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일본 외환시장에서 연내 달러-엔 환율이 170엔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재정 확대 기조를 강화하면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겹치며 엔화 약세 압력이 한층 커지고 있다.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달러-엔 환율은 최근 1986년 12월 이후 약 39년 반 만에 최고치인 162엔대 후반까지 상승했다. 이날도 달러-엔은 장중 162엔을 넘어섰다.
[출처: 연합인포맥스(화면 번호 6416)
외환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발표한 '경제재정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골태방침)' 원안을 엔화 약세의 기점으로 지목한다. 이번 원안에서 기존에 포함됐던 재정 건전화 문언이 삭제되면서,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이 없는 적극 재정이 엔화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미쓰이스미토모DS자산운용의 이치카와 마사히로 수석 마켓 스트래티지스트는 골태방침에 대해 "재원이 불투명하다"고 꼬집으며 "향후 예산 규모가 더욱 팽창하고 적극 재정에 대한 우려가 강해지면 추가적인 엔화 매도 재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연말 달러-엔 환율 예상치를 165엔 안팎으로 제시했다.
여기에 정부가 원안을 통해 "적절한 금융정책 운영이 중요하다"며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 인상을 견제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 점도 부담을 더했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이 지연되면 미·일 금리 차 축소에 대한 기대감이 후퇴해 엔저 압력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SMBC은행의 니노미야 케이코 시니어 FX 마켓 애널리스트는 "엔화 강세로의 전환에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를 앞당기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금융정책 지연이 발목을 잡아 연말까지 엔화가 강세 방향으로 움직이더라도 달러-엔 환율이 158엔을 하회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미국의 고용 시장이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관측이 유지되는 점도 엔화에는 대형 악재다.
스즈키 쇼 마켓 애널리스트는 미 경제 호조에 따른 연준의 금리 인상과 일본은행의 '비하인드 더 커브(인플레이션 대응 지연)' 우려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달러-엔이 170엔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미 고용통계가 시장 예상을 밑돌았음에도 "연준의 금리 인상 기대가 사라질 정도는 아니며, 미 노동시장의 견고함에 대한 시각은 흔들리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일본 당국이 165엔 선에서 추가 엔화 매수 개입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야마다 슈스케 일본 외환·금리 스트래티지스트는 "당국이 165엔을 넘어서는 엔저를 방치하리라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이 라인을 넘어도 개입이 없다면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70엔까지 떨어질 것(달러-엔 환율 상승)이라는 시각이 시장에 팽배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재정 확장 정책과 금융 긴축 지연이 동반되는 상황에서는 개입 효과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한다.
후쿠오카 파이낸셜 그룹의 사사키 도루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엔저를 유발하는 정책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외환 개입을 단행하는 것은 "거의 의미가 없다"며 "이 상황에서 개입하더라도 170엔까지의 하락을 단지 1~2개월 늦추는 방어선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급격한 엔저의 영향으로 일본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이 역시 잠재적인 엔화 매도 요인으로 꼽힌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을 매수할 때 환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엔화 매도(헤지)를 결합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역설적으로 엔화 가치를 더 끌어내리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야마다 슈스케 스트래티지스트는 "결국 이러한 환헤지 움직임이 현재 엔저의 본질"이라고 귀띔했다.
klkim@yna.co.kr
김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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