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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문턱서 나스닥까지…곽노정이 되짚은 SK하이닉스 25년

26.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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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불과 25년 전 우리 회사는 역사상 가장 어려운 순간 중 하나에 직면했습니다. D램 시장은 극심한 침체에 빠졌고, 회사는 파산 직전까지 내몰렸습니다."

미국 나스닥 상장 기념 오프닝벨 행사 연단에 선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가 가장 먼저 꺼낸 이야기는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에서의 성공이 아니라 파산 위기였다.

곽 CEO는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열린 상장 기념식에서 SK하이닉스가 생존의 기로에서 세계적인 AI 메모리 기업으로 성장한 과정을 소개했다.

나스닥 상장이라는 새로운 출발점에서 과거의 위기를 되짚으며 현재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이 오랜 구조조정과 불확실한 기술에 대한 선제적 투자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CEO가 나스닥 상장 기념 연설을 하는 모습

[출처: SK하이닉스]

◇ "버텨냈고, 더 강한 회사로 다시 일어서"

곽 CEO는 "하지만 우리는 버텼습니다. 끝까지 싸웠고, 더 강해졌습니다"라며 "바로 거기에서 우리의 회복력과 결단력이 태어났고, 그것이 오늘날의 우리를 만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2000년대 초 D램 가격 급락과 정보기술(IT) 버블 붕괴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대규모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채권단 공동관리 체제에 들어갔고, 사업부 매각과 인력 감축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쳐야 했다. 회사의 존립 여부마저 불투명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메모리 사업의 핵심 경쟁력을 지키면서 업황 회복기에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곽 CEO가 글로벌 투자자들이 모인 뉴욕에서 파산 위기를 소환한 것도 현재의 성과가 단순한 반도체 호황의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SK하이닉스 나스닥 상장 오프닝벨 현장

[출처: SK하이닉스]

◇ 2012년 SK 편입…HBM 투자로 이어진 전환점

곽 CEO는 2012년 SK그룹 편입을 회사 역사를 바꾼 또 다른 전환점으로 꼽았다.

그는 "2012년 우리는 미래에 대한 믿음을 공유한 파트너인 SK그룹과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우리는 함께 그 미래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SK그룹은 2012년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하고 사명을 SK하이닉스로 변경했다. 이후 설비와 연구개발 투자가 확대되면서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곽 CEO는 당시 첨단 메모리의 미래가 불확실했지만, HBM이라는 새로운 기술의 필요성을 내다봤다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 첨단 메모리의 미래는 결코 확실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우리는 HBM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봤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HBM에 투자하기로 했고, 이를 개발하기로 했다"며 "우리는 세계 최초로 이를 현실로 만들었고, 혁신을 멈추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세계 최초로 HBM 개발에 성공한 뒤 HBM2와 HBM3, HBM3E 등 후속 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시장을 선도했다.

초기에는 수요처와 시장성이 뚜렷하지 않았던 HBM은 생성형 AI 확산과 AI 가속기 수요 증가를 계기로 메모리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핵심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SK하이닉스 나스닥 상장 오프닝 벨 현장

[출처: SK하이닉스]

◇ "HBM은 AI 혁명의 중심"

곽 CEO는 SK하이닉스의 현재를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로 HBM을 제시했다.

그는 "오늘날 HBM은 AI 혁명의 중심에 서 있다"며 "HBM과 D램, 낸드플래시 전반에서의 리더십을 통해 우리는 글로벌 AI 인프라를 구동하는 필수 메모리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파산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켜낸 메모리 기술이 20여년 뒤 AI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된 셈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제품으로, AI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데 쓰인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의 성장과 함께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기업으로 부상했다.

곽 CEO가 이날 연설에서 HBM을 회사의 역사와 나스닥 상장을 연결하는 중심축으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나스닥 타워에 나타난 SK하이닉스 상장 광고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265억달러 조달…美 AI 생태계·글로벌 투자자와 접점 확대

SK하이닉스는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유지하면서 미국주식예탁증서(ADR)를 나스닥에 상장했다. ADR 공모가격은 149달러, 전체 조달 규모는 265억달러에 달했다.

곽 CEO는 나스닥 상장의 의미로 미국 AI 생태계와의 연결 강화를 먼저 꼽았다.

그는 "미국은 AI의 중심지"라며 "AI 혁신을 이끄는 고객들이 이곳에 있고, 생태계를 구축하는 파트너들이 이곳에 있으며, 산업을 움직이는 인재들도 이곳에 있다"고 말했다.

이번 상장으로 SK하이닉스는 미국 빅테크와 AI 반도체 기업과의 접점을 넓히는 동시에 글로벌 투자자 기반을 확대하게 됐다.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을 직접 매매하거나 원화를 환전하지 않고도 미국 거래시간에 달러로 SK하이닉스에 투자할 수 있다.

파산 위기를 견뎌낸 SK하이닉스가 HBM을 발판으로 글로벌 AI 메모리 기업에 오른 데 이어, 나스닥 상장을 통해 성장의 무대를 미국 자본시장으로 넓혔다.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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