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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곳 잃은 발전채, 세계 최초 기후전환채권 해답…동서발전, 새 이정표

2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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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국내 채권시장의 투자심리 위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전력공사의 발전자회사들의 채권 조달 또한 녹록지 않은 분위기다.

국내 시장에서 채권 입찰 후 일부 만기물의 발행을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들은 조달 비용 경쟁력을 쫓아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에 대한 관심 또한 높이고 있다.

해외 시장이라고 수월하기만 한 건 아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열풍이 안착하면서 석탄화력발전 사업을 영위하는 발전자회사를 외면하는 투자자도 상당하다.

이 가운데 한국동서발전은 세계 최초로 국제자본시장협회(ICMA) 기후전환채권(Climate Transition Bond) 가이드라인에 따른 해당 채권 발행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이어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한 발전자회사들의 외화채 발행이 줄줄이 대기 중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조달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동서발전, 5억달러 기후전환채권으로 새 역사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동서발전(무디스 기준 'Aa2')은 오는 13일(납입일 기준) 5억달러 규모의 유로본드(RegS)를 발행한다.

트랜치(tranche)는 5.5년물 고정금리부채권(FXD)이다. 가산금리(스프레드)는 동일 만기 미국 국채금리에 58bp를 더했다.

최초제시금리(IPG, 이니셜 가이던스)는 90bp 수준이었으나 지난 6일 진행한 북빌딩(수요예측)에서 최대 27억달러를 웃도는 주문을 확보하면서 스프레드를 낮췄다.

이번 조달은 기후전환채권 형태로 ESG 흐름에 동참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이목을 모았다.

기후전환채권은 고탄소 배출 기업이 신뢰할 수 있는 기후전환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이를 위한 조달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라벨링 한 ESG 채권의 일종이다.

기존 그린본드(green bond)는 조달 자금을 친환경 사업에 활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탄소배출이 많은 산업군에 속한 기업들의 친환경 전환을 지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ICMA는 지난해 11월 기후전환채권 가이드라인을 공표하고 관련 조달의 기틀 만들기에 나섰다.

이후 동서발전이 이번 조달로 해당 가이드라인에 맞춘 세계 최초의 기후전환채권을 찍은 것이다.

기후전환채권이 국제 기준에 맞게 설계되도록 구조화하는 작업(ESG Structuring Bank)은 BoA메릴린치와 HSBC가 맡았다.

두 기관은 글로벌 ESG 금융을 선도하는 곳으로, 단순한 주관사의 역할을 넘어 ESG 조달의 컨설턴트 역할로 첫 기후전환채권 발행의 등장을 뒷받침했다.

동서발전은 이번 조달 자금을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석탄 화력발전의 LNG 전환, 에너지 효율 개선, 수소 혼소 발전 등에 활용해 친환경으로의 전환에 앞장설 예정이다.

동서발전의 2050 탄소중립 전략

출처 : 한국동서발전 홈페이지

◇주춤해진 한국물 투심 속 이목집중…조달 이정표 세웠다

최근 미국 금리 인상 경계감과 인공지능(AI) 투자 과열론 등으로 역대급 활황을 지속하던 한국물 투자 심리가 주춤해졌지만, 동서발전은 기후전환채권으로 주문량을 끌어올렸다.

한국전력공사와 산하 발전자회사는 ESG 투자 열풍의 부상 속 석탄화력발전사라는 꼬리표가 붙으면서 해외 시장에서 관련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곤 했다.

여기에 최근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가 한풀 꺾이는 상황까지 더해졌으나 기후 전환이라는 조달 특성을 내세우면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었다.

이번 북빌딩에서 일부 우량 투자자는 기후전환채권과 ESG라는 점을 주목해 주문량을 더욱 늘렸다는 후문이다.

이에 동서발전은 발행 규모를 4억달러에서 5억달러로 증액할 수 있었다. 스프레드 역시 IPG 대비 32bp 끌어내렸다.

최근 한전 발전자회사들이 국내 시장에서도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점에서 동서발전의 기후전환채권 시도는 더욱 눈길을 끈다.

전일 한국남부발전은 원화채 발행을 위한 입찰에 나섰으나 이후 2년물 발행을 취소했다. 3년물만 2천억원을 찍기로 한 것이다.

2년물에도 3천30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으나 금리 조건 등이 눈높이에 맞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2일 입찰에 나섰던 한국중부발전은 2년과 3년, 5년물 입찰 후 5년물을 찍지 않기로 했다. 당시 5년물 응찰 규모는 500억원 수준이었다.

국내 시장에서의 조달 금리가 나날이 치솟으면서 한전 발전 자회사들은 한국물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동서발전의 뒤를 이어 한국전력공사와 일부 발전자회사가 달러채 발행을 준비 중인 가운데 이번 첫 기후전환채권의 등장은 이들에 대한 ESG 행보에 대한 신뢰감을 배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딜은 BoA메릴린치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HSBC, 한국산업은행이 주관했다.

phl@yna.co.kr

피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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