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키옥시아도 변동성 1.3~1.4배 확대…"글로벌 현상"
파생 세계 1위→12위 전철…홍콩 상장 상품이 국내보다 커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노요빈 기자 =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둘러싸고 상장폐지와 진입 장벽 강화 등 규제론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과거 파생상품 시장 규제의 부작용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치권 일각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폐지를 촉구하고, 당국도 사전교육 추가 이수나 예탁금 상향 등을 검토하고 있다.
◇마이크론·키옥시아도 급등락…"레버리지 탓만은 아니다"
다만 변동성 확대의 원인을 레버리지 ETF에만 돌리기는 어렵다는 반론이 나온다.
연합인포맥스가 올해 1월 2일부터 이달 9일까지 4개 종목의 일별 종가를 바탕으로 로그수익률의 표준편차를 구한 뒤 연 252거래일로 환산해 변동성을 산출한 결과,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5월 27일) 전후로 삼성전자는 69.2%에서 97.7%로, SK하이닉스는 80.5%에서 114.4%로 각각 1.4배 안팎 높아졌다.
그러나 국내 레버리지 ETF와 무관한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같은 기간 77.2%에서 111.0%로 1.44배 확대됐고, 일본 키옥시아는 96.2%에서 121.2%로 1.26배 커졌다. 레버리지 ETF 규모가 크지 않은 해외 피어그룹도 비슷하거나 더 큰 폭으로 변동성이 확대된 셈이다.
5월 말 이후는 브로드컴 가이던스 우려 등 반도체 업종 전반의 공통 이벤트가 겹친 시기다. 레버리지 ETF가 변동성을 일부 증폭시키는 기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근본 원인은 글로벌 반도체 업황 자체의 가격 발견 과정에 있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지수 자체의 쏠림도 변동성을 키우는 구조적 요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코스피200 내 비중은 60%에 달하며, SK스퀘어·삼성전기·삼성생명·삼성물산 등 연관 종목까지 포함하면 65%를 넘는다. 지수의 3분의 2가 사실상 두 반도체 기업에 연동되는 구조여서, 개별 종목의 등락이 곧 지수 변동성으로 직결된다.
◇규제의 역사…파생 시장 세계 1위에서 12위권으로
규제 일변도의 접근에 대한 경계론은 과거 전례에 근거한다.
코스피200 옵션은 한때 전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파생상품 계약이었다. FIA(선물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2011년 코스피200 옵션의 연간 거래량은 36억7천만계약에 달했고, 한국거래소는 거래량 기준 세계 1위를 10년 넘게 유지했다.
그러나 2011년 ELW 기본예탁금 1천500만원 부과, 2012년 코스피200 옵션 거래승수 5배 상향, 2014년 적격개인투자자 제도(사전교육 30∼50시간·기본예탁금 3천만원) 등이 잇달아 도입됐다.
그 결과 한국거래소의 세계 순위는 2012년 5위, 2013년 9위로 급추락했고 2016년에는 12위권까지 밀려났다. 전체 파생상품 거래량도 2011년 9억9천100만계약에서 2014년 6억7천800만계약으로 31.6% 급감했고, 거래대금은 1경6천442조원에서 9천107조원으로 45% 줄었다.
위축된 유동성은 헤지 목적의 비투기적 투자자까지 시장에서 밀어내는 부작용을 낳았다. 옵션 거래승수 인상으로 호가 공백이 커지면서 파생상품 본연의 가격 발견 기능과 위험 분산 기능이 훼손됐고, 당국이 보호하려던 개인투자자 상당수는 예치금이나 교육 요건이 없는 불법 사설 FX마진 업체나 코인 트레이딩 등으로 옮겨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콩 덩치가 더 커…상장폐지해도 실익 없다
상장폐지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시각의 근거는 해외 상장 상품의 규모에 있다. 홍콩 CSOP자산운용의 'CSOP SK하이닉스 데일리 2X 레버리지 ETF(7709 HK)' 순자산총액(NAV)은 지난 8일 기준 79억달러(약 12조1천억원)다. 지난 5월 170억달러(약 25조8천억원) 수준에서 반토막이 됐지만, 같은 기초자산을 추종하는 국내 상품(합산 7조7천억원)보다 여전히 1.6배 규모다.
홍콩 외에도 영국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3배수로 추종하는 상품까지 등장했다.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순자산 합산은 12조원 수준이다. 이를 상장폐지해도 CSOP 등 해외 운용사가 매일 국내 증시 마감 동시호가 시점에 스왑 계약을 맺은 글로벌 투자은행(IB)을 통해 SK하이닉스 현물과 선물을 대규모로 매매하는 구조는 그대로 남는다.
업계에서는 과거 파생상품 규제 전례에 더해 글로벌 피어의 변동성 확대와 지수 내 쏠림 구조, 홍콩 상장 상품의 규모까지 고려하면 레버리지 ETF에 성급하게 낙인을 찍기보다 시장 내부의 완충 기능을 살리는 방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교육 강화가 물론 중요하지만, 교육 시간을 늘려서 얼마나 실익이 있겠느냐"면서 "투자자를 '귀찮게 만들어서' 거래를 막는 것은 바람직한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김선영 제작] 일러스트
kslee2@yna.co.kr
ybnoh@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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