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PBR 0.8배법(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이 입법될 경우 상장사 대주주가 상속·증여세를 줄이려 의도적으로 주가를 억누르는 행태가 사라지고 오히려 주가를 부양할 유인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늘어난 세액을 나누어 내는 수년의 연부연납 기간 내내 대주주의 주가 관리 유인이 이어지는 '도미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0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PBR 0.8배법의 일차적인 효과는 주가를 낮게 유지할 대주주의 유인을 없애고, PBR이 0.8배에 도달할 때까지 주가를 끌어올릴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가누르기방지법'으로도 불리는 이 개정안은 상장사의 시가총액이 순자산가치의 80%에 미치지 못하면 상속·증여세 과세 시 상장주식이라도 비상장주식처럼 자산과 수익 등을 고려해 평가하되, 하한선을 순자산가치의 80%로 설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25년 5월 발의했으며, 최근 이 의원은 이 법안을 올해 7월 말 발표될 정부 세제개편안에 반영하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심사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현재 상속·증여세법은 상장 주식 가치를 상속·증여 전후 2개월간의 평균 시세로 평가한다. 이 때문에 주가가 낮을수록 세 부담이 줄어들어 대주주가 주가 상승을 억제하는 부작용이 지적돼왔다.
그러나 개정안이 도입되면 PBR 0.8배 미만 기업은 주가와 무관하게 순자산가치의 80%를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된다. 대주주 입장에서는 주가를 억누를 실익이 사라지는 셈이다. 어차피 장부상 순자산의 80%를 기준으로 세금이 매겨진다면, 주가를 띄워 소유 주식의 시가 총액을 늘리는 것이 사유재산 가치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법안의 효과가 세액 산출 시점에 그치지 않고, 세금을 분할 납부하는 '연부연납' 기간 내내 지속될 것으로 관측했다.
국내 대주주들은 상속·증여세 재원을 마련할 때 배당보다 주식담보대출이나 지분 일부 매각을 선호한다.
배당은 종합소득세 등 세금 부담으로 실제 손에 쥐는 현금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면 주식담보대출이나 지분 매각은 주가가 높을수록 대출 한도가 늘어나고 매각 대금도 커져 대주주가 적극적으로 주가를 관리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PBR 0.8배법이 도입되면 과세표준이 기존보다 몇 배나 높아져 대주주가 내야 할 세금 규모가 급증한다.
이에 따라 납세자가 신청하는 연부연납 기간(상속세 최대 10~20년, 증여세 최대 5~15년)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늘어난 연부연납 기간 동안 주식담보대출 상환이나 지분 매각을 위해 대주주가 주가를 높게 유지하려는 유인이 극대화된다는 설명이다.
엄 연구원은 개정안 통과 시 특히 주목해야 할 기업 유형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먼저 저조한 PBR을 뒷받침할 뚜렷한 원인이 없는데도 만성적인 저평가에 머물렀던 기업이다. 사양 산업에 속해 있거나 차입 의존도가 높은 등 구조적 문제가 없는데도 주가가 낮았던 곳은 대주주가 의도적으로 주가를 억눌렀을 가능성이 커 개정안 통과 시 가파른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대주주의 연령이 높아 경영권 승계가 임박한 기업이나 최근 자녀가 임원으로 선임되며 승계 작업이 시작된 기업도 주시해야 한다.
특히 대주주와 자녀 간 지분율 차이가 커 승계해야 할 지분이 많이 남아있을수록 세금 부담이 커지므로, PBR 0.8배법 통과에 발맞춰 더욱 기민하게 주가 관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촬영 안 철 수] 2025.10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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