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장원 선임기자 = 미국증시의 사상 최고치 행진을 지탱해 온 월가의 기업 이익 전망치가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의 반등기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치솟고 있으나 인공지능(AI) 열풍과 미국 경제의 연착륙 기대감에 취한 애널리스트들이 실현 불가능한 '실적 버블(Earnings Bubble)'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3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현재 월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추산하는 향후 12개월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편입 기업들의 이익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년 후 이익 전망치 컨센서스 추정치가 단 6개월만에 20% 가까이 폭증했는데, 이는 2021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뉴욕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음에도 애널리스트들이 미래 이익 전망치(분모)를 더 빠른 속도로 올려 잡은 덕분에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Forward PER)은 닷컴 버블이나 코로나19 직후 고점보다 낮은 약 20배 수준에 머물며 자산 가치가 비싸지 않다는 '착시 효과'를 유지해 왔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2분기 본격적인 어닝 시즌(실적 발표기) 개막을 코앞에 두고 월가의 자산배분 전문가들과 투자은행(IB) 리서치 센터들은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가 상승하는 속도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AI 기업의 비용 증가 ▲기술에 대한 수요 감소 ▲지출을 수익으로 전환하는 데 겪는 어려움 등이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GMO의 벤 인커 자산배분 공동책임자는 "현재 월가의 향후 2년 치 실적 전망치는 매우 높은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이는 위기 회복기 외에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글로벌 자본시장은 이 같은 전망이 결코 실현될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자각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AI 반도체 및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하이퍼스케일러(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의 독점적 폭리가 지속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 애널리스트들은 "AI 관련 주식시장은 이제 실적 기대치와 천문학적인 자본 지출(CAPEX) 가정이 더 이상 지속되기 힘든 임계점에 도달했다"라며 "이러한 요인들의 조정이 광범위한 주식 시장 하락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UBS의 투자분석 플랫폼 'HOLT'를 이끄는 미셸 러너 책임자 역시 "현재 AI 벨류체인에 속한 기업들의 주가는 지금 같은 폭리를 영원히 유지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가격이 매겨져 있다"라며 시장에 전형적인 '실적 버블'이 형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매크로 상황의 급격한 변화도 기업들의 이윤을 압박하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3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베팅했던 월가 트레이더들은 이제 연내 '최소 한 차례의 25bp(0.2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장부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노르데아 자산운용의 카스퍼 엘름그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재 월가 기업들의 실적 방어벽은 안전 마진(Margin of safety)이 극도로 좁아진 위험한 상태"라며 "이 논쟁의 핵심은 낙관적 실적 서프라이즈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지, 기대치가 너무 높아진 지금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jang73@yna.co.kr
이장원
jang7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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