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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살아남고 보자"…상장 폐지 모면하려 주식병합 24배 폭증

26.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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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부실기업 퇴출을 위해 상장폐지 요건을 대폭 강화하면서 국내 증시의 한계기업들이 주식병합과 계열사 간 합병을 통한 생존 자구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1천원 미만 '동전주' 퇴출 기준이 신설되고 시가총액 미달 요건이 당초 계획보다 조기 상향됨에 따라 관련 공시와 주식병합 건수가 이례적으로 폭증하는 양상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시행된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방안'에 따라 코스닥 시장의 한계기업들이 방어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강화된 규정에 따르면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이 조기 상향조정돼 유가증권시장은 300억 원, 코스닥 시장은 200억 원 미달 시 관리종목 지정 및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된다.

당초 내년 시행 예정이던 일정을 6개월 앞당긴 조치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코스피 500억 원, 코스닥 300억 원으로 기준이 한 단계 더 올라간다.

가장 즉각적인 변화가 나타난 곳은 주식병합 시장이다. 상장폐지 요건에 '주가 1천원 미만 동전주 퇴출' 규정이 신설되자, 주식병합을 통해 단가를 올리려는 시도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상장폐지 개혁방안이 발표된 2월 12일부터 이달 2일까지 집계된 주식병합 건수는 유가증권시장 51건, 코스닥시장 192건 등 총 243건에 달했다.

지난해 동기(10건) 및 2024년 동기(4건)와 비교하면 약 24배에 달하는 기록적인 수치다. 주가 하락 방어와 동전주 요건 회피가 일차적인 목적인 셈이다.

거래소는 이를 우회하기 위해 최근 1년 이내에 주식병합·감자를 한 기업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후 추가 병합을 하거나 10대 1을 초과하는 무리한 병합을 하는 행위를 즉시 상장폐지 사유로 규정해 빗장을 걸었으나, 규정 시행 직전까지 병합 행렬은 멈추지 않았다.

시가총액 미달 기준을 피하기 위해 계열회사 간 흡수합병을 결단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이들 기업은 공시를 통해 이례적으로 '상장폐지 회피'를 합병 배경으로 직접 언급했다.

코스닥 상장사 휴맥스는 지난 6월 30일 계열사인 휴맥스홀딩스를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두 회사는 공시문 내 주주가치 영향 항목에 "최근 정부가 발표한 상장폐지 개혁방안에 따라 시장 상황에 따라 관리종목 지정 및 상장폐지 절차가 개시될 가능성이 있다"라며 "합병을 통해 주가 안정화 및 기업가치 제고를 기대한다"라고 명시했다.

휴맥스의 시가총액은 260억 원, 휴맥스홀딩스는 170억 원 수준으로, 독자 생존할 경우 강화된 코스닥 상장유지 기준선인 시총 200억 원을 밑돌 위험이 컸다.

양사는 이에 앞서 지난 3월 주식병합을 먼저 단행해 1천원 미만 동전주 요건도 선제적으로 회피한 바 있다.

디지털 광고대행사 엔피 역시 지난 4월 위지윅스튜디오를 흡수합병한다는 공시를 제출했다.

엔피의 시가총액은 7월 3일 기준 179억 원으로 코스닥 상장유지 기준인 200억 원에 못 미치는 상태였다. 이들 또한 합병 사유로 상장폐지 절차 개시 가능성을 정면으로 다루며 적정 유통주식수 유지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전문가들은 한계기업들이 극단적인 상장폐지 국면을 모면하는 자구책 자체는 합법적이고 타당하지만, 본업의 펀더멘털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 일시적 미봉책은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부터는 사업연도 말뿐 아니라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요건으로 추가됐다.

공시위반 누적벌점 기준 역시 기존 15점에서 10점으로 크게 낮아져 기업들의 체력 보강이 시급한 시점이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가뜩이나 인적·재무적 자원이 제한적인 코스닥 기업들이 본업에 대한 경쟁력 확보는 뒷전에 두고 상장 유지에만 사활을 거는 태도는 경계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유형자산 투자, R&D 확대, 직원 교육 강화 등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 주식 병합, 시가총액이 저조한 계열회사 간 합병, 제3자배정 유상증자, 전환사채 발행 등을 느닷없이 추진한다거나, 형식적인 자사주 매입, 신사업 정관 추가, 호재성 공시 남발 등을 통해 주가를 반짝 부양하는 데에만 관심을 두는 기조는 지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국거래소

[연합뉴스 자료사진]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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