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 구매 식품업체 일부 소송 검토
피해 산정 어려워 장기전 가능성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수인 기자 = 밀가루에 이어 전분·전분당 담합 사건이 역대 최대 과징금 규모를 경신하면서 식품업계의 시선이 담합회사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으로 옮겨가고 있다.
원료를 구매한 식품업체들의 피해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들은 내부적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실제 손해 규모와 담합 간 인과관계 등을 입증해야 하는 만큼 장기 소송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대상[001680], 사조CPK, 삼양사[145990], CJ제일제당[097950] 등 4개 전분·전분당 제조사가 7년 5개월에 걸쳐 진행한 가격담합을 적발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7천475억7천800만 원을 부과하기로 전날 결정했다.
이번 과징금은 공정위가 그간 담합 사건에서 부과한 과징금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앞서 설탕 담합 사건에는 3천960억 원이 의결됐고, 밀가루 담합은 당시 역대 최대인 6천710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이번 전분·전분당 담합 사건이 이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올해 식료품 원재료 담합 사건에 부과된 과징금 규모만 1조8천억 원을 웃돌게 됐다.
일부 식품업체들은 설탕, 밀가루, 전분·전분당 등 담합 사건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알려졌다. 관련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면 본격적으로 대응 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식품업계 특성상 원가 부담이 큰 데다 상장사의 경우 주주가치 보호 차원에서도 이번 사안을 그대로 넘기긴 어렵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소송을 준비 중"이라면서 "과징금 처분 결과가 나오는 상황에서 아무런 액션(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경영진 배임이나 주주가치 훼손과도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의 조사 결과는 향후 소송 진행 과정에서 중요한 근거 자료가 될 수 있다.
공정위 카르텔조사국 제조카르텔조사과 관계자는 "공정위로부터 의결서가 나가면 행위 사실이나 관련 매출액이 특정될 수 있어 소송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원고가 법원을 통해 자료제출명령을 내리면 피심인들이 의무적으로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형 실수요처들이 많기 때문에 손해배상을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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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업체가 소송에 뛰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기업들은 조용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 피해 규모를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소송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관건은 결국 '입증'이다. 원재료를 구매해온 업체들이 담합으로 인해 더 비싼 가격에 원료를 사들였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담합만이 아닌 여러 요인들이 중첩됐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석근배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손해배상 소송이 성립하려면 크게 담합에 가담했던 사업자의 책임, 손해 발생, 그리고 손해와 책임 사이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면서 "가령 1만 원이던 제품이 1만2천 원이 됐다고 해도 그 인상분 중 환율이나 임금 인상 같은 다른 요인을 제외하고 담합으로 인한 가격 인상만을 구분해야 하는데 간단한 일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역시 전날 브리핑에서 4개 전분사들이 담합으로 영업이익을 개선했다고 설명했지만 정확한 부당이득 산정에는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은 당시 "부당이득을 추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제 담합으로 인한 부당이득을 발라내는 게 용이하진 않다"고 답했다.
공정위조차 어려움을 토로하는 부당이득 산정 문제는 개별 기업이 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그대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소송 과정에서는 피해 규모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감정평가 보고서 등 서류들이 필요하다고 설명됐다.
여러 이유로 소송 마무리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소 5년이 걸릴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일례로 2007년 공정위가 서울 지하철 7호선 연장 공사에서 입찰 담합을 한 6개 건설업체에 제재에 나섰는데, 관련 손해배상 소송은 10년이 넘어서야 마무리되기도 했다.
이번 건 역시 세간의 관심이 쏠린 만큼 실제로 어느 기업이 얼마만큼의 책임을 지게 될지는 오랜 법정 공방을 거쳐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sijung@yna.co.kr
정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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