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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반도체 산업, 옛날 같은 사이클로 움직이지 않는 건 확실"

26.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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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ADR 나스닥 상장 후 인터뷰

"사람들 아직 사이클 산업 벗어났다고 실감 못해"

속도 거듭 강조…"수요 제때 못 맞추면 반도체 시장 죽는다"

(뉴욕=연합인포맥스) 진정호 특파원 = 반도체 산업이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 성장에 힘입어 이전과 똑같은 사이클로는 움직이지 않기 시작했다며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말했다.

최 회장은 10일(미국 동부시간) 맨해튼 나스닥 본사에서 SK하이닉스 미국 주식예탁증서(ADR)의 나스닥 상장 이후 특파원단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제공 : SK하이닉스]

◇"구조적인 변화 일어났다"

최 회장은 AI 혁명에도 반도체 산업이 사이클 굴레를 완전히 탈피하진 못할 것이라는 논란이 있다는 질문에 "구조적인 변화는 일어났다고 보인다"며 "옛날과 똑같은 사이클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해졌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그렇다고 사이클이 완전히 없어졌냐고 묻는다면 사실 사이클이라는 게 디맨드와 서플라이(수요와 공급) 문제 아니었나"라며 "공급이 많아지면 다운턴(업황 위축)으로 들어가고 수요가 늘면 업턴(업황 확장)으로 들어가는 것은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수요와 공급의 차이가 무지하게 크다"며 "지금으로선 수요가 자라는 속도가 우리 공급을 늘리는 속도를 훨씬 능가하고 있어 이게 언제 좁혀지겠느냐(라는 질문이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물론 컨벤셔널 시장(기존 일반 시장)은 그대로 아직 (사이클 산업에) 머물러 있다"며 "하지만 AI가 더 완벽해지면 완벽해질수록 결국 사이클에서 (벗어나지 않을까)"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사람들이 아직 사이클 산업을 벗어났다는 이야기를 잘 실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나온 AI가 그렇게 완벽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는 "여러분이 보시는 AI는 한 4~5살짜리 어린아이"라며 "이 아이는 포텐셜이 있지만 아직도 자라나는 데 한참 걸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년이 된다는 건 우리가 범용인공지능(AGI)으로 간다는 얘기"라며 "어린애가 처음에는 기억하고 저장할 게 별로 없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늘어나지 않겠나. 메모리도 똑같다.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상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메모리 가격과 사람들이 원하는 게 폭발적으로 느는데 앞으로 이 트렌드는 상당 기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하는 건 상당히 어렵지만 아마 AGI 세상이 완벽하게 올 때까지, 완벽한 AI를 우리가 만날 때까지 지속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파원단과 인터뷰 중인 최태원 회장

[제공 : SK하이닉스]

◇전 세계 어디든 검토 가능…"제때 공급이 가장 중요"

한편 최 회장은 미국 정부로부터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추가로 지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투자 요청을 우리한테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사방에서 뉴스로 이미 많이 들었을 것이니 그 요청이 공식적이었냐 아니냐는 별로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에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향해 미국에서 반도체를 더 생산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한 바 있다.

최 회장은 "미국이든 어디든 전 세계가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메모리 반도체 팹(fab)을 지으려면 전력과 용수, 땅 등 그에 맞는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이 조건들이 충족되면 미국이든 어디든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지금은 공급을 늘리는 모멘텀이 필요하다"며 "어떤 측면이 제일 걱정되느냐 묻는다면 이걸 (제때) 빠르게 맞추지 못하면 반도체 시장이 죽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이 우려하는 부분은 AI 수요에 대응하느라 기존 고객들의 수요를 못 맞추는 점이다.

그는 "AI 분야는 돈이 많고 계속 현금을 쓸어 담을 수 있으니 돈을 어떻게 구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렇지 않은 컨벤셔널 비즈니스 분야에선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너무 비싸지면 곤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회장은 "그런데 거기서 우리가 '나는 모르겠다'고 외면해버리고 비싸게만 나가면 시장이 쪼그라드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데 그것은 우리가 바라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그래서 어떻게든 빨리 공급을 늘려야 된다고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팔기만 하고 혜택은 하나도 안 주는 것은 현대 사회에선 있을 수 없는 일에 속한다"며 "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조금 밸런스를 잘 맞춰나가고 반도체 시장이 망가지지 않도록 잘 만드는 게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친 후 특파원단과 인사하는 최태원 회장

[제공 : SK하이닉스]

◇中 관련 "위협을 느끼면 이미 늦은 것…속도 더 올려야"

최 회장은 이밖에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해선 "위협을 느낄 때면 이미 늦어버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실제 위협이 됐다고 하면 이미 늦은 상황이 되는 것"이라며 "따라서 우리가 좀 더 스피드를 올려야 하고 AI 분야 기술은 계속 더 고도화시켜야 하는 문제가 계속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기술 측면에선 중국도 꽤 빠른 속도로 쫓아올 것이라고 본다"며 "중국의 개척 속도와 경쟁 정도가 점점 빨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은 다 각오하고 당연한 걸로 생각해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보유한 일본의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의 전환사채(CB)에 대해선 "키옥시아의 주가가 많이 올랐고 올라가는 모멘텀에 있는데 거기서 조금 벗어나서 이걸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만들 거냐는 질문이 있다"며 "키옥시아와 더 전략적으로 그런 논의를 해볼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현재로선 키옥시아 투자분을 더 회수할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전략적 레버리지로 쓸 것인지 결정되진 않았다"며 "그때 가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SK하이닉스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이 키옥시아 투자금을 모두 회수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투자 원금 외 20조원 안팎의 차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키옥시아 전환사채도 그대로 보유 중이다. SK하이닉스가 전환사채를 보통주로 전환할 경우 키옥시아 지분 약 14%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이날 나스닥에 ADR을 성공적으로 상장시켰다. 공모가를 149달러로 확정한 SK하이닉스의 ADR을 시초가 170달러에 임시 거래를 시작했다. 정규 거래는 13일부터다.

jhjin@yna.co.kr

진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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