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빗댄 대주주' 신동국식 경영참여, 오너일가 결집 트리거
(서울=연합인포맥스) 양용비 기자 = 한미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 차남인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가족 편에 서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그룹의 지분 경쟁 구도가 재편되는 모습이다.
임 대표의 결단으로 한미그룹 오너일가 우호 지분이 현재 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측 지분을 넘어서면서,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일단락됐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신 회장의 경영 참여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잡음이 갈등을 빚던 오너일가를 재결집하는 효과를 낳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족과 힘 합친 임종훈, 오너일가 우호지분 '40%'
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임 대표는 한미사이언스 보유 지분(5.09%) 가운데 2.5%를 매각한다고 밝혔다. 나우IB캐피탈이 '나우아이비22호 펀드'를 활용해 해당 지분을 820억 원에 매입한다.
임 대표는 지분 매각과 동시에 입장문을 냈다. 모친, 누나과 힘을 합치겠다는 게 핵심이다.
그는 입장문에 "아버님의 경영 철학과 뜻을 진정성 있게 이어가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며 "어머니, 누님과 함께 '제약보국'이라는 부친의 꿈을 이어가기 위해, 회사의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경영권 다툼 상대였던 모친, 누나에 대한 화해 선언이자 오너일가의 한미사이언스 지배력 강화의 신호탄을 쏜 셈이다.
일각에선 나우IB캐피탈 지분이 오너일가 측 우호지분이 아닌 중립적 지분이라는 시각도 있다.
다만 가족 편에 서겠다고 결심한 임 대표가 직접 선택해 매각했다는 점에서 우호지분이라는 분석이 힘이 실린다.
임 대표가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면서, 오너일가의 우호지분은 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보다 앞서게 됐다.
나우IB캐피탈 지분 2.5%를 빼더라도 마찬가지다.
임 대표의 보유 지분과 매각 지분, 임성기재단, 가현문화재단을 포함하면 오너일가의 한미사이언스 우호 지분은 31.05%로 늘어난다.
모녀 편인 라데팡스파트너스(킬링턴유한회사)의 지분 9.81%를 더하면 40.86%가 된다.
◇대주주와 경영 마찰, 가족 연대에 방아쇠
그동안 치열하게 싸우던 한미그룹 오너일가가 결집하게 된 배경은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인 신 회장의 경영 참여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초 신 회장과 한미약품 경영진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박재현 전 한미약품 대표는 신 회장이 자신을 패싱하고 경영에 전방위로 개입한다고 주장했다.
중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자신을 배제하고, 대주주가 직접 임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했다는 게 박 전 대표 측의 설명이다.
지난 3월 박 전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신 회장이 대주주인 자신을 대통령으로 빗댄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대통령이 국무총리(대표이사)하고만 일하느냐, 여러 사람 말을 듣는 게 왜 문제냐"는 취지로 박 전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2024년 3인 연합을 맺을 당시 신 회장은 '전문경영인 체제 확립'을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최근에는 스스로를 '대통령'에 빗대며 지배력을 과시하자, 송영숙·임주현 모녀도 회의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해석이다. 더 이상 과거에 생각했던 '백기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이야기다.
한미약품의 핵심 제품인 고지혈증 치료제 '로수젯'의 원료의약품을 중국산으로 교체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도 오너일가 가족 결집의 계기가 된 것으로 업계에서는 분석한다.
한미그룹은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품질 경영'과 'R&D(연구개발) 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약사회의 반발까지 산 원료 교체를 대주주가 지시하는 모습을 보며 오너일가는 회사의 근간과 브랜드 가치가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초 신 회장이 로수젯의 원료의약품을 중국산으로 교체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대한약사회에서도 입장문을 통해 "환자의 안전과 품질이 최우선시돼야 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신 회장 측은 연합인포맥스에 "특별한 입장은 없다"면서도 "임 대표가 매각한 지분이 재무적투자자(FI)인 사모펀드에게 넘어갔고, 지분 보유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 없는 만큼 우호지분이라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ybyang@yna.co.kr
양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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