이어진 가운데 '빚투'로 인한 신용대출 수요까지 확대되면서 은행들의 조달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올해 2분기에만 4조원 넘게 증가했으며, 이는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특히 신용대출이 두 달 연속 2조원 넘게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그간 시장의 관심은 시중은행채보다 특수은행채 발행 확대에 쏠려 있었지만, 지난달을 계기로 하반기 시중은행채 발행 흐름도 지켜봐야 한다는 경계감이 일부 확산하고 있다.
김상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중은행채 발행이 2분기 중반까지 자본비율과 위험가중자산 관리로 제한돼 수급 부담을 낮췄다"면서도 "주담대 증가세 지속과 함께 주식 급등에 따른 신용대출 확대가 지난달 시중은행채 대규모 순발행을 야기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하반기 정부의 신용대출 규제 강화가 예상되나 시중은행채 발행에 모니터링이 필요해졌다"고 덧붙였다.
다만 최근의 경계감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은행채를 통한 자금 조달은 예년 수준에서 관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은행권의 수신 기반이 여전히 견조한 데다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여신 증가세도 제약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은행채 조달 수요가 큰 폭으로 확대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지난달 5대 은행의 정기예금과 요구불예금 잔액은 직전 달과 비교해 12조3천억원가량 증가하며 안정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머니무브' 우려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수신 자금이 관리되고 있는 모습이다.
박문현 KB증권 연구원은 "은행의 실세총예금에는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지 않다"며 "지난달 말까지도 우상향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수신고의 감소보다는 대출 증가세나 환율의 영향이 가미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은행권은 은행채 발행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괄신고서상 발행예정액의 감액 제한을 완화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조달 비용은 높아진 반면 여신 확대는 제한되면서, 시장성 조달 규모를 줄이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의 실제 발행액은 연초 신고한 발행예정액의 50% 수준이다.
박 연구원은 "은행권에서 일괄신고서 규제 완화를 검토 중인데, 발행 물량 감액이 허용되면 은행채 발행량은 당초 대비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gepark@yna.co.kr
박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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