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마스터 카드 영업에도 타격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장원 선임기자 = 미국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달러화와 자국 결제망 접근권을 외교적 무기로 활용하는 '경제적 국정운영(Economic statecraft)'을 가속화하자 이에 대응해 유럽과 남미 등의 국가들이 독자적인 결제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 각국의 전략 변화에 따라 미국 금융 패권의 핵심 축인 마스터카드(NYS:MA)와 비자(NYS:V)의 독과점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최근 브라질의 실시간 즉시 결제 시스템인 '픽스(Pix)'가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 미국 금융 기업들을 부당하게 차별한다며 브라질에 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픽스는 브라질의 주권적 성과이며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응했다.
야당 정치가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의원도 이에 가세해 미국의 압박에 공동 전선을 구축했다.
이 같은 갈등은 글로벌 금융 시스템이 미국의 지배력에서 벗어나 지역 및 국가별 시스템으로 쪼개지는 '결제 분절화(Splintering)'의 냉혹한 지정학적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유럽에서도 미국 결제 인프라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오로르 랄뤼크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 의장이 최근 "적대적인 미국이 언제든 유럽의 결제 인프라 접근을 차단할 수 있다"며 경고한 데 이어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모두가 디지털 결제망을 자체 제어하는 것이 국가 안보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런던의 대형 은행 경영진들 역시 비자와 마스터카드에 대항할 영국 자체 결제망 구축을 위한 막후 회동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서방 결제망에 대한 우려는 미국과 갈등을 빚던 러시아나 중국에 국한된 문제였으나 이제는 전 세계 정책 당국자들의 공통된 '열망'으로 확산됐다는 지적이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학교 교수는 "많은 논의가 달러 패권 자체에 집중됐지만 각국 정부는 이제 결제 인프라를 바꾸는 것이 금융 독립을 달성하는 훨씬 더 확실한 경로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국의 통제권에서 벗어나려는 글로벌 진영의 움직임은 ▲유럽이 추진하고 있는 독자 결제 생태계 구축 ▲중국 결제시스템을 대안으로 삼는 흐름 ▲이해관계가 얽힌 국제 표준 프로젝트 대신 실익을 챙길 수 있는 양자 간 협정으로 선회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결제 주권'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장기적으로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50%대 고공 영업이익률이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응해 비자는 지난 5월 유럽 인프라 및 폴란드 기술 센터 건립에 5억 유로(약 8천576억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혔으며 마스터카드 역시 유럽 대륙 장부 방어를 목표로 프랑스 내 3개의 데이터 센터 구축에 2억5천만 유로 규모의 자금을 투입 중이다.
마스터카드 역시 유럽 대륙 장부를 방어하기 위해 프랑스 내 3개의 초대형 데이터 센터 구축에 2억5천만 유로를 긴급 투입했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거시 금융의 파편화가 글로벌 경제 전반에 심각한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강력 경고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임팩트의 계량 모델 분석에 따르면, 현재의 금융 파편화 트렌드가 고착화될 경우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2.6%가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jang73@yna.co.kr
이장원
jang7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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