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커버드콜, 레버리지와 반대 방향 수급 창출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노요빈 기자 = 코스피 대형주 변동성을 키운 주범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지목되는 가운데, 당국의 규제보다 반대 포지션 상품을 활성화해 수급을 시장 안에서 상쇄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가 하루 5∼13%씩 급등락하면서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잇달아 발동됐다.
그 배경에 최근 상장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기계적 리밸런싱 물량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상장폐지 요구까지 제기됐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국내 레버리지 ETF 상장 이후 대형주 쏠림이 강화됐다면서, 하락 국면에서 시장조성자(LP)의 헤지 물량이 '숏 감마'와 유사한 형태로 낙폭을 키운다고 짚었다.
기초자산이 급락하면 ETF 순자산은 배율만큼 줄어드는데 LP의 선물 포지션은 그만큼 줄지 않아, 목표 배율을 되돌리려는 매도가 장 막판에 쏟아진다는 설명이다.
◇반대편에 서는 ELS…"오를 때 팔고 내릴 때 산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레버리지 ETF의 리밸런싱 충격을 상쇄할 반대 포지션으로 주가연계증권(ELS)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에서 발행되는 스텝다운형 ELS는 대부분 풋옵션 매도 구조다. 이 구조에서 발행 증권사의 헤지 방향은 레버리지 ETF와 정반대로 움직인다.
기초자산이 낙인(Knock-in) 배리어보다 위에 있는 정상 구간에서는, 주가가 내릴수록 증권사가 만기에 물어줘야 할 위험이 커진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 증권사는 주식을 추가로 사들인다. 반대로 주가가 오르면 위험이 줄어든 만큼 보유 주식을 덜어낸다.
오를 때 사고 내릴 때 파는 레버리지 ETF의 리밸런싱과 정확히 반대 방향의 수급이 나오는 셈이다. 레버리지 ETF가 장 막판에 쏟아내는 투매를, ELS 헤지 물량이 바닥에서 받아내는 구조다. 반대로 급등할 때 추격 매수는 매도로 받아낼 수 있다.
다만 주가가 낙인 배리어를 실제로 터치하면 상황은 반전된다.
손실 흡수 의무가 사라지면서 증권사의 포지션이 뒤집히고, 그동안 방어용으로 사 모았던 주식을 한꺼번에 던져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평상시 소방수였던 ELS 헤지 물량이, 극단적 급락 국면에서는 오히려 방화범으로 돌변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배리어를 아예 없앤 '노낙인(No-KI)' 구조의 ELS를 대안으로 거론한다. 노낙인 ELS는 은행권 등을 중심으로 이미 발행돼 온 상품이다. 배리어가 없으면 급락시 포지션 반전이 일어나지 않아, 완충 효과만 취하고 부작용은 차단할 수 있다. 최근의 높은 변동성을 감안하면 낙인 없이도 충분한 금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과거 ELS 발행 잔액이 60조원까지 불어났던 2010년대 초중반, 이 역방향 헤지 물량은 코스피를 2,000선 안팎에 가둔 이른바 '박스피'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시장의 방향성을 짓눌렀다는 비판을 받았던 같은 메커니즘이, 지금은 레버리지 ETF발 과잉 변동성을 잡아줄 완충장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커버드콜 ETF도 대안…"인프라부터 깔아야"
커버드콜 ETF도 변동성 완충장치로 거론된다. 기초자산 주식을 보유하면서 콜옵션을 매도하는 구조로, 이를 사들이는 상대 기관은 주가 방향과 반대로 매매해야 하는 포지션을 갖게 된다.
상대 기관은 주가가 급등하면 매수한 콜옵션 가치가 올라 헤지 부담이 커지므로 보유 주식을 나눠 팔아 상승 압력을 흡수하고, 반대로 주가가 급락하면 옵션 가치가 소멸하면서 장부를 맞추기 위해 오히려 주식을 사들이게 된다. 오를 때 사고 내릴 때 파는 레버리지 ETF와 정확히 반대 방향의 수급이 발생하는 구조다.
미국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커버드콜 ETF는 이미 국내에서도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국내 개별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은 아직 없다.
가장 큰 걸림돌은 개별주식 위클리 옵션 시장이다.
만기가 짧을수록 시간가치 소멸 속도가 빨라 프리미엄(배당 재원) 확보에 유리하고, 매주 행사가격을 새로 설정할 수 있어 상방이 장기간 막히는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
한국거래소는 당초 지난 6월 29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등 4개 종목을 대상으로 위클리 옵션을 상장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상장을 사흘 앞두고 변동성 확대를 이유로 무기한 연기했다.
위클리 옵션 없이는 국내 단일종목 커버드콜의 배당 매력이 크게 떨어져, 레버리지 ETF로 쏠린 자금을 끌어올 유인도 약해진다.
◇"규제보다 인프라"…과거 풍선효과 경계론도
당국의 직접 규제에 대한 신중론도 뒤따른다.
국내 파생상품 시장은 2011년 이후 기본예탁금 부과와 옵션 거래승수 상향, 적격개인투자자 제도 등이 잇달아 도입되며 2011년 9억9천100만계약이던 거래량이 2014년 6억7천800만계약으로 31.6% 줄어든 전례가 있다.
당시 위축된 유동성 상당 부분은 규제가 미치지 않는 해외 파생시장이나 사설 거래로 이동했다.
최근에도 홍콩에 상장된 'CSOP SK하이닉스 데일리 2X 레버리지 ETF'로 국내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국내 상장 상품을 규제하더라도 투자 수요 자체는 해외로 옮겨갈 뿐이며, 리밸런싱 물량이 국내 증시 마감 동시호가를 흔드는 구조는 그대로 남는다는 것이 업계 지적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레버리지 ETF를 직접 규제하기보다, 반대 방향 헤지 물량을 낼 수 있는 ELS·커버드콜 인프라를 정비해 수급이 자율적으로 상쇄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임원은 "레버리지 ETF의 데일리 리밸런싱이 종가 무렵 변동성을 키우는 것은 맞다"면서도 "이를 상쇄할 수 있는 반대 포지션 상품들이 존재하고, 이를 활성화해 시장이 자생적으로 균형을 찾도록 유도하는 것이 묘안"이라고 말했다.
[김선영 제작] 일러스트
kslee2@yna.co.kr
ybnoh@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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