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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어 쓰는 재정'에서 '불려 쓰는 재정'으로…이재명 정부 재정철학 바뀐다

26.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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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세수' 대신 '추가세수' 강조…반도체호황 세입→미래투자 재원 구조 설계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청와대가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공식화하면서 이재명 정부의 재정운용 방식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 대응과 복지 지출을 중심으로 운용되던 과거의 재정을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 호황에 기반해 미래 산업에 투자하는 '국가 투자자(State Investor)' 역할로 확대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변화의 신호는 지난달 말부터 감지됐다.

청와대는 당초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발생하는 '초과 세수'를 미래 성장동력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내부적으로는 물론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공식 발언에서도 '추가 세수'라는 표현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최근 예상되고 있는 추가 세수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미래 세대를 위한 안정적인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데도 만전을 기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기존에 사용되던 '초과 세수' 대신 '추가 세수'라는 표현을 이 대통령이 처음으로 공식적인 자리에서 사용한 셈이다.

사흘 뒤인 5일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미래대응기금 구상이 당정 차원에서 공식화됐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이재명 정부는 추가 세수를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추가 세수로 기금을 조성해 3대 메가프로젝트 지원을 포함한 미래 성장능력 창출, K자형 양극화 대응, 2030 청년 주거·창업·일자리 지원 등에 과감히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과 대통령 비서실장이 모두 '추가 세수'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단순한 용어 변경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게 정치권과 경제부처 안팎의 중론이다.

국가재정법상 초과 세수는 일반회계 결산 이후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산, 공적자금 상환기금 출연, 국가채무 상환 등에 우선 사용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후 남는 재원이 있어야 추가경정예산이나 다음 회계연도 세입으로 활용할 수 있다.

반면 '추가 세수'는 특정 법률 용어가 아니다. 향후 국가재정법 개정 등을 통해 늘어난 세입 가운데 일정 부분을 별도 기금으로 적립하는 새로운 제도를 설계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표현이다.

정부가 최근 '초과 세수' 대신 '추가 세수'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예상보다 많이 걷힌 세금을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나는 세입 자체를 미래 투자 재원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실제 기획예산처 등 관계 부처는 반도체 산업 성장에 따라 증가하는 법인세 등을 활용해 미래대응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정부 관계자도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 흐름에 따라 기금 재원으로 활용할 범위를 설계하고 있으며 국가재정법 개정 등 관련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김용범 정책실장이 최근 제시한 경제 인식과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김 실장은 지난달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명목 10% 후반 경제의 환희, 낯섦, 그리고 두려움'이라는 글에서 올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두 자릿수에 이를 가능성을 언급하며 "우리는 오랫동안 저성장의 리듬에 익숙해져 있었지만 지금은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호황은 진짜 돈이 들어온 것"이라면서도 이를 소비와 자산시장으로 흘려보내지 말고 생산성과 미래 경쟁력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호황으로 확보되는 세입을 미래대응기금으로 적립하겠다는 구상 역시 이 같은 문제의식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국가 재정이 경기 부양과 복지 확대를 위한 '배분' 기능에 무게를 뒀다면, 앞으로는 미래 산업과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방향성이 보다 분명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참여성장펀드, 한국판 국부펀드에 이어 미래대응기금까지 추진되면서 국가가 미래 산업에 직접 장기 투자하는 체계를 구축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미래대응기금과 한국판 국부펀드 간 기능 중복을 어떻게 조정할지, 반도체 경기 변동에 따른 세수 불확실성을 어떻게 보완할지에 대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국가재정법 개정 과정에서 재정 민주주의와 국회의 예산 통제 원칙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도 향후 논의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정부부처 관계자는 "구조적으로 세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를 '종잣돈'으로 쓰겠다는 게 정부의 발상"이라며 "국가 재정 활용에 대한 새로운 실험이 시작된 데다, '운용'의 개념이 더 추가되는 점에서 의미있는 변화"라고 진단했다.

고위당정협의회 기념촬영하는 한성숙 국무총리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한성숙 국무총리가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오른쪽 네번째),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왼쪽 네번째)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7.5 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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