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10일 AI(인공지능) 시대 반도체 경쟁은 기술을 넘어 생산능력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국가가 기업에 가장 우선적으로 공급해야 할 자원은 재정이 아니라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생산능력이 새로운 국력이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AI 혁명은 단순한 기술혁신이 아니라 인간의 지식과 판단을 증폭시키는 또 하나의 생산혁명"이라며 "이제 국가 경쟁력은 누가 먼저 기술을 개발했느냐보다 그 기술을 얼마나 빠르고 큰 규모의 생산력으로 전환하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AI 데이터센터와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 로봇 등의 확산으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AI 경쟁이 반도체 경쟁으로, 반도체 경쟁이 다시 생산능력 경쟁으로 귀결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특히 과거 메모리 산업에서 통했던 이른바 '치킨게임' 전략이 AI 시대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에는 선두 기업이 대규모 설비투자와 물량 공세로 가격을 낮춰 후발주자를 시장에서 밀어내는 전략이 통했다"면서도 "AI 혁명으로 메모리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나는 환경에서는 같은 전략이 예전과 같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어 "국내 메모리 기업들이 생산량을 크게 늘리더라도 AI 데이터센터와 자율주행, 로봇, 각종 AI 기기에서 늘어나는 수요가 이를 상당 부분 흡수한다면 가격이 과거처럼 후발주자를 밀어낼 수준까지 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 후발주자는 국가 지원과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일반적인 시장 논리보다 긴 투자 기간을 감내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며 "단순한 가격 경쟁만으로 후발주자의 투자를 중단시키거나 도태시키는 전략의 효과는 과거보다 제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실장은 "지금 필요한 전략은 경쟁자가 성장한 뒤 가격 경쟁으로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경쟁자가 성장할 수 있는 공급 공백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생산능력 확보가 곧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도 했다.
김 실장은 "전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때는 생산능력 증가 속도가 시장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절대 생산량이 늘어나더라도 시장점유율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며 "팹 증설은 단순한 성장투자가 아니라 기술 우위를 시장점유율로 연결하고 후발주자가 고객과 물량을 확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고 설명했다.
특히 국가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시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AI 시대 생산능력 경쟁에서 국가만이 공급할 수 있는 더 중요한 자원은 시간"이라며 "기업은 팹을 짓고 생산설비에 투자할 수 있지만 전력망과 용수, 송전망, 국가산단, 복잡한 인허가 절차는 기업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의 역할은 기업을 대신해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장기적인 전략투자를 이어갈 수 있도록 기업 스스로 풀 수 없는 병목을 적기에 제거하는 것"이라며 "전력망과 용수, 송전망과 인허가라는 현실의 병목을 실제로 걷어낼 때 비로소 시간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생산능력 확보가 3년 늦어진다는 것은 공장 준공이 늦어진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며 "그 기간 고객과 시장을 경쟁자에게 내주고 경쟁자는 확보한 매출과 현금흐름으로 다시 연구개발과 설비투자를 확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간은 비용으로 만회할 수 있어도 잃어버린 시장은 쉽게 되돌릴 수 없다"며 "기술은 발명으로 완성되지 않고 생산으로 완성된다. AI 시대의 국력은 기술에서 시작하지만 생산능력으로 완성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6.24 dwise@yna.co.kr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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