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000660] 주가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외국계 금융사와 글로벌 투자기관들은 이번 조정을 인공지능(AI) 메모리 산업에 대한 우려보다는 단기 차익실현과 밸류에이션 재평가 과정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다만,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삼성전자[005930], 대만 TSMC 등 아시아 반도체 기업들이 신흥국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는 점은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13일 연합인포맥스(화면 번호 3111)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장중 전 거래일 대비 13% 이상 하락하며 188만원대까지 밀렸다. 최근 강하게 이어진 상승 랠리와 미국 나스닥 ADR(미국주식예탁증서) 상장 이벤트 이후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물량이 집중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출처: 연합인포맥스(화면 번호 3111)]
◇ AI 성장성은 유효…메모리 사이클은 변수
글로벌 투자업계는 SK하이닉스의 사업 경쟁력 자체에는 여전히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마호니자산운용의 켄 마호니 최고경영책임자(CEO)는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확보한 선점 효과를 주요 경쟁력으로 평가했다.
마호니 CEO는 "SK하이닉스가 생산 규모와 기술 성숙도 측면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며 "HBM 시장 초기 진입자로서 경쟁력이 현재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마호니 CEO의 발언은 SK하이닉스를 단순한 메모리 제조사가 아니라 AI 인프라 성장과 직접 연결된 기업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글로벌 투자 리서치 업체 모닝스타는 SK하이닉스의 장기 성장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현재 주가 수준에서는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모닝스타의 로레인 탄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 메모리 업사이클이 예상보다 강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결국 정상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현 주가 수준에서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모닝스타는 AI 서버 투자 확대와 HBM 수요 증가가 메모리 업황 개선을 이끄는 핵심 요인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메모리 산업 특성상 공급 확대와 재고 조정으로 이어지는 사이클 변화 가능성을 경계했다.
◇ 신흥국 지수 장악한 반도체…커지는 쏠림 위험
문제는 과도한 상승세다. 전문가들은 최근 조정은 AI 성장 전망이 약화된 결과라기보다, 급격한 주가 상승 이후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 내 위험 노출을 조절하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TSMC 등 3개 기업은 최근 주가 상승으로 MSCI 신흥국지수에서 약 29%의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이는 대부분 개별 국가보다 높은 수준이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캐롤라인 쇼 멀티에셋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러한 지수 집중 현상과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레버리지 투자가 "과열 여부를 판단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랙록 역시 최근 반도체와 메모리 관련 종목의 변동성이 커진 점을 이유로 신흥국 주식 내 기준 대비 초과 비중을 줄이고 차익실현에 나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레일리언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필립 울 최고연구책임자는 한국과 대만 AI 반도체 기업들의 최근 매도세에 대해 "대부분 리스크 관리 차원의 조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많은 투자자가 한국과 대만 AI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상승 이후 해당 종목에 과도한 투자 비중을 쌓았다"며 "신중한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는 이러한 비중을 줄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남은 과제는…AI 집중도와 中 메모리 추격
SK하이닉스의 높은 AI 노출도가 향후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퓨처럼 그룹의 다니엘 뉴먼 CEO는 SK하이닉스의 높은 AI 노출도가 강점이자 동시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뉴먼 CEO는 "SK하이닉스는 보다 순수한 AI 투자 대상이라는 점이 장점이자 동시에 양면성을 가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SK하이닉스의 매출 구성은 HBM과 특히 엔비디아에 더 집중돼 있다"며 "경기 둔화 국면에서는 고객 집중도가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SK하이닉스가 AI 성장 사이클에서는 가장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기업이지만, 반대로 AI 투자 열기가 둔화될 경우 HBM과 특정 고객사 의존도가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메모리 기업의 성장 가능성도 변수다.
시장에서는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AI 반도체 투자 확대 흐름을 활용해 생산능력 확대에 나설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제프리스의 크리스토퍼 우드 글로벌 주식 전략 책임자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메모리 기업들의 상장은 AI 투자 붐을 활용해 자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라며 "확보된 자금은 생산능력 확대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편, SK하이닉스 ADR은 나스닥 상장 첫날 공모가 149달러 대비 약 14% 높은 170달러에 거래를 시작했고, 첫 거래일 10% 이상 상승하며 글로벌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실제로 이번 ADR 발행 규모는 약 265억 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의 해외 기업 미국 상장 사례로 평가됐다.
[출처: 연합뉴스 사진 제공]
klkim@yna.co.kr
김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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