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정우 기자 =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자회사 '중복 상장'을 규제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가운데 코넥스 시장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시장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위축된 코넥스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한편, 일각에서는 규제를 회피하려는 상장사들이 코넥스를 '우회 통로'로 활용해 코스닥 시장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 주주가치 훼손 막는다…모회사 이사회에 '5대 의무' 부과
7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중복 상장의 적합성을 시장과 기업이 일차적으로 꼼꼼히 따지도록 구조를 개편한 것이다.
그동안 자회사 상장은 자회사 이사회의 결정이라며 모회사 일반 주주의 목소리를 외면해왔던 관행을 깨기 위한 조치다.
앞으로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등 유가증권 및 코스닥 상장법인이 자회사를 중복으로 상장하려면 모회사 이사회는 반드시 5대 의무 사항을 이행해야 한다.
의무 사항은 ▲중복 상장이 모회사 주주에게 미칠 영향 평가 ▲주주 보호 방안 마련 ▲주주 소통 및 주주동의 여부 확인 ▲최종 찬반 결의 및 자회사 통지 ▲관련 정보의 구체적 공시 등이다.
특히, 이사회 결의에 앞서 사외이사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적인 '특별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해 객관성을 높였다.
만약 물적 분할된 자회사가 모회사 주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상장 심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간주해 상장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또한, 영업 및 경영 측면에서도 모회사에 과도하게 의존(매출·매입 의존도 50% 이상 등)하거나 인사·의사결정이 종속되어 있다면 상장 문턱을 넘을 수 없다.
◇ 위축된 코넥스 구하기…가이드라인 적용 '제외'
주목할 점은 이처럼 강력한 중복 상장 규제의 그물망에서 코넥스 시장은 완전히 빠졌다는 사실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코넥스 상장법인의 종속회사가 상장하는 경우, 반대로 코스피·코스닥 상장법인의 자회사가 코넥스 시장에 상장하는 경우는 모두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는 초기 성장기업의 자금조달과 성장을 돕는 '사다리' 역할을 해야 할 코넥스 시장이 최근 크게 위축된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중복 상장 규제를 전면 도입할 경우 벤처·중소기업들이 코넥스를 통한 상장이나 자금 조달 자체를 기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코넥스 신규 상장기업은 지난 4월 상장한 에스테크엠이 유일하다.
신규 상장사 수는 2022년과 2023년 각각 14개사에서 2024년 6곳, 지난해에는 4개사로 줄었다. 올해는 아직까지 1개의 상장만이 이뤄졌다. 상장기업 수는 2017년 154개사에서 현재 107개사로 30.5% 줄어든 상태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부터 외부감사 비용과 지정 자문인 수수료를 각각 70% 지원하고, 코넥스 투자펀드를 2천억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활성화 대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코넥스로 가면 규제 면제?"…코스닥 역차별 우려도
이 같은 정부와 거래소의 의도와 달리,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오히려 시장의 왜곡을 부르는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넥스 배제 조치가 중복 상장을 노리는 기업에 합법적인 규제 회피 경로를 열어줄 수 있다는 의견이다.
규제를 적용받는 코스피·코스닥 상장사가 신규 계열사나 사업부를 코스닥이 아닌 코넥스 시장에 상장하면 이번 5대 의무나 엄격한 투자자 보호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우선 코넥스에 자회사를 안착시킨 뒤, 시차를 두고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하는 방식을 취할 경우 규제의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역으로 코넥스에 모회사를 두고 유망한 자회사를 코스닥에 직상장시키는 구조를 짜더라도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경우 코스닥 시장에 직접 자회사를 상장하려다 까다로운 주주 동의와 독립성 심사에 막힌 기업들이 코넥스를 지배구조의 '우회기지'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결과적으로 똑같이 자회사를 상장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이라도 코스닥 직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은 고강도 규제에 가로막히는 반면, 코넥스를 거치는 기업은 제약을 벗어날 기회를 얻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넥스 시장 자체의 규모와 거래대금 등이 매우 적은 상태로 기업들의 상장 수요가 있을지는 지켜볼 사안"이라면서도 "향후 이전 상장이나 지분 조정 과정에서 규제 회피 여부를 가려낼 수 있는 정교한 보완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wchoi2@yna.co.kr
최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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