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넘게 이어진 정책 연속성…정권 교체에도 계속 이어져
출처: 대만 정부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수도권·충청권·호남권을 관통하는 반도체 벨트 구상이 초대형 국가 사업으로 떠오르면서, 이미 40여년간 북부·중부·남부에서 사이언스파크(과학원구·科學園區)를 구축한 대만의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대만은 첨단산업과 과학기술 인재를 유치하고, 지방균형발전을 이루고자 북부·중부·남부 사이언스파크와 그 하위단지를 전국 곳곳에 조성했다. 한반도처럼 '동고서저(東高西低)' 지형인 대만섬의 서부를 통과하는 3대 사이언스파크는 전략자산인 반도체를 생산하는 지역으로, 이곳에 분포된 반도체 산업단지들은 대만의 '실리콘 방패'로 불리고 있다.
◇ 최초의 사이언스파크 북부, R&D와 설계 중심지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북부의 신주(新竹) 사이언스파크는 가장 먼저 만들어진 대만 최초의 과학원구로,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본거지다. TSMC 외에도 파운드리 UMC와 팹리스인 미디어텍도 북부 사이언스파크에서 둥지를 틀었다.
북부의 특징은 연구개발(R&D)이다. 공업기술연구원(ITRI)·국립청화대·양명교통대가 세계 최고 수준의 R&D 삼각지역을 형성했다. 대만 전체 반도체 양산에서 북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중부와 남부 사이언스파크의 발전으로 줄었으나, 산·학·연 R&D 협력체계와 반도체 칩 설계의 중심지라는 상징적인 지위는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팹(공장)도 여전히 건설 중이다. TSMC는 지난해 4분기부터 최신 2나노미터 공정을 적용하는 신주 팹을 가동했다. TSMC는 이곳에서 추가로 생산시설을 확장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에 빗대어 본다면 훗날 충청·호남권 반도체 투자가 이어진 뒤에도 수도권에서 새로운 팹이 지어지는 모습이다.
◇ 지방균형발전 논리로 출발한 중부
중부 사이언스파크는 2000년대 초반에 지어지기 시작한 곳으로, 북부와 남부보다 출발이 늦었다. 중부에서 사이언스파크가 조성된 이유는 지방균형발전이다. 정부가 북부를 편애하고 남부와 중부를 소외시킨다는 비판을 의식한 정치권이 중부 경제를 부흥시키겠다는 공약을 1990년대부터 제시했다.
중부의 특징은 북부와 남부를 잇는 교통의 요충지라는 점이다. 또한 중부는 수준 높은 정밀기계산업으로 유명한데, 이는 중부가 제조업체에 장비를 공급할 수 있는 후방산업을 키웠다는 의미다. 이 곳의 하위 단지 중에서는 얼린(二林) 단지의 부상이 돋보이는데, 매출과 고용이 빠르게 늘어나는 중부 사이언스파크의 성장축이다. 얼린은 TSMC가 첨단 패키징과 테스트 시설을 지을 후보지로 평가하는 부지이기도 하다. TSMC가 중부에서 2나노미터 팹과 그 이상의 첨단 공정을 적용한 팹을 짓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 북부를 역전한 남부 사이언스파크
남부 사이언스파크는 북부보다 늦게 출발했으나, 첨단공정 대량양산의 중심지로 거듭나는 등 북부를 역전했다. 대만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따르면, 3대 사이언스파크가 지난해 5조8천억대만달러(약 277조원) 규모의 매출을 올렸는데, 남부가 3조대만달러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며 3대 사이언스파크 매출의 절반 이상을 점유했다. 이중 TSMC에서 나오는 매출이 대부분으로, 남부는 TSMC 양산기지로 입지를 굳혔다.
대만이 북부·중부·남부로 이어지는 반도체 벨트를 성공적으로 조성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40년 넘게 이어진 정책의 연속성이었다. 북부 사이언스파크 착공 이후 40년 이상 여야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사이언스파크 확장과 지방균형발전 로드맵이 이어졌다. 바뀐 정권마다 사이언스파크 내 새로운 하위단지 조성을 승인했고, 글로벌 반도체 사이클과 무관하게 선제적으로 산업 인프라를 준비해왔다는 평가가 나왔다.
ytseo@yna.co.kr
서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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