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도 '과열 신호'…"투자전략 변화 준비해야"
(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반도체 호황을 타고 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이 늘었음에도 국내 투자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현재의 높은 성장률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기업 이익이 국내 투자로 충분히 환류되지 않고 국외에 머무르면서 기록적인 경상수지 흑자에도 고환율이 이어지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업 자금 잉여는 역대 최고인 20조8천억원을 기록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례적인 기업 자금 잉여의 배경에 대해 "반도체 호황에 따른 이익 증가도 중요하지만, 투자 부진도 중요한 동인일 수 있다"고 지목했다.
국민계정 내 '저축과 투자의 갭'에서도 투자율 급감을 엿볼 수 있다. 총저축률에서 총투자율을 뺀 이 수치는 올해 1분기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 연구원은 "투자 부진에 더 눈길이 가는 이유는 우리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과 지금 반등한 경제성장률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와 연결되기 때문"이라며 "반도체 호황이 지나도 지금의 2%대 성장률이 유지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라고 지적했다.
기업의 투자 부진은 기록적인 경상수지 흑자에도 이례적인 고환율이 지속되는 배경을 설명하는 요인으로도 지목됐다.
반도체를 필두로 한 수출기업들이 벌어들인 이익이 늘었지만, 국내 투자로 이어지는 자금이 상대적으로 적어지면서 저축과 투자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통상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하면 국내로 외화가 유입되면서 원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그 이익이 국외에 더 많이 머물게 되면서, 수출 기업의 이익이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 연구원은 "실제로 이번 1분기 우리나라의 대외자산 증가를 의미하는 국외 자금조달은 63조원 넘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과열권 진입 신호도 잡히고 있다.
올해 1분기 금융연관비율은 지난 2022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표준편차 이상으로 추세선을 벗어났다.
금융연관비율은 실물자산 대비 금융자산 규모를 보여주는 지표다. 실물경제 성장 속도와 비교해 금융자산이 얼마나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지 판단하는 데 활용된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연관비율이 표준편차 이상으로 추세선을 벗어나는 국면은 실물 대비 금융자산의 과열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됐다. 1999년에서 2000년 초반 국면이나 2008년과 2009년 그리고 2021년 하반기와 2022년 상반기 등이 대표적이다.
정 연구원은 "금융연관비율이 과열권에 들어섰다는 것이 곧 국면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약간의 시차가 있을 뿐 과열 경계 신호가 켜졌다는 의미"라며 "투자 전략의 변화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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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song@yna.co.kr
송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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