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 4월 1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공개 세미나에서 축사하고 있다. 2026.4.16 hwayoung7@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금융당국의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에 우려를 표명하며 일반주주 과반동의(MoM·Majority of Minority) 방식 도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남우 거버넌스포럼 회장, 심혜섭 감사는 6일 낸 논평에서 포럼은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모회사 이사회에 주주보호 의무를 부과한 것을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진일보"로 평가하면서도,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내용대로 시행되면 국내 증시 양극화를 심화할 수 있다며 즉각적인 수정과 보완을 촉구했다.
포럼은 지난달 15일 논평에서도 모회사 주주 동의 방식으로 "일반주주 다수결(MoM) 이외의 대안은 없다"며 3%룰 도입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반대 입장을 낸 바 있다.
자회사 상장으로 모회사 주가가 하락해도 지배주주는 실질적 피해가 없는 반면 일반주주만 재산상 손실을 보는 만큼, 이해충돌이 없는 지배주주가 표결에 참여하는 3%룰 방식 자체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게 당시 포럼의 주장이었다.
◇"3%룰, 보호 대상인 일반주주 의결권마저 제한"
포럼은 이번 논평에서도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 노력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상법상 3%룰에 따른 주주동의를 요구한 부분을 다시 문제로 꼽았다.
중복상장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가 충돌하는 대표적 상황인 만큼 일반주주 보호가 중요한데, 정작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보호 대상인 일반주주도 3% 이내로 의결권이 제한되는 결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최대 피해자로는 국민연금을 지목했다. 다수 상장기업에서 3%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3% 의결권 제한으로 가장 큰 손해를 보게 되며, 이는 결국 모든 국민에게 손해로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포럼은 또 3%룰이 일반주주를 파편화시키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배주주와 이해충돌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일반주주의 손해는 전체 일반주주에게 분산돼 집단행동 문제와 무임승차 문제가 생기는데, 이를 해결하려면 3% 이상 보유 주주를 중심으로 감시비용 대비 편익이 커지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은 거꾸로 설계돼, 일부 주주가 스스로 감시비용을 부담하겠다며 지분을 3% 이상으로 늘려도 표결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게 됐다고 꼬집었다.
주주평등원칙을 이유로 일반주주 과반동의 방식을 배척한 데 대해서도 모순이라고 반박했다.
3%룰이야말로 주주평등원칙의 예외이며, 이해충돌 소지가 없는 주주까지 일률적으로 의결권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이해관계인만 배제하는 일반주주 과반동의보다 평등 제한의 폭이 더 넓다는 것이다. 일반주주 과반동의는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호를 위해 미국 등 다수 국가가 도입한 보편적 제도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전자투표 의무화하고, 회피 가능한 절차 세분화 지양해야"
포럼은 가이드라인의 세부 내용에서도 몇 가지 문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우선 전자투표 도입 여부와 무관하게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한 것은 타당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이 경우 지배주주가 전자투표를 아예 도입하지 않고 찬성 주주만을 대상으로 선별적으로 위임장을 받으려는 유인이 생기는 반면, 반대 주주의 감시비용은 오히려 상승한다고 지적했다.
전자투표가 감시비용을 낮추는 필수 수단인 만큼 일반주주 동의 절차를 거칠 때는 전자투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절차를 과도하게 차등화·세분화해 회피와 예외 적용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물적분할 중복상장과 다른 방식의 중복상장을 구분해 놓으면 기업이 영업양도나 현물출자를 통해 주주보호 노력을 회피할 수 있고, 인수한 기업을 중복상장하는 경우 기준을 완화한 것도 문제라고 봤다.
인수 역시 모회사 자금이 지출되고 이해충돌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이유에서다.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이익이 되는 상황에서 일반주주가 반대할 가능성이 극히 낮은 만큼, 과도하게 기교적인 제도설계를 지양하고 일관된 기준으로 모회사 일반주주를 보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별위원회 구성 요건에 대해서도 독립이사가 위원장을 맡거나 독립이사·외부전문가가 위원의 3분의 2 이상이면 충분하다고 한 것은 형식 요건에 그친다고 비판했다.
대부분 기업에 지배주주가 존재하고 독립이사 선임 자체가 지배주주에 의해 좌우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위원 전원을 독립이사로 구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하며, 회사가 선임 주체인 외부전문가는 형식적 자격요건을 갖추더라도 악용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개별 사안마다 독립이사의 실질적 독립성을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증시 양극화 심화 우려…MoM 도입 등 즉각 수정해야"
포럼은 가이드라인대로라면 국내 증시의 양극화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나라 중복상장 비율은 금융위원회 발표 수치로도 11.2%로 세계 1위 수준이며 미국(0.05%)의 200배가 넘는데, 포럼이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대기업집단 소속 상장사를 대상으로 계열 상장사 간 보유지분 가치를 자체 집계한 결과로는 집단 전체 시가총액 대비 중복 비율이 22.34%에 달한다고 밝혔다.
중복상장 모회사 주가는 대부분 보유 상장 자회사·관계회사 지분가치 대비 막대한 디스카운트 상태에 있으며, 이런 디스카운트의 존재 자체가 모회사 일반주주가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포럼은 특히 최근 증시 양극화가 반도체·AI 관련 일부 사업회사로만 자금이 쏠리는 문제인데, 이들 기업 대부분이 손자회사에 해당해 공정거래법상 증손회사 지분 요건에 따라 추가적인 중복상장 우려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때문에 가이드라인이 지주회사·중간지주회사 및 중복상장 가능성이 있는 자회사를 둔 모회사 주주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면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포럼은 일반주주 과반동의(MoM) 도입 등 즉각적인 수정이 필요하다고 재차 촉구했다.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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