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삼성전자 89조 실적도 못 믿는 시장…AI 랠리 덮친 'ROI 의심'

26.07.07.
읽는시간 0

메타발 과잉투자 우려에 데이터센터 지연까지

높아진 눈높이가 반도체주 차익실현으로 확산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2분기 89조원을 웃도는 역대급 영업이익을 내놓고도 주가가 급락했다.

시장은 이미 지난주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 랠리를 떠받쳐 온 반도체주에 대해 과잉투자와 투자수익률(ROI) 우려가 제기된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가 오히려 차익실현의 계기가 된 것으로 풀이됐다.

삼성전자는 7일 2분기 잠정 영업이익 89조4천억원, 매출 171조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시장 예상치인 85조원가량을 웃돌았다. 그러나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최대 10% 가까이 하락 중이다.

강한 실적에도 AI 주도 반도체 호황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높아진 시장 기대가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메타발 균열…'AI 컴퓨팅도 남을 수 있다'

최근 시장의 조정에 불을 붙인 것은 지난 2일 메타발 보도였다.

메타가 자사가 구축한 AI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되지 않고 남는 연산 자원을 활용해 클라우드 사업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은 AI 인프라 부족보다 과잉 가능성에 먼저 반응했다. 당시 외신은 메타가 초과 AI 컴퓨팅 용량을 판매하는 클라우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반도체 랠리의 핵심 논리는 AI 서버와 그래픽처리장치(GPU),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구조적으로 공급을 초과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메타의 '남는 연산 자원'은 이 전제에 의문을 던졌다. AI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논리가 강할 때는 반도체주가 프리미엄을 받지만, 그 인프라가 일부라도 남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순간 시장은 과잉투자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이 충격은 곧바로 미국 반도체주와 한국 증시를 오갔다. 메타 보도 이후 미국 반도체주가 흔들렸고, 이 같은 흐름은 지속됐다.

이재용 회장,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투자계획 발표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마이클 버리 발언도 불안 키워·AI 데이터센터 지연

AI 랠리에 대한 불신은 메타 보도만으로 커진 것이 아니다. 고점에 대한 차익실현 압박이 높아진 상황에서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진 헤지펀드 매니저 마이클 버리가 국내에서 발표된 대규모 반도체 투자 계획을 종말의 시작이라고 언급한 점도 불안 심리를 키웠다.

그동안 버리는 AI 열풍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 온 인물이다. 그럼에도 사이클 산업이라는 메모리에 대규모 투자가 계속될 것이라는 소식은 향후 몇 년 뒤 닥칠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를 다시 강화했다.

특히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을 가장 공격적으로 반영해 온 시장이었다. 여기에 정부와 기업의 대규모 AI·반도체 투자 계획까지 더해지면서, 버리의 경고는 과열 논란을 자극하는 재료가 됐다.

더구나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데이터센터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는 소식도 과도하게 시장이 가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배런스가 이달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에서 주민 반발과 규제 움직임이 확산되며 1분기에만 75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금액으로는 1천300억달러어치의 프로젝트가 차단되거나 지연됐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ROI 논란은 지속…투자 축소보다 비용 전가 문제도 부상

빅테크가 AI 데이터센터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온 가운데, 이를 실제 매출과 현금흐름으로 회수할 수 있느냐는 투자수익률(ROI) 논란도 다시 강화하고 있다.

이진경 DB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시장은 최근 메타의 유휴 컴퓨팅 용량 판매와 일부 데이터센터의 지연·취소 등을 근거로 AI 투자 사이클 둔화를 우려하고 있다"라며 "그러나 빅테크들이 실제로 관리하는 대상은 설비투자(CAPEX) 규모 자체가 아니라 자본효율성(ROI)"이라고 말했다.

그는 AI 설비투자가 곧바로 둔화한다기보다, ROI 압박이 커지면서 공급망 내부에서 비용 부담이 재배치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경쟁력 유지를 위해 AI 인프라 투자를 쉽게 줄이기는 어렵지만, 투자 효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부담이 후방 공급업체로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이퍼스케일러가 결제 조건을 연장하거나 재고를 최소화하면 자체 현금흐름은 개선된다. 반면 후방 공급업체는 재고 확보와 선행 생산, 매출채권 보유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이 연구원은 AI 투자 사이클이 성숙할수록 시장이 매출 성장보다 현금창출력과 자본효율성에 더 높은 프리미엄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 같은 우려는 수급 부담으로도 번지고 있다. 골드만삭스 자료에 따르면 미국 헤지펀드들은 기술 하드웨어주를 4주 연속 순매도했다. 올해 AI 랠리의 핵심 수혜주였던 반도체주에 차익실현 압력이 커진 셈이다.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본사 모습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매도 명분이 되어버린 삼성전자 실적

이런 배경에서 삼성전자의 89조4천억원 실적은 주가를 끌어올릴 재료가 되지 못한 모습이다.

실적은 강했지만, 시장의 눈높이는 이미 더 높아져 있었다. AI 메모리 호황과 범용 D램·낸드 가격 급등을 반영해 시장 일부에서는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90조원을 넘고, 100조원에 근접할 수 있다는 기대까지 형성됐다. 컨센서스를 웃돈 실적도 높아진 수치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했다.

결국 이날 급락은 삼성전자의 개별 실적에 대한 실망이라기보다, 지난주부터 이어진 AI 랠리 재평가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메타의 유휴 컴퓨팅 판매 검토가 AI 과잉투자 논란을 촉발했고, 마이클 버리의 경고가 과열 우려를 키웠으며, 헤지펀드의 반도체주 매도와 AI ROI 논란이 차익실현 압력을 높였다. 여기에 삼성전자 실적 기대치가 과도하게 높아지면서 사상 최대 이익도 주가를 방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ysyoon@yna.co.kr

윤영숙

윤영숙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