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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철강 첩첩산중' 속 건진 통상 성과

26.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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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산 철강의 유럽연합(EU) 수출 기반을 최대한 방어한 정부 당국의 노력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U의 철강 무관세 쿼터 결정에 대해 지난 1일 한국철강협회가 낸 입장문 첫 문장이다.

결과를 얼핏 보면 의아하다. EU가 한국산 철강에 배정한 전용 무관세 쿼터는 207만3천톤. 기존 한국 쿼터 258만1천톤과 비교하면 19.7% 줄었다.

유럽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확정 물량이 20% 가까이 감소했다. 쿼터를 넘는 물량에는 기존 25%가 아닌 무려 50%의 관세가 붙는다.

그럼에도 철강업계가 정부에 감사를 표한 것은 이번 협상이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의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출처: 산업통상부]

◇ 스위스·영국 60~70% 깎일 때…20% 줄어 '선방'

이번 결정에서 EU의 전체 무관세 수입쿼터는 기존 3천382만톤에서 1천835만톤으로 줄어, 전체 파이가 절반 가까이 사라졌다.

최근 EU와 철강 쿼터를 합의한 주요국의 협상 결과를 보면 우리 정부의 성과는 더욱 두드러졌다.

스위스는 기존보다 67.5%, 영국은 66.6% 급감했다. 우크라이나도 58.9% 감소했다. 인도와 튀르키예 역시 각각 30.2%, 28.4% 깎였다.

이제 다시 한국의 성적표를 보자. 한국이 20%에 못 미치는 감소율을 기록한 것은 사실상 선두권 성적표인 셈이다.

물론 그렇다고 우리 철강업계가 무풍지대에 놓였다는 뜻은 아니다. 51만톤에 달하는 쿼터 감축 폭은 결코 가볍지 않다.

다만 모두가 크게 밀린 판에서 한국은 상대적으로 가장 덜 밀렸다. 이번 결과가 국내 철강업계에 '선방' 이상의 성적표로 받아들여진 이유다.

함께 이동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EU 지도부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브뤼셀 세 차례 찾은 여한구…정상회담이 전환점

이런 성적표를 내기까지 통상 당국의 협상 과정은 험난했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시작부터 난도가 높은 협상이었다. EU는 한국에게 두 번째로 큰 철강 수출 시장으로, 협상력의 무게추가 애초에 EU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우리 통상당국은 스위스 제네바와 벨기에 브뤼셀을 오가며 실무·고위급 협상을 이어갔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브뤼셀을 세 차례 찾아 EU 측과 협의했다.

협상은 '강대강'으로 치닫기도 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EU의 조치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하는 것이며 우리 역시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굉장히 강하게 이야기했다"고 언급할 정도였다.

그러다 지난달 10일 한국과 EU간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협상은 전환점을 맞았다. 여 본부장은 "정상 차원에서 철강 쿼터의 중요성을 제기한 것은 한국이 거의 처음이었다"고 설명했다.

EU에 호소할 논리도 충분했다. 현대차[005380]그룹의 완성차·부품 공장, SK온 등의 배터리 공장처럼 한국 기업은 이미 유럽 곳곳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EU로 수입되는 한국산 철강은 역내 산업 기반을 해치는 물량이 아니라, EU 안에서 자동차·배터리·가전 등 제조업 생산과 고용을 뒷받침하는 소재라는 논리가 가능했다.

그 결과 전체 무관세 물량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덜 깎인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한고비 넘겼지만…그래도 첩첩산중 韓 철강

물론 이는 악화하는 수출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방어한 결과일 뿐, 글로벌 공급 과잉과 보호무역주의에 시달리는 철강업계 전반의 고충이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다.

지난해 미국의 대(對)한국 관세가 15%로 확정된 것이 상대적으로는 선방이었지만 절대적으로는 국내 기업에 악재였던 것처럼, 이번 EU 쿼터 역시 마찬가지다.

줄어든 쿼터가 곧장 적용되고 있는 만큼, 업계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기 위해선 단기적으로는 정부의 대응을 주목할 만하다.

정부는 우선 이번 EU 결정으로 줄어든 물량만큼 국내에서 수요를 창출하겠다며 대책을 모색 중이다.

조선, 방산, 재생에너지 등 주요 전방산업과 철강업계 간 공급망 협력을 뒷받침하고, 한국 역시 수입 철강의 우회덤핑·반덤핑 우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곧 이번 EU 철강 쿼터 시행에 따른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산업부 윤은별 기자)

ebyun@yna.co.kr

윤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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