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SK하이닉스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앞두고 선물환 매도에 나서고 있다.
대규모 달러 자금 조달과 환전을 앞두고 헤지 포지션을 구축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3일부터 상장을 대비한 선물환 매도를 진행 중이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3일 오후 1,540원대에서 1,520원대로 20원가량 급락했는데 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 추정 물량뿐 아니라 SK하이닉스의 선물환 매도도 합세한 결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의 선물환 매도는 당분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ADR 상장으로 조달할 자금이 약 300억달러로 역대급 규모이기 때문이다.
최근 공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ADR 발행총액을 약 43조원(285억달러)으로 추산했다. 공모가와 최종 조달 금액은 오는 9일까지 수요예측을 진행한 후 결정된다. 나스닥 상장일은 오는 10일이며 청약 및 납입일은 14일이다.
ADR 상장으로 확보할 달러 자금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달러-원 환율이 높은 구간에서는 선물환 매도를 통해 환 헤지를 할 유인이 커진다.
펀더멘털과 다소 괴리된 것으로 평가되는 1,500원 초중반대 레벨에서 미리 헤지 포지션을 구축하면 향후 환율이 내려가도 환차손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최근 SK하이닉스는 선물환 매도를 시작했다. 지난 3일에 이어 이번 주에도 추가로 선물환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엿보인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지난 3일 낙폭은 스무딩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이번 주에도 선물환 매도 물량이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최근 들어 선물환 매도뿐 아니라 네고물량도 적극적으로 내놓고 있다면서 ADR 상장으로 인한 달러 유입을 앞두고 보유 달러를 미리 파는 것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헤지 목적뿐 아니라 환전을 분산하기 위한 작업을 이미 진행 중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한 은행의 외환딜러는 선물환이든 현물환이든 SK하이닉스의 매도물량이 확실히 나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 증권사 딜러도 최근 대규모 달러 매도 주문이 자주 포착되는데 SK하이닉스 물량일 것 같다고 추정했다.
한편, ADR 상장으로 조달한 달러 자금의 환전, 즉 현물환 매도는 오는 15일 전후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시장 영향을 고려해 상당 기간 분할해 매도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단기간에 꽤 큰 규모로 팔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상황에 맞게 유동적으로 매도 물량을 조정할 것이란 추측이다.
현재로서는 약 20~30영업일 동안 하루 10억달러 안팎을 유동성이 풍부한 오전 장에서 분산 환전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일 매도 규모를 떠나 조달 자금 대부분이 국내 투자 목적으로 환전될 예정이므로 달러-원 환율에 미칠 하방 압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롱스탑(매수 포지션 청산)과 수출업체 네고물량, 중공업체 환 헤지 물량 등까지 뒤따를 경우에는 낙폭이 기대 이상일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SK하이닉스의 ADR 상장은 약 300억달러 규모의 신규 달러 공급 이벤트라는 점에서 외환시장 파급력이 작지 않다"며 "특히 달러 조달 자금이 단기간에 대부분 원화로 환전될 경우 역내 수급 구도가 공급 우위로 급격히 전환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단순히 환율 레벨을 낮추는 재료를 넘어 그동안 누적된 고환율 기대를 흔들 수 있는 변수"라며 "대규모 달러 자금이 짧은 기간에 공급되면 달러 롱 포지션은 손절 압력에 노출돼 환율 낙폭이 확대될 소지가 있고, 수출업체 추격 네고로 환율 하락에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ADR 공급 충격이 '포지션 조정→환율 하락→포지션 재조정→환율 추가 하락'의 연쇄 고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의미"라며 "이 경우 시장 참여자의 환율 눈높이 역시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ywshin@yna.co.kr
신윤우
ywshin@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