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리는 '앨런앤드컴퍼니 선밸리 콘퍼런스(Allen & Co. Sun Valley Conference)' 참석을 위해 출국하면서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시선도 다시 선밸리로 향하고 있다.
선밸리 콘퍼런스는 공식 의제나 공동성명, 기자회견이 없는 행사다. 그럼에도 매년 세계 주요 빅테크 최고경영자(CEO)와 미디어 거물,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비즈니스계 다보스포럼'이자 '억만장자의 여름캠프'로 불린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1983년 시작…월가 투자은행이 만든 '초청제 모임'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선밸리 콘퍼런스는 1983년 미국 투자은행 앨런앤드컴퍼니의 허버트 앨런 주니어 회장이 만든 행사다.
초기에는 영화와 방송 등 미디어 업계 경영진을 중심으로 한 소규모 모임이었다. 첫 행사 참석자는 30여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를 거치며 행사 성격은 빠르게 바뀌었다. 전통 미디어 기업뿐 아니라 애플,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이 핵심 참석자로 자리 잡았고, 최근에는 생성형 AI 열풍에 따라 인공지능(AI) 기업 창업자와 반도체 기업 CEO들까지 참석 범위가 넓어졌다. 참석 규모는 수백명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통상 행사 기간 선밸리 인근 공항에 하루 300~350건의 항공기 운항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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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리스 조끼 입고 골프·등산…철저히 가려진 내부 논의
선밸리 콘퍼런스의 가장 큰 특징은 철저한 비공개다.
행사 기간 공식 취재는 제한되며 참석자들은 강연보다 골프와 테니스, 등산, 낚시, 만찬 등을 함께 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간다.
정장 대신 청바지와 플리스 조끼 차림으로 행사장을 오가는 분위기도 선밸리의 상징처럼 굳어졌다. 이른바 '선밸리 유니폼'이다. 참석자들이 넥타이를 풀고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 다니며 대화하는 반면, 행사장 밖에서는 글로벌 취재진이 이들의 동선을 포착하기 위해 대기하는 장면이 매년 반복된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민감한 경영 현안과 인수합병(M&A) 논의도 자연스럽게 오간다. 투자은행이 주최하는 행사인 만큼 CEO와 창업자, 투자자들이 한 공간에서 며칠을 함께 보내며 신뢰를 쌓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공식 협상보다 인간관계를 먼저 만드는 '관계 자본'의 장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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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ABC부터 워싱턴포스트까지…'M&A의 산실'
선밸리는 '거래가 태어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1995년 월트디즈니의 ABC 인수다. 당시 디즈니의 마이클 아이스너 CEO와 ABC 모회사 캐피털시티스 경영진이 선밸리에서 만나 논의를 이어간 것이 대형 거래의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3년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워싱턴포스트(WP) 인수 논의도 선밸리에서 이뤄진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는 전통 미디어가 빅테크 자본과 결합한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2000년대 이후에도 컴캐스트의 NBC유니버설 인수 등 굵직한 거래들이 선밸리에서 시작됐거나 급물살을 탔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온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M&A보다 AI 투자와 데이터센터, 반도체 공급망, 콘텐츠 사업 재편 등 미래 산업을 둘러싼 전략 논의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 올해 화두도 AI…빅테크 총출동
올해 역시 AI가 최대 화두로 꼽힌다.
외신에 따르면 올해 행사에는 애플의 팀 쿡, 존 터너스(차기 CEO 내정자),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오픈AI의 샘 알트먼, 팔란티어의 알렉스 카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폭스의 루퍼트 머독 일가,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의 데이비드 재슬라브 등 주요 IT·미디어 기업 경영진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행사는 7일 시작해 11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올해는 AI 투자 확대에 따른 수익성과 데이터센터 투자, AI 인프라 구축 경쟁이 주요 논의 주제로 거론된다. 최근 AI 투자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투자 효율성을 둘러싼 논쟁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글로벌 빅테크 CEO들의 시각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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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도 단골 참석…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이재용 회장 역시 선밸리 콘퍼런스의 단골 참석자다.
이 회장은 부회장 시절부터 꾸준히 선밸리를 찾아 글로벌 CEO들과 교류를 이어왔다. 공식 일정이 공개되지 않는 만큼 구체적인 면담 내용은 알려지지 않지만, 글로벌 고객사와 협력사 최고경영진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에도 중요한 행사로 꼽힌다.
특히 올해는 AI 반도체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글로벌 빅테크들의 대규모 AI 투자 전략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시기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모바일, AI 기기 등 삼성전자의 주요 사업과 직결되는 고객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만큼 사업 협력과 미래 투자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선밸리 콘퍼런스는 매년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가장 먼저 읽고 글로벌 CEO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무대로 기능해 왔다. AI 시대에도 세계 최고 경영자들이 이 작은 휴양지로 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ysyoon@yna.co.kr
윤영숙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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