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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시윤의 각도] 자본은 판단한다

26.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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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시장은 종종 비이성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공포에 휩쓸리고, 야성(animal spirits)에 뜨거워지고, 때로는 아무 이유 없이 출렁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장을 움직이는 국제자본은 의외로 냉정하다. 기초 가치를 계산하고, 정책을 비교하며, 국가의 재정과 미래를 끊임없이 평가한다.

자본은 살아 움직이며 판단한다. 그 판단의 대상은 제도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끝없이 팔아치우는 중이다. 관련 환전 수급은 특히 5∼6월 달러-원 환율 상승 주요 요인으로 꼽히며 이달 들어서도 매도세는 이어지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외국인은 6월 국내 주식을 57조5천억원 순매도하며 전월(48조9천억원)보다 유출 규모를 더욱 확대했다.

이에 달러-원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한 달 넘게 1,500원대를 웃돌고 있다.

원인으로는 외국인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수요가 가장 자주 지목된다. 국내 증시가 단기간 큰 폭으로 오르면서 글로벌 지수에서 한국 비중이 자연스럽게 높아졌고, 이를 원래 비중으로 맞추기 위해 패시브 자금이 주식을 매도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끝난다면 또 다른 질문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비중을 맞추기 위해 빠져나간 자금은 언제 다시 한국을 선택할 것인가. 그 답은 금리 차이만으로는 나오지 않는다.

국제자본은 성장률과 물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 정책의 일관성, 세제, 기업 지배구조, 통화제도, 외환시장 접근성까지 국가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같은 금리 인상이라도 시장의 신뢰를 높이면 자금이 들어오지만, 정책 혼선 속에서 이뤄지면 오히려 자본은 등을 돌릴 수 있다. 환율 역시 단순한 통화 가격이 아니라 국가에 대한 평가가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가격이다.

이 판단의 냉정함을 가장 최근에 확인시켜 준 사례가 MSCI의 판단이었다.

한국은 외국인의 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이날부터 외환시장 거래시간을 24시간으로 확대한 것도 같은 맥락의 인프라 작업이다.

그럼에도 MSCI 선진국 지수 관찰대상국 편입이 또다시 불발된 것이 뼈아팠던 것은 제도를 갖추는 것과 시장이 그 제도를 신뢰하는 것이 서로 다른 문제라는 사실을 새삼 드러냈기 때문이다. 한국이 수년간 적지 않은 제도 개편을 추진했지만, 정작 시장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MSCI는 특히 새벽 시간대에도 대규모 주문을 좁은 스프레드로 소화할 수 있는 유동성이 충분한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단순히 시장이 오래 열리는 것보다, 그 시간에 실제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제도의 설계와 시장의 결과 사이에 놓인 이 간극이야말로 자본이 가장 예민하게 감지하는 지점이다. MSCI 지수 편입 불발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24일 같은 날 열린 금융안정보고서 기자설명회에서 장정수 한국은행 부총재보도 "개선된 제도도 시장에서 체감하기엔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한국의 외환시장이 역사상 처음으로 24시간 무중단 거래를 시작했다.

거래 시간을 늘리는 것은 제도의 몫이지만, 그 시간에 실제로 유동성이 붙고 가격이 신뢰할 만하게 형성되는지는 시장이 판단한다. 제도가 문을 열어도 자본이 들어오지 않으면 그 개편은 서류상의 성과로만 남는다.

결국 24시간 외환시장의 성패는 단순한 제도적 선언에 달려 있지 않다. 자본의 계산 속에서 실제 신뢰로 환산되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티모시 가이트너는 금융위기를 회고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마니아에서는 누구나 뛰어나게 보이듯이, 패닉에서는 누구나 무책임하게 보이는 법이다"

호황기에는 정책의 작은 허점도 시장이 너그럽게 넘어간다. 그러나 불안이 커지는 순간 자본은 이전까지 보지 않던 위험까지 가격에 반영한다. 지금처럼 원화 약세가 장기화하는 국면에서는 제도와 체감 사이의 간극도 훨씬 냉정하게 채점된다.

국제자본은 정부와 중앙은행보다도 먼저 움직인다. 정책이 발표된 뒤가 아니라 발표되기 전부터 가격을 바꾸고, 숫자보다 제도의 지속성과 신뢰를 평가한다. 그래서 환율은 단순한 통화 가격이 아니라 한 국가에 대한 실시간 성적표가 되기도 한다.

결국 자본은 국적도 없고 감정도 없다. 다만 계산하고, 비교하고, 판단한다. 그 결과는 주가와 환율, 금리라는 가격으로 우리 앞에 가장 먼저 날아온다. (경제부 시장팀 차장)

syyoon@yna.co.kr

윤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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